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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번째 스무살 Jul 02. 2024

2. 미국에서의 첫 직장, 4개월만에 퇴사하다.

잘못된 만남

아무나 대기업 다니는게 아니다.

한마디로 너무나 빡셨다.

일은 8-5가 아니가 8-6나 8-7가 되었는데, 그 8-6 or7 의 시간도 화장실 다녀오는 브레이크 외에 커피 브레이크도 없는 고된 노동이었다.

매뉴얼로 된 작업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 숨이 막히다 못해 사무직 노가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게 되었고,

일이 고되고 경직된 회사 분위기 때문인지 업무 분위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매순간 살얼음을 걷는 느낌이었다.

한치의 실수나 일의 순서 변경, 정해진 내부 데드라인을 10분이라도 어길시에는 험악한 말들이 오고갔다.

그래도 보험을 위해 꾹 참았다.

그것도 3개월의 수습기간이 지나야 보험의 혜택이 주어졌다.

3개월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아이들이 문제였다.

집에서 온라인 스쿨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엄마가 올때까지 집밖에도 못 나가고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있었다.

저녁이 되면 파김치가 된 몸으로 아이들과 집앞을 산책했다.

그 순간만이 아이들이 유일하게 바깥 공기를 마시는 순간이었다.

저녁나절에 마주한 바깥 세상은 나의 낮 시간과 다르게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그날과 그때는 아무도 알수 없다.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2주전부터 옆 파트로 이동하여 기존의 일과 조금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업무 인수인계의 연장에서 전임자는 나에게 계속 서류를 넘겨주고 있던 차였다.

낮은 파티션 사이로 내 책상에는 계속 두꺼운 서류가 쌓이기 시작했다.

내가 오늘 내에 처리해야 하는 서류들이었다.

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커피 한잔 마시지 않고 일을 해 나갔다.

일이라는 것은 단순했는데 한건의 서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깨알같이 많은 매뉴얼 작업을 요구했다.

그런데 내 책상엔 이미 내 머리보다 높이 서류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전임자가 남긴 서류에 잘못된 사항을 발견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이미 서류를 넘겼으니 내 알바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니저의 방으로 갔다.

일을 그만두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매니저는 나중에 말했다.

나의 얼굴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넌자의 결심을 읽었다고.

매니저는 의자를 뒤로 젖히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일의 고됨을 모두가 알고 있고

내 개인사의 어려움도 모두 알고 있었다.

15년의 경력과 맞지 않는 엔트리 레벨이었고

15년의 시간을 미국회사에서 보낸 내가 적응할 수 없는 한국 대기업만의 문화였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나의 첫 직장생활을 4개월만에 끝이 났다.

초여름에 들뜬 마음으로 시작하여 쌀쌀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10월의 중턱에 나는 도망치듯 그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그렇게나 원했던 의료보험을 고작 한달 유지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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