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튼과의 사투에 모든 힘을 쏟아낸 토트넘은...
FA컵 16강에서 에버튼과 토트넘이 맞붙는 빅매치가 성사되었다. 두 팀 모두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오래된 팀인지라 FA컵 우승을 강력히 원하는 팀이었고,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었다. FA컵 우승을 위해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두 팀이었다.
예상대로 구디슨 파크의 열기는 뜨거웠다.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올랐다. 토트넘은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이 올린 코너킥을 다빈손 산체스가 득점으로 연결하며 0-1 리드를 가져갔다. 지난 리그 경기들과 비교할 때 케인이 선발에서 빠졌음에도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전반전에만 총 11개의 슈팅을 때리며 적극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리드는 얼마 가지 못했다. 에버튼은 토트넘의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으며 36분 칼버트 르윈의 골을 시작으로 약 7분간 3골을 연달아 퍼부으며 분위기를 역전시켰다. 토트넘의 고질적인 수비 집중력 문제가 또다시 터졌다. 에릭 라멜라의 득점으로 3-2를 만들며 전반을 마쳤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 53분 베르바인을 빼며 케인을 교체 투입했다. 오늘 경기 토트넘의 모든 득점에 관여한 손흥민을 왼쪽 측면으로 보내고 케인을 중앙에 위치시켰다. 얼마 뒤 57분 코너킥 장면에서 다시 한번 산체스가 득점을 만들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68분과 83분 히샬리송과 해리 케인이 각각 득점에 성공하며 4-4로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여기까지는 무리뉴 감독의 교체 카드가 적중하는 듯 싶었다. 40개가 넘는 슈팅을 주고받은 두 팀은 또다시 득점을 노렸다.
연장전 시작과 동시에 은돔벨레와 해리 윙크스를 교체했다. 이 선택은 오늘 경기 가장 큰 실수였다. 교체 투입된 윙크스는 터치, 패스, 드리블, 슈팅, 판단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 못했다. 패스는 하는 족족 차단되었고 슈팅은 멀리 벗어났다. 결국 에버튼의 5번째 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턴오버를 범하며 ‘호러 쇼’를 펼쳤다. 토트넘은 오늘 경기를 패배하면서 최근 공식전 5경기 1승 4패의 암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진짜 문제는 이 경기 이후다. 리그에서 8위를 기록 중인 토트넘은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기 위해 갈 길이 멀다. 120분을 뛰며 선수들은 체력을 모두 소진했다. 리그 최종 순위 4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속 FA컵에서 탈락했다. 이번 주말,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최근 극강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맨시티를 상대한다. 맨체스터 시티는 현재 공식전 15연승을 기록 중이다. 작년 11월 22일 토트넘전 이후 22경기에서 오직 7실점만을 허용하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유럽 전체에서 가장 좋은 흐름이다. 시즌 전반기에 만났던 팀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토트넘의 주전급 선수들은 오늘 경기를 통해 체력을 모두 소진했고, 로테이션 자원들은 도저히 믿고 기용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최근 분위기마저 최악이다. 토트넘의 팬들은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안 좋은 상황이다. 과연 무리뉴 감독은 본인 커리어 사상 가장 위태로운 지금, 역전의 기회를 볼 수 있을까. 팀이 가장 어려운 이 순간, 누구보다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야만 한다.
토트넘은 아직 리그컵, 유로파 리그에서 기회가 남아있다. ‘토너먼트의 강자’로 불리던 무리뉴 감독이 시즌을 또다시 무관으로 마친다면, 팬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빨리 팀을 정상화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자료=Go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