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땀으로 범벅이 된 그 시절을 말리면 소금 한 포대는 나올 만큼 열정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그 삶을 후회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온 힘을 다해 달렸던 어린 제가 가엽습니다.
그렇게 달음박질하던 저는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열심히 하는 방법은 알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법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또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제 눈앞에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학점 높이기였어요. 학점은 고고익선이라는 말에 맹목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또 잠과 젊음을 바쳐가며 한 우물을 파서 4점 이상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남들은 저의 학교와 학점을 들으면 " 너 진짜 대단하다." , " 넌 뭘 하든 성공할 거야 " , " 너무 부럽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대단하다고 여긴 결과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방황과 불안 속에서 도피처로 선택한 행동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결과를 얻기까지 들인 노력 자체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너무 과하다 못해 스스로를 학대했습니다. 고통스럽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밤을 새우고 쪽잠을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고, 먹을 걸 제대로 못 먹어서 두피에 두드러기가 나기도 했습니다. 입 안과 혀에 생기는 기분 나쁜 구내염, 시험기간마다 수백 장의 깜지를 쓰면서 얻은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 배긴 굳은살.
이런 증상들은 목숨 건 사투에서 승리한 훈장 마냥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 모른 채, 알고 싶은 마음조차 없으면서 눈앞에 주어진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고통스럽게 해내었을 때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기분에 취했습니다. 내가 힘든 만큼 보상이 따라올 거야 라는 생각으로 맹목적인 상을 바라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자기 학대를 했습니다.
그런 삶이 가엽게 느껴집니다.
왜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는지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뭐라도 하겠다며 스스로를 가두고 엄격하게 대했던 과거의 제가 안쓰럽기도 합니다.
이제는 조금이나마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키를 쥐고 가는 선장이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닫고 행동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구슬땀 흘린 과거의 나를 혐오하기보다 위로하고, 그 시간 덕분에 쌓인 능력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으로 삼는 지혜를 발휘하고자 합니다.
저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용기를 얻으실 한 분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많은 사람들의 위로 속에서 제 마음을 움직인 말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제 아무리 좋은 조언이라도 나의 시기와 상황이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일 때 힘이 되는 말로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어떤 베스트셀러의 작가의 글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를 우리 중 한 사람이 가볍게 던진 말이 더 큰 울림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저의 글도 누군가에게 그날의 분위기와 사건, 우연이 겹쳐 다시 일어설 힘이 되는 기적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과거의 나를 사랑하고 앞으로의 나를 기대하는 여정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