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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Apr 06. 2024

일곱 번째 : 정체가 궁금한 옆집 그리고 관리사무소

6개월 간의 고성방가, 폭죽, 도어락 및 방화문 파손, 소방시설 파손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적고 싶은데, 요즘 재미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의 '서프라이즈'에 나올 만한 일만 주변에서 벌어져서 지금 겪어 있는 작은 어려움 하나 가져와봤습니다.


저는 우선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수많은 아파트 세대들 중 하나를 차지해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캥거루족입니다.


벌써 2년 6개월이나 지났네요. 옆집이 경매가 넘어갈 거라는 것은 소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아파트라도 소문이 빨리 돌아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거의 그 직전에 시세보다 1억을 낮춰서 팔아서 그 집에 사시던 할아버지와 아들이 나가시더라고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우선 리모델링을 11월 말부터 하는데 32일 동안 07:00 ~ 21:00까지 매일 공사를 하고, 심지어 주말에도 공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15일간은 잘 참다가 어머니가 구토와 어지러움을 호소하셔서 병원에 갔더니 공사소음 때문에 멀미에 준하는 증상을 겪고 계신 것 같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약을 6개월을 드시게 되었습니다. 주말까지 공사를 하는 업체를 보고 '당신들 고객은 좋겠지만, 옆집은 죽으라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리모델링을 하면서 들어가는 자재의 양이 엄청나더군요. 어느 날 원거리를 나와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도어록에서 경보가 울린다고요. 그래서 AS 기사님을 불러서 확인을 해보니 큰 충격이 가서 경보가 울리는 거고 보통 둔기로 때리는 정도의 충격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밤에 귀가를 해서 누가 손상을 입혔나 확인을 할 방법을 찾다가 다음날 아침에 엘리베이터 CCTV를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자재를 옮기다가 그 자재가 거의 우리 집 도어락을 내려찍는 장면이 정확히 찍혔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고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를 하자 관리사무소의 여자분이 갑자기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 집 때문에 퇴근을 못한다는 둥 속된 말로 '개소리'와 더불어 '쌍욕'을 시전 하시더라고요. 그것도 나이가 한참 많으신 우리 어머니 앞에서요.


저도 열이 받아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따위로 할 거면 앞으로 공용관리비 안 낼 겁니다. 이런 일을 하라고 관리업체가 선정이 되고 당신들 자리가 유지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매번 회계자료를 자랑스럽다는 듯이 한 달에 한번 1층 엘리베이터 앞에 하나씩 가져가라고 주는데 제가 11월분을 계산기로 두드려보니까 숫자가 하나도 안 맞던데 이거는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왜 이렇게 옆집에는 관대한 겁니까? 지금 우리 부모님이 약을 먹는다구요. 그리고 리모델링을 해도 철거를 적당히 해야지 이건 집을 짓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겁니까? 얼마 전에는 우리 동에 사는 초등학생이 오후에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병원에 실려갔다면서요. 심각성 인지가 안 되는 겁니까? 아니면 모른 척을 하는 겁니까?"


그냥 다 쏟아냈어요. 그러니까 그 여자분이 저한테 이야기를 하시는 게 더 가관이었습니다.


"공용관리비는 안되는데? 그리고 그 회계자료는 어......"


너무 무슨 말만 하면 옆집을 감싸기 바빠서 실제로 대차대조(貸借對照)를 해봤는데 회계자료 숫자가 맞지가 않더군요. 심심해서 부모님이랑 같이 계산기 두드려가면서 한번 봤어요. 정말 맞나 싶어서요. 그런데 숫자가 잘 안 맞더라고요. 비는 곳도 있고, 초과되는 곳도 있고......

*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 : 대차대조표는 일정한 시기에 있어서의 상인의 영업용 총재산을 자산의 부(차변<借邊>)와 부채 및 자본의 부(대변<貸邊>)로 나누어 기재하여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액과 가져야 할 재산액을 대조함으로써 상인의 재산상태와 손익계산을 명백히 하는 상업장부이다. (출처 : 네이버 법률용어사전)


결국 리모델링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시작이었어요.


택배를 너무 불러서 집 앞에 문을 열지 못해 경비아저씨가 걸어 올라오셔서 택배를 치웠는데, 엘리베이터를 탈 수가 없어서 옥상까지 가서 옆동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것도 수십 번이고, 끝이 없더라고요.


가장 최악이었던 것은 6개월 간의 집들이였습니다. 옆집 사람들이 처음으로 집을 산 것도 있을 테고, 기분이 좋아서 집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부분까지 간섭하고 싶지도 않고, 알필요도 없는 것들이니까요. 그런데 주말마다 밤 9시가 넘어서 노래방 기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밤 11시가 되기 전까지는 참아보기로 합니다. 옆집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노래를 부르면서 추임새를 하는 것까지 다 들리더라고요. 심지어 우리 집은 옆집하고 벽은 공유하지만 거실과는 거리가 있어서, 옆집에서 노래방 기계를 켜고 소리가 들릴 정도라면 그건 거의 고함을 지르고 있다는 이야기이거나 아니면 마이크 볼륨이 엄청 크다는 이야기겠죠?


그리고 실내에서 실외로 갑자기 "푱 푱 푱"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베란다로 해서 옆집을 보니 폭죽을 터트리고 있더라고요. 저러다가 아파트에 불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 경비실에 전화를 했고, 경비아저씨가 말을 하셔도 이미 술을 먹고 정신이 나가버린 옆집 사람들은 멈추지 않아서 경찰이 와서 제지를 했었습니다.


그렇게 노래와 폭죽 그리고 방화문 문고리를 부숴버리는 주취난동까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당시에 저는 몸이 조금 안 좋아서 대학병원에서 검사가 예약되어 있었고, 잠을 충분히 자고 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지시가 있어서 무조건 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1시에는 자야 하는데 그날따라 음향장비가 좋아진 건지 아니면 목청이 정말 더 좋아진 건지 더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경찰을 불렀습니다. 경찰에 문자로 이렇게 신고했습니다.


"0 아파트 0동 0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6개월 동안 옆집에서 금토일 노래방 기계를 켜고 이 시간까지 노래 부르고 고성방가를 하는데, 어머니도 이 부분 때문에 약을 드시고 계시고, 저도 몸이 아파 내일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경찰에서 좀 살려주세요."


경찰에서 바로 안심시키는 문자가 오고, 10분 후에 출동을 해서 바로 진입을 하시더라고요. 아파트 속에 있던 인원은 4명인데 3명만 경찰이 연행을 했습니다. 1명이 안방에 있는 옷장에 숨어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1명이 골프채로 방화문 문고리를 다시 부숴버리는데 일단 흉기를 들었으니까 다시 신고를 했습니다. 1명이 또 나타났는데 골프채를 들고 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요. 다른 경찰분이 달려와서 잡아가려고 하니 그분이 하는 말이 가관입니다.


"기분이 좋아서 조금 소리 낼 수도 있지 여기가 도서관이냐? 그리고 요즘 사회가 이렇게 각박해지는 게 참 안타깝네요."


이런 걸 속칭 '개소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동주택에서 이러기도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담당하신 경찰관님이 저한테 전화가 오셔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경찰은 일이 벌어져야 도와줄 수 있어요. 평상시에 이 집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녹음을 하세요. 이 말 밖에는 드릴 말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잘 챙기시고요. 죄송합니다."


제가 목소리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라서 옆집 남자가 저한테 계속 몸으로 부딪히려고 하다가 한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적이 있습니다. 딱 제 어깨선보다 몸이 작으시더라고요. 계속 저를 아래위로 훑어봐서 이상함을 감지하기는 했습니다.


그 후로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거나 그러지는 않고, 부부가 저나 부모님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갑자기 엘리베이터 앞에 있다가 다른 데로 가거나 하더라고요.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게 사라진 건 아니에요. 사실 옆집 덕분에 없던 이명(耳鳴)이 생겨서 지금 계속 약을 챙겨 먹고 있기는 합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고, 의사 선생님도 걱정을 많이 하고 계세요.


다른 심각한 문제들이 많아서 이 문제는 저한테 그렇게 심각한 문제에 속하는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요즘 이웃과 살갑게 지내기는 어렵지만, 서로 모르고 지내더라도 피해는 주지 말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안에서 별일이 다 벌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경험을 해보니 말 그대로 '지옥'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남 탓만 할게 아니라 과연 저는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다지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이웃분들과 살고 계신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충분히 이웃 간의 문제가 있으실 수 있으실 텐데, 부디 우리 가족처럼 귀가하기 싫고 그런 감정은 안 드셨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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