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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cos Feb 03. 2021

이중 처벌? 삼중 처벌? 논란의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두 경기 연속으로 나온 이중 처벌 이슈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울버햄튼과 아스날의 경기에서 아스날은 두 장의 레드카드를 받으며 힘없이 패배했다. 전반 32분, 라카제트의 패스를 받은 니콜라 페페가 득점에 성공하며 8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다비드 루이스가 윌리안 주제를 막는 과정에서 퇴장당하며 페널티킥 실점을 내줬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중 처벌’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는 퇴장이었다. 이후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진 아스날은 72분 베른트 레노까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다이렉트 퇴장 당하며 1-2로 패배했다.

     

이후 올드 트래포드에서 맞붙은 맨유와 사우스햄튼의 경기에서도 ‘이중 처벌’ 관련 판정 논란이 이어졌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어린 선수인 알렉산드레 얀케위츠가 과격한 퇴장으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맥토미니를 향한 거친 태클이었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퇴장이었다. 논란의 퇴장은 후반전에 일어났다. 86분 앙토니 마샬의 박스 안 침투 과정에서 얀 베드나레크와 접촉이 있었고, 베드나레크 역시 다비드 루이스와 마찬가지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물론 페널티 킥도 주어졌다.


과거 수비수가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의 명백한 득점 기회를 반칙으로 저지했을 때 삼중 처벌이 가해졌다. ①페널티킥  ②수비수의 퇴장  ③퇴장 징계에 따른 이후 경기 출장 정지로 총 세 가지 처벌이 가해진 것이다. 잘못에 대해 징계를 내리는 것은 합당하나, 하나의 사안에 삼중 처벌은 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의견에 따라 어느 정도 수정을 거쳤다. ‘페널티 박스 내부에서 상대의 명백한 득점 기회였더라도 수비수가 공을 보며 터치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다 반칙이 일어난 경우’와 ‘공을 향해 달려가던 공격자와 경합을 펼치려다 반칙이 일어난 경우’에 한해서는 퇴장이 아닌 ‘페널티킥 선언+경고’ 조치로 완화했다. 앞서 언급한 두 경기에서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다.


울버햄튼과 아스날 경기의 심판을 보았던 크레이그 포슨 주심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사우스햄튼 경기의 심판을 본 마이크 딘 주심 모두 VAR을 통해 수비수에게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삼중 처벌 관련 규정의 핵심은 공에 대한 도전의 여부다. 공과 관계없는 폭력적이거나, 고의적이거나, 무모한 반칙에 대해서는 삼중 처벌이 유효하다.


그렇다면, 다이렉트 퇴장당한 다비드 루이스와 얀 베드나레크가 폭력적이었는가? 그렇다고 볼 수 없다. 두 선수 모두 상대 공격수를 수비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딪혔을 뿐이다. 고의적이었는가? 고의적이지도 않았다. 수비하는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두 선수 모두 태클을 시도하는 게 아닌, 뒤따라 들어가던 도중 공격수와 다리가 걸렸다. 그렇다면 무모했는가? 상대 공격수에게 따라붙는 과정이 ‘무모한 수비’라면 박스 안에서의 공격수는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두 경우 모두 페널티킥을 선언하되, 다이렉트 퇴장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어리그의 VAR 시스템 [사진=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심판진의 아리송한 판정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주심의 이름을 대면 대표적인 오심 사건을 줄줄이 나열할 수 있을 정도다. 주심은 경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나 퇴장 관련 판정들은 양 팀의 전술과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019-20시즌부터 리그에도 VAR이 도입되며 이러한 오심을 바로잡을 것을 기대했다. 기대와는 다르게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심판들은 온 필드 리뷰(주심이 모니터를 통해 판독 대상 장면을 보는 행위)를 단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으면서 VAR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온 필드 리뷰를 보는 주심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인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2020-21시즌에 들어 주심들에게 온 필드 리뷰를 적극적으로 행할 것을 권고했다.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VAR 시스템은 이번 경기에서와같이 민감한 판정이 일어날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 밀리미터 단위의 오프사이드까지 잡아내는 프리미어리그의 VAR 시스템이 퇴장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단순한 오프사이드 판독기로 전락하고 만다.


VAR과 별개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주심들의 태도 또한 문제가 많다. 팬들 사이에서 좋지 못한 이유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심판들은 주로 15년 이상 주심을 봐 온 베테랑 심판들인데 이들의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인 경기 운영은 항상 문제가 되어왔다.


“이상적인 심판은 투명 인간이다.”라는 말이 있다. 계속해서 잘못된 판정으로 악명이 높은 심판은 이상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물론 스포츠에서 어느정도 심판의 권위는 인정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나친 권위 의식으로 경기의 주인공이 되려는 심판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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