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베일과 알리의 '두둥등장'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토트넘은 홈에서 번리를 만났다. 리그 6경기 중 5패를 기록하며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는 토트넘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5위에 머물러있던 번리를 상대로도 승리를 챙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특히나 션 다이치 감독의 ‘늪 축구’에 빠져 쉽지 않은 경기를 펼친 상위권 팀들이 많았던 만큼 어려운 경기를 예상하는 이도 많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골 나왔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와 닉 포프 골키퍼 사이를 노리는 빠른 땅볼 크로스를 날렸고 가레스 베일이 불쑥 튀어나와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른 시간 득점에 성공하자 번리의 두 줄 수비는 크게 휘청였다. 잠시 후 15분에는 가레스 베일의 장거리 패스를 이어받아 케인이 득점에 성공했다. 베일은 전반 시작 15분 만에 1개의 골과 1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우리가 알던’ 베일의 모습을 보였다. 후반 55분에는 손흥민의 정확한 크로스를 받아 한 개의 골을 추가했다. 볼프스베르거 전에서 나온 득점과 비슷한, 간결하고 정확한 슈팅이었다.
가레스 베일은 볼프스베르거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과연 리그에서도 같은 수준의 활약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베일은 이번 경기에서 슈팅 3개와 유효슈팅 2개, 2개의 득점을 만들었다. 1번의 기회 창출을 해냈고 총 4번의 돌파를 시도해 2번을 성공했다. 속도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모습도 보여주며 드디어 어느 정도 컨디션을 찾은 것 같았다. 해리 케인과 손흥민 이외의 득점원이 없었던 토트넘에 베일의 부활은 곧 팀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
볼프스베르거 전에서 주인공은 베일이 아닌 델리 알리였다.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과 두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비록 오늘 경기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을 통해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 72분, 역습 과정에서 케인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질주하는 손흥민을 향해서 뿌린 패스는 날카로웠다. 베일과 함께 살아난 알리, 늘 잘해주던 케인과 손흥민, 오늘 득점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은 듯한 모우라까지. 이 다섯 명의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시너지를 꾸준히 보여준다면 챔피언스리그 싸움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계속되는 수비 불안과 로테이션 자원의 들쭉날쭉한 기량이다. 수비 불안 문제는 이번 시즌 내내 보여주고 있기에 더 언급하지 않겠다. 더 큰 문제는 주전 자원과 로테이션 자원 간의 기량 차이다. 오늘 경기에서는 주중 경기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주전 선수들이 선발로 나와 본인들의 실력을 뽐냈다. 토트넘의 3월 일정은 역시 빡빡하다. 3월 5일 풀럼 원정 경기, 8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홈경기, 12일 디나모 자그레브와의 유로파리그 1차전 원정 경기, 15일 아스날과의 북런던 더비, 이후 다시 19일 디나모 자그레브와의 유로파리그 2차전. 22일 아스톤 빌라 원정 경기까지. 18일간 6경기를 치른다. 3일에 한 경기꼴이다. 주전 자원들에 적절한 휴식을 부여하며 교체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다.
무리뉴 감독의 입지는 현재 계속해서 경질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불안정하다. 계속되는 리그 연패를 끊고 연승 행진을 이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유로파리그 또한 놓칠 수 없다. 이번에 맞닥뜨린 상대는 볼프스베르거처럼 얕볼 상대가 아니다. 최근 공식전 17경기에서 단 2패만을 기록 중인 디나모 자그레브를 넘어서야 한다. 알리와 베일의 부활이 토트넘을 심폐소생 시킬 수 있을지,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3월이다.
사진=연합뉴스
자료=Go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