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미국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면 어때?
학원 강사 일이 익숙해지며 몸이 많이 편해졌다.
일하는 시간 딱 그때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내 시간이었다.
무료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강사 일을 오래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익숙한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바로 대학원.
박사과정을 시작할 엄청난 동기도 용기도 없었지만, 내가 살아오며 가장 오랜 시간 머물러온 학교라는 공간에 자연스레 더 있고 싶어졌다. 안전하다고 느꼈던 걸까.
가까운 곳에 괜찮은 학교가 있었기에, 그중 나와 가장 맞아보이는 학과를 고르고, 맞아보이는 교수님을 골랐다. 노답이었다.
내가 원하는 학과, 교수님이 아니라, 그냥 서류상 어찌저찌 연결시킬 수 있는 곳을 찾는 나를 보고는 다시 접었다.
차라리 미국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면 어때?
이 한마디로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맞는 대학원을 고르는 과정부터 노답이었지만, 나름 엄선해서 선택했다는 그 전공은 솔직히 졸업하고 나서도 노답이었다.
늘 졸업 후 다음 과정이 안 보이는 선택을 하는 날 보며, 친구가 미국 변호사를 준비해 보라는 뜬금없지만 가슴이 뛰는 선택지를 안겨주었다.
국내에 딱 2곳의 대학원이 '국내에서' 미국 변호사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는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늘 멋지고 싶어하는 내게 너무나도 최적의 선택지였다.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미래이지만, 벌써 내 마음 속의 미래의 나는 변호사가 되어 있었다.
그냥 그렇게 내 희망진로는 미국 변호사가 되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으니, 가장 먼저 내 인생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나 구냥 미국 변호사 할게!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지 솔직히 가늠도 되지 않는다.
아무런 맥락도 없지만 나름 확고한 나를 보며, 이 사람은 인맥을 찾아주었다.
미국 로스쿨 경험이 있는 가까운 지인에게 정보를 구했고,
이번에는 또다른, 또 한번 예상치도 못한 선택지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