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1818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셸리 Mary Wollstonecraft Shelley 가 익명으로 세상에 내놓은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초판에 대한 당시 문학적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이 작품이 고전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1960년대 인권 운동이 활발해지고 포스트모더니즘·페미니즘 문학비평이 대두되면서부터다.
작품은 영국을 대표하는 19세기 과학소설이자 SF 문학의 효시라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 19세의 여성 작가가 과학기술과 생명 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몇 백 년 전 앞서서 상상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생명 창조와 관련된 수많은 SF 문학과 소설의 뿌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로버트 월튼 선장은 자신이 북극으로 가는 항로 개척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영국에 살고 있는 누이 사빌에게 편지로 알려준다. 항로개척이 초기만큼 잘 진척되지 않고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사실도 알린다. 그 와중에 개 썰매로 어떤 대상(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을 쫒는 프랑켄슈타인과 만난다. 월턴은 쇠약한 프랑켄슈타인을 배로 옮겨 극진히 간호한다. 그리고 월턴은 프랑켄슈타인의 사연을 듣게 된다. 그는 제네바의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으로 가 생명의 비밀을 캐려는 욕망에 불타고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몇 년 후 마침내 그것을 알아낸다. 그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그는 묘지에서 주워온 시체 조각들을 이어 붙인 몸을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살려낸 것이다. 하지만 깨어난 생명체의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에 놀라 그는 실험실을 도망쳐 나온다. 결국 자신의 생명 창조 행위가 어떤 결과와 재앙을 가지고 왔는지 느끼며 후회한다. 그 후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고 그의 가족에게도 끔찍한 비극이 일어난다.
* 『프랑켄슈타인 :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가 왜 대단한가
메리 셀리는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단지 무서운 공포 이야기를 쓸 작정이었다. 그 친구들은 당시 유명한 낭만파 시인들이었다. 무엇이 어쨌든. 사실 그녀도 몰랐겠지만 그녀는 공포 이야기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프랑켄슈타인 :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안에는 메리의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진 세상이지만 현실의 사회, 정치, 경제적인 주제들이 다양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19세기 소설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여성의 문제와 부유한 계층과 가난한 계층의 사회 계급 구조는 또 다른 버전으로 소름 끼칠 정도로 현재와 닮아있다. 소설은 단순히 물리적 주제의 고찰로만 끝나지 않는다. 철학적 종교적 도덕적 윤리적 주제들이 서로 섬세하지만 예리하게 얽혀 있다. 괴물이 끊임없이 자기 존재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인간에 대한 문제, 정체성의 문제, 실존에 대한 문제와 맥을 같이 한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죽음이라는 인간의 유한성을 제거하고 영생을 얻으려는 인간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신의 창조 영역까지 침범한 인간의 선 넘는 행위는 종교적 측면에서 논쟁의 소지를 만든다. 그리고 괴물을 방치한 프랑켄슈인의 행위와 괴물의 악하고 폭력적인 행위를 어떻게 볼 수 있는지와 관련된 인간 본성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주제들도 담고 있다.
* 프랑켄슈타인의 그림자, 괴물, 그리고 AI
『프랑켄슈타인 :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은 자연적 순리를 역행하고 죽음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만용과 과학적 지식을 책임 있게 사용하지 못한 프랑켄슈타인의 또 다른 그림자일 수 있다.
선장 월턴과 프랑켄슈타인의 대화 속엔 끊임없이 과학발전과 과학 지식에 대한 지나친 탐구 욕망의 위험성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일이 인류에게 봉사하는 것이고 그들에게 유익하다고 굳게 믿는다. 월턴은 미지의 북극지역을 탐색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북극에 대한 정복욕을 불태운다. 프랑켄슈타인은 죽음이라는 것을 정복하고 인류에게 공헌할 목적으로 죽은 자의 생명을 살려낸다. 위험한 신념과 사명감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
여기서 작품은 자연을 침범하고 도 넘는 발전을 지향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진정으로 인류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묻고 있다. 그 경고는 과거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AI 개발과 유전공학 분야에서 브레이크 없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현 인류에게 더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자칫 또 다른 프랑켄슈타인의 그림자,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할 때란 말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그림자가 멀리 지평선까지 흐릿하게 드리워져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뉴스에 출몰한다.”( 소설의 서문, <프랑켄슈타인의 미래> 일부)
찰스 다윈의 1859년 『종의 기원』이 발표된 이래로 인류는 생명 창조의 영역이 신의 영역인지 결론짓지 못했다. 최근 유튜브에서 저명한 석학들인 다윈론자 리처드 도킨스와 반대 입장의 프란시스 콜린스가 신이라는 지적 설계자의 유무를 놓고 토론과 논쟁을 벌이는 것만 봐도 인간이 생명 창조의 영역에 관여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토론이 정말 부러웠다. 서로 상반된 가치를 가지고 건강한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류가 지적 생명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어쨌든...
최근 Open AI에서 출시된 생성형 Chat gpt가 단순한 분석적 정보처리 수행능력뿐 아니라 딥러닝을 통한 창의적 능력까지 장착시키고 있다는 것에 전 세계가 놀랐다. 게다가 아직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수행능력을 능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뒷골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최근 인공지능의 대부로 꼽히는 제프리 힌터 교수가 AI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오랜 세월 일했던 구글을 그만두었다. 그는 킬러 로봇의 현실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 AI가 생성하는 가짜 사진과 동영상, 글이 넘쳐나며 사람들은 더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될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인간을 뛰어넘는 AI 출시가 앞당겨질 것이며 노동시장에 미칠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라 지적한다. 그래서 자본이 투자되는 기업 간 과열된 경쟁엔 국제적 규모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AI는 선과 악을 행하는 거대한 힘을 갖고 있다. AI에 대한 선의의 의존조차도 기계 작동법을 잊어버릴 정도가 되면 인류문명에 위험할 수 있다” 제프리 힌터
*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의 불, AI
사실 『프랑켄슈타인』의 제목의 부제가 『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예지자이자 인간을 창조한 생명 창조의 신이며,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신이다. 메리 셀리는 생명창조의 주제를 자신의 소설에 녹여내면서 프랑켄슈타인의 생명 창조의 행위를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 차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초 프랑켄슈타인의 과학 발전의 욕망은 자신이 창조한 인류가 유익하도록 불을 가져다주고 싶었던 프로메테우스적 욕망과 일치한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의 이야기가 절정으로 갈수록 생명 창조의 욕망이 어쩌면 인간에게 빛이 아니라 어둠을 선사할 수 있음을 명백히 경고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창조한 인간들은 잘 작동하고 있나? 제우스의 반대를 무릎 쓰고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것은 잘한 일인가? 그들에게 전달한 불이 인간에게 이롭기만 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불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인간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들을 해왔다. 사실 불 없이 생활했던 원시인류가 있었다. 이제 인류는 불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도 힘들고 불에 의존하지 않고 생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불의 파괴력 또한 그에 못지않다. 그렇다면 AI 개발이 인류에게 또 다른 버전의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아닐까? 빛이 될까 어둠 될까? 누구도 알 수 없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지난 2018년 구글 타운홀에서 "AI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며 "전기나 불보다 더 심오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는 인류의 이익을 위해 불을 이용하는 법을 배웠지만 그 단점도 극복해야 했다. 내 요점은 AI가 정말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AI의 빠른 발전에 우리가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AI 규제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피차이는 AI 규제나 남용을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고 국가 간 조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그랬듯 혁명적 기술의 양면성은 필연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가까운 미래를 위해 인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AI가 프랑켄슈타인의 그림자,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눈앞에 다가온 미래에 정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일 때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잡아 먹히지 않으려면 그것도 매우 조속히....
* 참고 문헌
1. 『프랑켄슈타인』, by 메리 셀리, 이미선 역, 황금가지, 2004.
2. 구글 CEO "AI 기술 빠른 발전에 사회가 대비해야", 뉴시스
jabiu@newsis.com 2023.04.18.
3. "솔직히 너무 두렵다"... AI 대부, 공포의 경고, YTN 자막뉴스, 2023년 05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