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란

by 이학영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 주변의 차별을 처절한 노력 끝에 극복하는 만화들을 보며 성장해 왔다. 무릇 소년 만화들이 그러하듯 보는 것 만으로 '노력 = 뜨거운 것'이라는 이질적 공식을 떠올리게 된다. 허나 뜨거운 성취의 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고, 그 성취를 위한 노력의 시간은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고 고요하다. 소년 만화를 보며 성장한 세대는 차가운 노력에 무언가 잘못됨을 느낀다. 노력하며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음에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뜨거움을 느끼는 노력을 위해 노력한다. 많은 일들을 회피하고 뜨거움이 느껴지는 노력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마치 목표를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듯하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스치듯 지나지는 성취의 순간은 무겁고, 차갑고, 끊이지 않는 노력의 가장자리에 있음을.


노력을 이어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관찰, 관조, 관망이 이어져야만 한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 모든 순간들을 인수분해하여 오롯이 느껴야만 한다. 그리고 의심해야 한다.


'Muss es sein?'


그래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래야만 한다라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제삼자의 시선으로 관조해야 한다. 내 자신만의 관점으로 포착할 수 없었던 지점들을 다시금 차갑게 가라앉은, 제삼자의 시선으로 관조해야 한다. 때론 ai와의 대화가 이 과정에서 효과적일 때가 있다. 그리고 그다음을 관망한다. 이후 펼쳐질 미래를 미리 점쳐보며 이를 위해 행동한다.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한다.


나는 이 과정을 '복기'라고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승리를 하든, 패배를 하든, 멈춰 선 체스판 앞에 묵묵히 앉아 다시금 되돌아보는 것. 그리고 한 발씩 더 나아가는 것. 내가 찾은 가장 짧은 순간에 성취를 만끽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지극히 에피메테우스적 인간임을 엄숙히 인정한다. 하루하루 실수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 후회를 하고 부끄러워하되 나아가는 것. 그것이 인간임으로. 그러기에 나는 'Yolo'를 부정한다. 우리는 단 한 번만 살아가는 것이 아닌 단 한 번만 죽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고 실수할 것이다. 삶은 이어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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