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적 독서의 쉰!!세계
추석이 끝나고 독서 토론 모임이 세 개(화요일. 수요일, 금요일)가 연달아 있었다. 9월 세 번째 주부터 책을 빌려 놓았다. 아직 날씨가 선선하지 않았다. 늦여름이 남아 있어서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추석은 또 명절인지라, 준비가 필요하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내일 또~'책은 두꺼운 분량의 책이었다. 그래서 틈틈이 읽어야 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게임에 관한 내용이었다. MMORPG라는 단어를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해서 등장하는 TV 게임 광고에서나 접했던 터라 많이 생소했다. 수요일에 하는 처음 가는 독서모임의 책은 다행히 두께가 얇다. 책을 읽기 위한 약간의 계획을 세웠다. 추석 전에 두꺼운 책은 절반(p300)까지 독파를 하고 대온실 수리보고서'는 갖고 다니면서 기차에서 읽고 얇은 책 '픽션들'은 추석을 마치고 돌아와서 읽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두꺼운 책이 문제였다. 게임 내용이라는 것과 미리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머릿속에 작동이 되어서 읽어도 읽어도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이치고'라는 게임을 만드는 내용부터 조금씩 책장이 넘어갔다. TV화면처럼 연상작용이 잘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반강제적으로 분량을 정해 놓고 접은 페이지까지 목표로 읽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다른 일이 더 하고 싶어졌다. 잠은 더 빨리 쏟아져 눈꺼풀을
타고 무겁게 내렸다. 두려운 불면도 두꺼운 책 앞에서 의무적 독서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시간을 더 촘촘히 쪼개서 책을 어떻게 해서든 읽으려고 했다. 목표로 한 300페이지 까지 보다 많은 400페이지까지 읽어냈다. 여행 가방에는 420페이지 분량의 국내 소설만 갖고 갔다. 틈틈이 읽으면 금방 다 읽을 수도 있을 거다라는 쉬운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소란한 기차 안에서 집중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잠깐 눈을 붙이다가 책을 펴보고 또는 책을 읽어보다가 눈을 감고 있었다. 기차는 20분 연착을 해서 도착지에 내려주었다. 책은 등장인물이 너무 여러 명 나오는 데다가 시대를 널뛰기를 해서 책 멀미가 나올 지경이었다. 마산 시댁에서 잠자리가 바뀌어 빨리 잠이 오지 않아 책을 읽어 보려고 했지만 더워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10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그렇다고 잠도 못 자고 화장실과 방과 거실을 들락거렸다. 아무튼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상경하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과감히 책을 덮었다.
대구역에서 새마을호를 탔다. 일본인 대온실 설계자에 대한 전기를 읽는 듯해서 작가를 다시 보기를 여러 번 했다. 일본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약간의 찬양 비슷해서 불편함이 생겼다. 염상섭의 단편을 읽을 때처럼 일제 강점기의 서민 생활에 대한 그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단상일 수 있겠다.
사이에 끼여 있고 얇다고 제쳐 두었던 '픽션들'을 펼쳤다. 보르헤스 처음 보는 작가다. 예전에 백 년의 고독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생긴 나름의 선입견은 남미 작가는 나와 잘 맞지 않았다. 한 챕터가 100페이지를 읽는 것보다 당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 번을 읽어보았다. 그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예상 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내일 또 내일'의 남은 200페이지와 '대온실 수리보고서' 150페이지, 난해함을 펼치고 있는 '픽션들'까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난해한 책과 아직도 많이 남은 분량이 혼란을 몰고 왔다. 연휴 끝의 어지럽혀진 집안을 약간 정돈하고 피곤을 무릅쓰고 카페에 가서 억지 독서를 감행했다. 식구들을 굶길 수는 없으니 주부로서 밥을 챙겨야 해서 시간은 더 나지 않았지만 '의무적 독서'로 눈길을 돌렸다. 할 일 리스트를 정해가면서 부지런히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책 속의 상상세계와 현실을 넘나들었다. 때로는 이것쯤이 야한 약간의 방심과 호기로움이 시간의 내쫓김에서 위로 아닌 안도를 보탰다. 그렇게 해서 화요일 오전에 하는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다 읽었다. 처음으로 참여하는 수요일 저녁에 하는 독토모임 책 (픽션들) 삼분의 일도 채 못 읽고 갔다. 마지막 책(대온실 수리보고서)은 마음 편히 끝까지 완독을 하고 금요일 오전 줌으로 했다.
1200페이지 분량의 책을 1000페이지 정도 읽어냈다. 돋보기를 착용하고 몇 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연휴가 길어서 시간이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그시간이 되면 의외성이 발생한다.
하지만 독서력은 생겼을 것이다. 아니 생겨야 한다. 픽션들이라는 책은 '환상적 사실주의'라는 장르라서 다른 사람들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생뚱맞은 책도 읽어봐야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된다. 한 번씩 두뇌를 쥐어짜는 고통을 겪어야 세상을 이해하는 식견이 넓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11월에 세 모임에서 정해진 책은 '내가 늙어버린 여름', '파우스트',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