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네, 나의 역사

06. 서운체육공원

by 우와함께
서운체육공원의 축구장과 그 뒷편에 있는 농구장


이곳이 이렇게 변했을 줄이야.


서운체육공원은 산책로 한편에 있는 공원이다. 다른 공원들과 다르게 넓은 공터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운동기구, 농구대, 축구대, 인라인 스케이트장까지 갖추고 있어 동네사람들이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게다가 동네 행사가 있을 때면 이곳에 있는 야외 공연장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가끔은 불꽃놀이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화장실이나 매점 등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변화를 알아챈 것은 사진을 촬영하러 가면서였다. 내 기억 속 공원은 위에 적은 넓은 터와 농구대와 축구대, 커다란 사이클 경기장, 그리고 테니스를 할 수 있는 건물 뿐이었다. 어릴 적부터 많은 변화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되려 오랜 시간 동안 깨끗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 곳이라 관리를 정말 잘한다고 느낄 정도였다. 물론 조형물이 설치되는 등 가끔씩 다른 변화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공원의 뒤쪽으로 이렇게 넓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싸이클 경기장을 끼고 공원을 크게 돌았다. 기억이 맞다면 그곳은 주차장이 나오고 빈 터가 있어야 할 곳이었다. 그런데 내가 마주한 것은 두 개의 큰 건물과 그 앞에 넓은 공간이었다.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니 지난 14년에 개최됐던 아시안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 듯했다. 그렇다면 나는 9년만에 그 사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동네가 이렇게 크게 변하는데도 정말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문득 예전 대학동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배구 경기를 보러 우리 동네를 온다는 얘기였다. 그 친구가 왔던 그 경기장, '계양체육관'이 눈앞에 있었다. 그 당시에 나도 "우리 동네에 배구경기할 데가 있어?"라고 되물었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우리 동네의 변화를 정말이지 모르고 있었다.

아시아게임이 끝난 이곳은 주민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누군간 걷고 누군가는 쉬고 또 누군가는 배드민턴을 치거나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동네에서 나름 가장 변두리에 있는 공간이었음에도 주민들은 공간의 틈을 속속 채우고 있었다.


공원 안쪽에 있는 경기장


경기장 공터를 가로질러 걸어가니 내가 알지 못했던 한 가지 변화를 또 마주했다. 바로 '계양꽃마루'였다. 처음 이곳에 들어섰을 때 마치 낮은 곳에 위치한 하늘 공원에 들어온 듯했다. 구불구불 난 산책로의 옆옆으로 푸릇푸릇한 풀들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산책을 하기도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중간에 세워진 2층 정자에 앉아 쉬기도 했다.

계양꽃마루는 정말이지 잘 만들어진 쉼터였다. 언젠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풀들은 쉼없이 자라나고 있었고 산책길은 거칠지도 그렇다고 인조적이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쉬엄쉬엄 걷기 좋은 길이었다. 거기에 중간중간 놓여 있는 포토존과 쉼터는 걸음에 무리를 덜어주기에도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곳과 이어지는 풍경이었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 산책로는 밭길과 몇 채의 빌라단지로 이어지고, 특히 밭길에서는 고속도로의 길이 보인다. 이곳 꽃마루에서도 불이 켜져 있는 빌라가 있었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차들이 저 멀리 지나가고 있었다. 반대편으로는 높게 올라간 아파트들 뒤로 보란 듯이 계양산이 서있었다. 비록 이어지는 모든 풍경이 자연이었던 것도 아니고 계양산 마저도 아파트 뒤편으로 보이는 것이었지만 그랬기에 이곳이 더욱 평화롭게 느껴졌다. 내가 일상에서 살아가는 이 도시들 사이에서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 마저도 모든 면이 아파트로 쌓여있었으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고속도로 방향의 하늘이 시원하게 뚫려있었기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인 듯하다.


서운체육공원은 동네에 지냈던 모든 시간동안 꽤 중요한 놀이터들 중 하나였다. 나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운동을 하기도 축구를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동네는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빌라는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층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또 어느 쪽에서는 산업단지가 건설되기도 했다. 그런 '도시화'된 변화 속에서 찾아간 나의 놀이터는 여전히 놀이터였고 더 나아가 쉼터가 돼 있었다. 한편으로는 더 큰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그래도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으려는 듯 자연의 영역 또한 늘어나있었다. 나의 도시화 과정에서 찾아올 수 있는 이런 쉼터의 발견은 정말이지 반갑고 행복한 것이었다.


아파트 뒷편으로 보이는 계양산(좌) 2층정자에서 쉬고있는 주민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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