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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y 02. 2024

[20240502] 수도권 잡대 출신에게 뭘 바라세요?

말이나 하지 말던지......

출처 : https://www.urbanbrush.net/


나는 수도권에 있는 잡대를 나왔다.


내 지도교수님은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는 것은 내 모교를 나온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만났던 교수님 중에서 그래도 4명 정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교수님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모교는 그 교수님들이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 정치력 좋은 교수의 주도 하에 교수진들이 형편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조카들이 커가고 나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온다.


특히 남자 외조카 하나가 나를 테스트하는 행동을 많이 한다.


수능 문제를 풀게 시킨다던지, 퀴즈를 낸다던지...... 아무리 내가 수도권 잡대를 나왔다한들 공부를 한 시간이 있는데 내가 고등학생보다야 많이 알고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 남자애가 나에게 하는 말은 이렇다.

저 삼촌은 수도권 잡대 나와서 왜 저렇게 살아?


그러면 외사촌누나라는 그 애의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공부 안 하면 너도 인생 저렇게 되니까 공부해.


나한테 뻑하면 아이 숙제나 시키고, 해주다가 나도 열이 받아서 안 해주고 있다. 


그러니 뭐 학원 갈 시간이 없다나?

나는 시간이 남아서 해주나?


나는 솔직히 내 부모가 좋은 대학을 나오셔서 항상 이런 말을 들어왔다.

어느 대학을 나오던 어느 직장에서 일을 하던 사람은 그 새끼가 그 새끼야.
내 대학동기는 해고당했고, 또 하나는 감방도 갔다 오고 그러더라?
다 마찬가지야.


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다.


수도권 잡대를 나오는 것보다, 흔히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게 당연히 좋은 건 사실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으니까......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데 끝나지 않고 그것을 대물림하려고 노력을 한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이야기하면 신세한탄이 더 될 테니 더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외조카한테 입이 아프게 세상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속이 아주 콩알만 한 사람이라 이 말은 했다.

내가 수도권 잡대를 나온 건 맞는데, 그러면 너는 나한테 뭐 하러 물어봐?
좋은 대학 나온 너네 부모한테 물어봐.
수도권 잡대 나온 사람한테 안 좋은 거 옮을라.


외사촌누나는 아이가 상처를 받는다고 난리다. 외사촌누나한테도 말했다.

나는 상처 안 받냐?
그리고 나한테 왜 이런 걸 시켜.
얘가 내 자식도 아니고 지금 이게 뭐야?


더 이상 외사촌누나가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의 반응이 좀 놀라웠다.

인생 짧은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살아.
잘했어.


나는 솔직히 욕먹을 줄 알았는데...... 뭔가 나도 내편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좀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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