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디자인하기

by blank

6개월 전, 3년 간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나는 처음으로 노선을 벗어난 기분을 느꼈다. 막상 그것은 딱히 홀가분하지도, 당장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보다 선명하게 들었던 생각은 한번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봐야지, 하는 것이었다. 회사에 사표를 내기까지의 지지부진했던 나의 고민들과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풀어보기로 하고, 일단 퇴사를 한 후에 나는 조금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었다고 느꼈다.


고등학교 때 인문계였던 우리 반 모든 친구들이 대입을 목표로 하고 대부분이 성적대로 대학에 입학했듯이, 대학교 때 경제학과에 입학한 나는 주어진(또는 주어졌다고 느껴진) 몇 가지의 진로 중 하나를 골라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몇 안 되는 선택지의 회사들에 지원해 합격한 곳 중 가장 좋다고 알려진 곳을 골라 입사했다. 입사한 후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회사 내의 부서, 그 부서 안의 팀에도 모두 순위라는 것이 있었다. 내가 속하게 된 사회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알려진 쪽을 향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커리큘럼이다.


퇴사를 저지름으로써 나는 내가 경마장 밖으로 쫓겨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 발로 걸어 나온 것이든 아니든, 일단 나는 아예 게임에 참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이력은 평생 남아 원래 내가 애써오던 경쟁에서 나를 보잘것없는 참가자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해버림으로써 나는 내 마음속에 너무 크게 자라오던 승부심을 절개해 버렸다. 마음속에 승부심이 너무 커져버려 다른 마음들이 그 밑에 숨을 못 쉬고 눌려있는 것 같았다. 그 마음들을 꺼내 숨을 쉬게 하고 자라나게 하고 싶었다.


글을 쓰고 싶었던 마음,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며 몸을 돌보고 싶었던 마음, 세상이 더 나은 곳으로 변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던 마음, 사람들에게 대가 없이 잘해주며 함께 살아가고 싶었던 마음. 이러한 마음들은 회사를 다니며 점점 냉소적으로 변하던 내게 계속해서 외면받았지만 경쟁을 위한 경쟁은 심지어 나의 적성에도 잘 맞지 못해서, 나는 결국 회사에서 튕겨져 나오는 기분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정말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는 것뿐이다. 저번 회사에서의 경험을 나는 실패라고 겸허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그곳에서의 정량적인 성과를 떠나서, 나는 그곳에서 행복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내가 맞지 않은 옷을 입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정말 내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멋진 옷을 다시 갖춰 입어보려고 한다. 그래야 어디를 가든 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까.


올해는 2주에 한 번씩은 브런치에 에세이를 쓰기로 목표를 잡았다. 항상 원했던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내 지식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국제 대학원에 등록했다. 건강하고 맑은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하프 마라톤 완주도 목표로 할 것이다.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내가 지금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내가 그리는 모습에 성큼성큼 다가가는 것이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