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에 집중했을 뿐인데, 행복해졌습니다
우리는 행복하고 싶어서 늘 분주하게 삽니다.
지나간 일을 곱씹고,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고, 머릿속은 늘 어제와 내일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죠.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철학가와 종교인들의 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좀 막연하게 들려요.
그런데 이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팀은 우리의 행복과 ‘우리의 마음이 방황하는 빈도’의 관계성을 연구했어요.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거의 절반, 46.9% 동안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상관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의 방황은 대부분 행복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했어요.
즉, 우리가 무언가에 깊이 몰두하지 못하고 마음이 다른 곳으로 떠나 있을 때, 행복감은 거의 예외 없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2,250명의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으로 무작위 알림을 보냈어요.
그리고 그 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행복했는지, 지금 하는 일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딴생각이었다면, 그 생각이 즐거웠는지, 아니면 그냥 습관적인 생각이었는지,
혹은 불쾌한 내용인지까지 기록했습니다.
25만 건이 넘는 순간의 기록들을 종합한 결과는 꽤 놀라웠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현재에서 멀어져 있었습니다.
일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심지어 지루하지도 않은 활동을 하고 있을 때조차
우리의 마음은 30% 이상 확률로 다른 곳을 떠돌고 있었어요.
그리고 단 하나, 마음이 거의 방황하지 않는 활동은 사랑을 나누는 순간뿐이었습니다.
그 외의 거의 모든 순간에서 우리의 마음은 조용히 현실을 떠나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었죠.
진짜 중요한 건, 상상 속 즐거움보다 현실에 집중할 때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우리는 흔히 지루한 일을 할 때 재미있는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연구 결과는 그 반대입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휴양지의 푸르른 바다를 상상한 사람보다, 그냥 설거지라는 단순한 동작에 조용히 집중한 사람이 더 높은 행복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딴생각이 아무리 즐거운 내용이어도, 현재에 집중하는 만큼의 행복을 주지 못했어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4.6%에 불과한 반면,
‘현재’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지는 행복에 무려 10.8%의 영향을 주었습니다.
즉, 이 연구는 아주 명확하게 말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지금 이 순간에 두지 못한 대가로, 우리는 행복을 놓치고 있다.”
그럼 왜 마음이 현재를 떠나는 순간, 우리는 이렇게 쉽게 불행해질까요?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면, 마음이 현실을 비우는 순간 그 빈자리를 가장 먼저 채우는 건
대부분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걱정입니다. 우리는 그 둘 중 어느 쪽에서도 행복을 쉽게 찾지 못하죠.
지금이라는 실제 경험에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 우리의 감정은 과거의 그림자 또는 미래의 그림 속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면 눈앞에 아주 작은 즐거움조차 감각하지 못하게 되죠. 반대로 현재의 경험에 잠시라도 몰두하면, 잡음 같은 생각들이 잦아들고, 평범한 순간이 이상하게도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설거지 같은 단순한 일을 하면서도 물소리나 손끝의 감각이 또렷해지고, 그 자체가 작은 평온으로 돌아오기도 하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우리 뇌의 구조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MN이라는 뇌 회로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켜집니다.
겉으로 보기엔 멍하니 쉬는 것 같지만, 뇌는 그 순간에도 끝없이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상상하고, ‘나’에 관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냅니다. 이 회로 덕분에 인간은 상상하고 계획하고 자아라는 것을 만들어냈지만,
문제는…
이 DMN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우리를 후회와 불안의 안갯속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거예요.
뇌가 스스로 혼잣말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대개 그 방향은 밝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걱정 쪽으로 흘러가죠.
그래서 마음이 방황하는 순간 우리의 행복은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줄어듭니다.
물론 이런 방황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멍할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휴식 중에는 기억이 정리되기도 하니까요.
뇌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극을 만들어내면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이어 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진짜로 행복을 느끼는 순간, 마음은 항상 ‘지금, 여기’에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요, 우리가 자꾸 불안해지는 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갑자기 어제 했던 말이 떠오르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고, 형체도 없는 걱정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는 것.
그건 당신이 잘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의 뇌가 원래 그렇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이에요. “아, 지금 내 마음이 또 어딘가로 떠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렸다면, 그건 이미 절반은 돌아온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아주 작은 동작이면 충분해요.
지금 내가 손에 쥔 머그컵의 따뜻함을 느껴보기.
빨래 갓 말린 수건에서 나는 포근한 냄새를 한 번 더 맡아보기.
퇴근길에 스쳐 지나가는 저녁노을을
휴대폰 없이, 그냥 눈으로 바라보기.
걷고 있을 때 발바닥이 땅을 누르는 그 느낌을 잠깐 음미해 보기.
일과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을 때,
이불이 몸을 감싸는 그 첫 순간의 온기를 느껴보기.
소소하게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작은 방법들입니다.
우리는 늘 더 커다란 행복, 더 확실한 행복, 어딘가 멀리 있는 행복을 찾느라 바빴지만
정작 우리의 뇌와 마음이 원하는 건 놀라울 만큼 단순합니다.
“지금, 여기.”
어쩌면 이 복잡한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느껴지는 가장 작은 감각 하나에 조용히 머무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사라진 줄 알았던 행복이 아주 조용히,
당신의 하루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출처: Wandering mind not a happy mind — Harvard Gaz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