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에세이 10 『검은 말 Dark Horses』
인간은 결핍의 존재다. 그리고 그 결핍이 꿈을 낳는다.
자크 라깡 (Jacques Lacan)
꿈꾼다는 말은 참으로 요상하다. 우린 밤에 꿈을 꾼다. 늘상 원하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전자와 후자가 합쳐진다. 바라는 것, 열망하는 것을 자는 동안 꿈꾸기도 한다. 즉, 무의식적이던 의식적이던 원하는 것을 잠자는 동안 꿈꾼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자면 꿈은 억압된 욕망이 표현된 방식이다. 특히 성적, 공격적 욕망 같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욕망이 무의식 속에 억눌려 있다 꿈을 통해 드러난단다.
그래서인지 꿈에선 간접적 욕망 충족이 가능하다.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은 결핍을 꿈꾼다. 바꿔 말하면 그 꿈은 현실 속 실현이 아니라 결핍의 투사이자 무기력한 대리 충족이다.
이런 점에서 클레어 키건 Claire Keegan의 단편 『검은 말 Dark Horses』은 주된 메시지를 전달하려
꿈이라는 장치를 매우 유용하게 쓴다. 첫 문장부터 꿈이다.
“ 밤이면 브레디는 여자가 그의 삶으로 돌아오는 꿈을 꾼다. 그녀는 커다란 사냥용 말과 함께 마당에 있다. 웃으며 검은 말을 칭찬한다..... 저 멀리 들판에서 사냥개들의 소리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꿈속에서는 브래디의 개들이다. 저 사냥개들을 불러 모아서 집으로 들여보내려면 한참 걸린다.”
주인공 브래디는 소를 키우는 일을 한다. 돈에 쪼들리고 자신이 관리하는 농장도 망하기 직전이다. 그런 그는 거의 매일 밤 떠나버린 그녀가 그에게 돌아오는 꿈을 꾼다. 그날도 그랬다. 그는 예전 고용주였던 레이든에게 전화해 돈을 좀 꾸려고 한다. 레이든의 호출을 받고 그에게 간다. 그러나 그는 돈을 주는 것을 미적거리며 브래드를 낮부터 술집으로 데려간다. 이미 술집은 그들이 아는 주당들로 가득하다. 술집 안 그들이 뿜어내는 알코올 기운과 무기력이 브래드에겐 익숙하다. 그곳에서 브래드는 그녀와의 첫 만남을 회상한다. 그녀에겐 한 살짜리 개 서러브레드 한 마리와 사냥에 능숙한 멋진 검은 말 한 마리가 있었다. 그것들은 그녀에게 가족이다. 첫 만남 후 그녀의 초대로 그녀의 집으로 간다. 그녀와 함께하며 그는 진정한 성인 남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가진다. 그녀를 위해 장을 보는 것 등 그녀와 함께 사소한 일상을 함께하는 것으로도 진정한 남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그의 생활은 성실하지 못했고 술에 의존했으며 때론 음주운전도 한다. 그의 무책임과 무능력, 소통 능력의 한계는 집 안의 가장이 되기엔 모자랐다. 어느 날 참다못한 그녀는 그에게 남자로서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는 선을 넘는다.
“ ”꺼지라고 했죠 “.... “내가 밖으로 나가서 대문을 열고 말을 쫓아냈어요.”... “그녀가 기회를 한 번 더 줬지만 예전 같지 않았죠. 예전과 달랐어요””
그녀와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쫓아내고 그녀를 떠나게 한 것은 그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녀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할 용기와 자신이 없다. 그녀가 돌아온다 한들 그의 뼛속까지 스며든 좌절감과 패배감이 그녀와 재결합을 어렵게 할 것이다. 스스로 그녀와 그 사이에 그어버린 선 밖에 그는 서 있다. 그래서 그는 현실이 아닌 꿈에서 그녀를 꿈꾼다.
“신발도 벗고 싶지만 두렵다. 신발을 벗으면 아침에 절대 다시 신지 못할 것이다.... 이제 겨울이다. 저 밖에서 뭘 하는 걸까?... 브레디는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오직 그녀만을 생각한다.... 곧 그녀가 돌아와서 그를 용서하리라... 잠이 그를 덮칠 때 이미 그녀가 거기에 있다. 그녀가 창백한 손을 그의 가슴에 올리고, 그녀의 검은 말이 그의 들판에서 다시 풀을 뜯는다.”
그녀가 없는 그의 삶은 정돈되지 못하고 파괴적이다.
하지만 브래드에게 그녀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어떤 노력도 힘겹다. 그가 보여주는 삶의 자세는 그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진정한 모지리다. 꿈속에서 결핍을 채운다. 깨어난 후엔 다시 참담한 현실과 마주한다. 오히려 그는 현실에 머물기보다 꿈속에 머물길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꿈이 깊어지고 길어지면 죽음이 될 수 있음을 그는 짐작한다.
사실 꿈의 원인인 결핍은 인간 삶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 결핍을 메우려는 현실적 열정과 노력의 과정들이 있어야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속에서 건강한 삶이 지속가능하다.
하지만 그날 밤도 일상이 힘겨운 브래드, 꿈을 현실화시킬 용기가 부족한 브레드, 찌질하지만 짠한 브래드는, 꿈이라는 공간으로 다시 기어 들어간다.
참고문헌: 『푸른 들판을 걷다 Walk the Blue Fields』,
클레어 키건, 역 허진, 다산책방,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