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준비기 03

일단 싱가포르로

by 욘욘

싱가포르 변호사


곧이어 등장한 새로운 선택지였다.

미국 로스쿨은 이미 포화 상태일 뿐더러, 로스쿨 진학을 위한 LSAT 공부도 만만치 않을테니

아직 폭발적인 인기가 없고, 진입 장벽도 조금 더 낮은 싱가포르 로스쿨을 고려해 보라는 것이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법, 변호사 등등... 이쪽 분야에는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으면서,

그냥 '외국 변호사'라는 한 마디 듣고 마음이 콩닥콩닥해 지면서 인생의 진로를 정하고 있는 나였다.

이또한 노답이었지만, 어찌됐든 노답이라면 멋진 편을 선택하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어쨌든, 아무 맥락 하나 없이 두 지인의 말에 나의 미래 거주지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겨가는 중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주춤하기는 했다.

미국 변호사는 '와!!!!!'라면, 싱가포르 변호사는 '옹??'하는 느낌이랄까.

일단, 국내에서 준비를 시작할 수 있는 미국 변호사와 달리, 싱가포르 변호사는 모든 과정을 현지에서 해야 했는데, 난 싱가포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들어만 봤을 뿐 위치 조차도 몰랐다.

무엇보다도 졸업 이후가 다시 한번 눈에 밟혔는데, 싱가포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채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의 상상 속에서조차 화려한 미래가 그려지지는 않았다. 싱가포르 로스쿨 진학은 유학이 아니라, 곧 이민이었다.


아직까지도 맥락은 없지만, 나름 진지한 고민을 하는 나를 보며 짝꿍은 또 한번 기가 막힌 얘기를 꺼낸다.


우리 일단 싱가포르에 가보자.


사업가들이 해외 진출을 고민할 때 일단 현지부터 가보는거 모르냐며 싱가포르에 짧게 나마 가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다시 한번 도파민이 풀 충전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정말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탔다.

다만 우리의 출근이 걸려 있으니, 1박 3일 일정으로. 그것도, 인천에서 돌아오자마자 오후에 바로 출근하는 미친 일정.

무모하지만 참으로 설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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