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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재회

by 전선훈

해외 영업을 시작하고 만난 바이어들과 아직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바로 테리(Terry)와 짱(Trang)이라는 이름의 친구들이 있다.


해외영업을 하면서 많은 오더를 밀어주어 최고의 매출 기록과 최단기간 승진의 기록을 누리게 해 주었던 고마운 친구들이고 가끔 영상통화를 하며 안부를 묻곤 하는 사이가 되었다.


과거엔 홍콩 국적이었지만 홍콩섬이 중국으로 반환되던 시기에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캐나다 국적이 된 친구들이어서 서로 왕래를 하기도 어려운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다.


며칠 전 연락도 없이 갑작스레 가게를 방문하였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고 최근에 비슷한 시기에 두 부친이 세상과의 이별을 하여 머리도 식힐 겸 해서 나를 찾아온 것이라고 하였다.


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들었던 부친들의 우정에 관한 얘기를 적어 봅니다.



테리와 짱의 부친은 문화 대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에 광동성에 살고 있었다.


북경에서 시작된 문화 대혁명의 광풍이 광동성까지 영향을 미칠 때까지 두 분은 그저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테리의 부친은 작은 원단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었고 짱의 부친은 광동성에서 해산물을 유통하면서 일반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평소에 친분이 있지는 않았다.


사업의 분야와 시장의 구역이 다르니 서로 만날 일도 없었다.


다만 테리의 아버지는 중국 공산당의 광동성 지부에 속해 있는 말단 당원이었다.


공산주의의 정치적 이념을 실행하기 위한 정치적 활동가는 아니었고 본인의 사업에 조금 도움이 되고자 가입한 것이었고 광동성 내에 있는 당원들 인민복을 납품하기 위한 사업의 수단이었다고 한다.


상부에 있는 당 간부들에게 뇌물을 상납하며 공산당 납품은 대부분 테리 부친의 몫이었으며 그 영향으로 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꽤 부유하게 살았다고 한다.


짱의 부친은 해산물 유통을 하였지만 선주들의 해산물 가격 담합과 물량 빼돌리기 등의 횡포로 인해 그리 큰 돈은 벌지 못했다고 한다.


외상 거래도 많이 하여 실제로 손해를 보고 장사하는 경우도 많았고 늘 풍족하지 못한 삶의 현실에 비관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하였다.


서로의 생활 환경과 삶의 배경이 서로 다른 그 둘은 문화 대혁명이 벌어지던 10여 년간의 시간에 완전히 뒤바뀐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 문화 대혁명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폭력뿐만 아니라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상처와 악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하지만 혁명이라는 단어는 추종 세력이 만들어낸 것이지 실제로는 권력욕에 찌든 뒷방 늙은이가 자기 권력욕을 위해 수많은 국민을 부추겨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든 사건일 뿐이다.


어찌 됐던 이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의 생과 사에 대한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북경에서 시작된 광풍은 얼마 지나지 않아 광동성까지 몰아치게 되었고 그 첫 번째 과정이 정치적 의견을 함께하는 홍위병 모집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비록 말단이기는 했지만 공산 당원이었던 테리의 부친은 정치적 관심은 없었지만 소속 지부의 명령에 의해 자동적으로 홍위병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고 평소 본인의 비관적인 삶의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던 짱의 부친은 홍위병으로 바로 가입을 하였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생활 전반에 퍼진 불합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하는 줄 알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활동의 목적과 반대되는 사람에 대한 테러와 전통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활동이 점점 거세지자 두 사람은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활동 중인 홍위병들의 기세에 눌려 누구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점점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홍위병들의 활동에 점점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고 하였다.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은 늘 뒤에서 홍위병 무리를 따라만 다니며 구호만 외치는 아주 소극적인 활동만 하였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자신들도 똑 같이 당할 수 있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봉건적인 사상으로 취급된 공자의 사당은 홍위병들의 무자비한 도끼 난도질로 무참히 부서졌고 아무 관련 없는 사당 관리인이 무참히 살해되는 모습을 목격한 두 사람은 뒤로 떨어져 나와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두려움에 떨며 나무 계단 밑에 숨어있던 사당 제례인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고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행동하였다.


만약 누군가 그 상황을 목격이라도 했다면 두 사람은 바로 자아비판을 한 후 죽임을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눈을 마주친 제례인은 눈인사로만 고마움을 표시하였고 두 사람은 자연스레 그곳을 벗어나 일행에 합류를 하였다.


서로 같은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자연스레 친분을 갖게 되었다.


늦은 저녁 홍위병 일행은 박살 낸 사당을 뒤로하고 오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의 지시사항을 끝내자 다들 의기양양하게 해산하였다.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있었고 조금 전 있었던 일들에 대한 장면들이 떠올라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다소 진정시키려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소개를 하였고 비슷한 나이고 하니 서로 친구가 되기로 결의를 하였다고 한다.


오늘 사당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약속하였고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암울한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 바라는 속마음이 남에게 들키지 않도록 행동하자고 약속하였다.


홍위병들의 활동은 점점 잔인 해졌다.


자기들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고문과 폭행을 일삼았고 그들이 평생 일군 자산들도 순식간에 불태워버려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 버렸다.


두 사람은 점점 홍위병의 활동에 흥미를 잃게 되었고 개인의 생각들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두 사람은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만큼은 행복해하였다.


과거의 삶은 이미 지나간 시간이었기에 과거의 삶에 대해서 별다른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다만 현재는 소극적인 활동을 하지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직 속에 포함되어 있으니 이렇게 라도 목숨을 이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문화 대혁명 기간 중에 두 사람이 경험한 것 중에는 미풍양속들은 봉건 잔재 취급을 받아 금기시되었고 자식이 부모를 혹은 학생이 선생님을 공격하는 행위들이 장려되는 현실이 정말 참담하게 느껴졌었다.


계속되는 이런 현실이 두 사람 사이를 더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고 암담한 현실을 피하기로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되었다.


두 사람은 가족과 함께 떠나기로 마음먹고 최대한 빨리 홍콩으로 이주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평소에 짱의 부친이 알고 있던 선주에게 부탁하여 밀항 일자를 확정하였고 테리의 부친은 가지고 있던 재산의 대부분을 현금으로 바꾼 후 선주에게 사전 지불을 하였고 주변 사람들 모르게 이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이 빌미가 되어 테리의 부친이 곤경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테리의 부친을 계속 주시하던 한 홍위병이 테리의 아버지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당 간부에게 알리면서 테리의 아버지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과거에 테리의 부친은 가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핍박하여 부를 축적하였고 그 축적된 부를 위에 상납하여 부정부패를 일삼았던 악질 자본가여서 반드시 처벌이 필요한 요주의 인물이라고 일러바친 것이었다.


아마도 당원이 아니었으면 바로 자아비판을 진행하였겠지만 평소 안면이 있었던 간부이기에 대중 앞에서 자아비판을 받게 될 날짜를 미리 알 수 있었다.


자아비판이 진행되면 대부분 즉결 처분을 받는 일이 대부분이었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밀항 날짜를 앞당기기로 하였고 가족들을 항구 주변의 지인 집으로 피신을 시켰다.


하지만 테리 부친을 감시하던 밀고자에 의해 밀항 계획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두 사람은 밀고자를 만나 회유를 해보기로 하였다.


저녁과 술을 간단히 마신 일행은 약간의 언쟁을 하였지만 그들 앞으로 내어준 돈의 힘은 정치적 이념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밀고자에 대한 회유가 끝나고 두 사람은 바로 밀항을 하기로 진행하였다.


준비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그냥 몸만 가야만 했다. 두 가족이 함께 가는 것이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해야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홍콩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은 힘들고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었지만 두 가족은 서로를 챙기며 살아가는 가족 관계 이상이 되었다고 하였다.


그런 두 가족의 인연이 테리와 짱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의 비즈니스를 살펴주면서 살아오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었다.


이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인연이 되었고 그 인연을 나도 이어갈 수 있으니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다.


Goodbye my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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