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후면 꿈에 그리던 남미 여행을 간다. 주변의 반응은 정말 부럽다거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응원해주는 반응과 온갖 흉흉한 사건들을 열거하며 악담인지 걱정인지를 억지로 집어넣어주는 반응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둘 다 나를 생각해주는 것이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전자의 반응이 훨씬 좋다. 내가 후자가 주장하는 사실들을 인지하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위험성과 불안감은 내가 가장 많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아예 그 길을 가지 않아버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남미 여행은 어찌되었든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대체 왜 남미 여행을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지구 반대편 대륙에 대한 궁금증이다. 물론 세계 불가사의라는 마추픽추나 자연의 막강함에 겸허해진다는 이과수 폭포를 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러나 내가 그만큼 또 보고싶은 것은 남미 대륙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회사원들이 점심을 먹는 곳은 어디인지, 내 또래 젊은이들이 커피를 마시고 작업을 하는 곳은 어디인지, 그리고 그러한 풍경과 그들의 표정은 어떠한지가 궁금하다.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양식을 접하는 것은 나의 삶의 가능성의 폭을 넓혀준다. 우리나라만 해도 각양각색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후가 다르고 인종이 다른 곳에서의 삶은 또 다른 차원이다.
다음으로는 여행이라는 경험 그 자체이다. 자유여행은 막상 준비를 해보면 정말 귀찮고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자신이 챙겨야 한다. 이번 남미 여행은 더더욱 그렇다. 총 28일 동안 5개국을 다니려면 국가 간 비행기, 버스 등 이동수단부터 숙소, 투어, 유심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 현지인들에게는 자연스럽지만 여행자들은 아주 간단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도 온갖 생소한 시스템을 다 익혀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생기는 감정이 있다. 또 한 곳에서 해내고 왔다는 느낌. 설령 가서 무엇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려 곤경을 치렀을지언정 나의 생존 능력치는 이렇게 또 한번 올라갔다.
짐도 얼추 다 쌌고, 데이터 로밍까지 신청해 놓은 지금, 마음 속에는 꽤나 설렘이 가득하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라 분명 심심할테지만, 그 만큼 나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번 여행은 더더욱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음식점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궁금했던 것들을 적극적으로 눈에 담고 돌아올 것이다. 유명지 도장깨기 같은 관광객의 자세가 아닌, 여행지와 내 자신의 관찰자의 자세로 한 달 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