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가을소리
옥상정원의 새소리

by 라라 올리브

유난히 파란 청명한 하늘이 가깝게 보인다.

고층건물 옥상정원의 전망이 저 멀리 이름 모르는 산까지 뻥 뚫려있어 하늘이 바다같이 느껴진다.

조개구름 들은 밀려오는 하얀 파도처럼 일렁일렁 거린다.


모던한 건축물의 옥상은 단아하고 세련되게 적절한 수목으로 배치되어 쉼터로써의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솜씨 좋은 정원사가 공간을 가꾸고 새소리까지 채워서 완성도를 높인 도시의 정원은 사람의 손이 얼마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족, 친구, 연인들의 대화가 재잘대는 새소리와 함께 퍼져 나간다. 열린 공간 너머로 막힘없이 퍼져 나가자 조개구름이 한 아름씩 포옹한다.


비행기 소리가 웅장하게 뚫고 지나간다.

왜 가을만 되면 유난히 비행기가 낮게 날까? 생각해 보니 10월은 군사 훈련 하는 전투기. 군용기들의 사전 연습 하는 소리들이었다.

그 커다란 소리는 모든 소리를 삼키고 가버린다. 아무도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정원은 새소리 만이 지속되고 잠깐의 정적이 공간을 쉬게 한다.


어디선가 날아온 까치가 푸드덕 거리며 나뭇가지 사이를 오간다.

하얀 자작나무에서 내려가 보랏빛 라벤더 사이로 숨는다.

혹시 스피커 속 소리를 동지로 알고 찾아오지는 않았겠지?

바보 같은 생각을 해 보는 사이 무언가를 물고 저 멀리 날아간다.


한여름이 지나니 에어컨 실외기 소리들이 잠잠해져 한결 더 도시공원의 품격이 높아져 있다.

한잔 커피의 향 속에 단풍의 빛깔이 보인다.

아직은 두꺼운 코트가 싫어 목에 감고 나온 스카프 덕 을 단단히 보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가는 소리에 집중한다. 바람결이 차고 소리들이 세어진다. 나뭇잎들이 부스럭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스치기만 해도 투드득 하고 떨어지는 자잘한 열매들 소리, 한가한 하품소리, 잔을 내려놓는 소리를 들으며 흙속에서는 소리도 없이 월동준비에 아우성 일거라고 상상해 본다.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새소리가 중단되자 공간이 다르게 느껴진다.

멍 하니 하늘 한번 보다가 저 아래 찻길 쪽 은행나무가 노랗게 손짓하고 있어 벌떡 일어난다.


한참을 내려가 땅에서 올려다본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도시 정원을 품고 있지만 올라간 사람 에게만 허락했구나!

사라진 새소리와 함께 조금 전 만끽했던 정원도 꿈속처럼 아스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