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 되면 늘 설레는 마음이 든다.
휴일의 시작이 되는 날이다 보니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몰리고 매번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하는 날도 바로 금요일 저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찜통 같은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금요일 저녁은 그냥 평범한 날이 되어버렸고 시끌벅쩍하던 분위기도 오래된 기억이 되어 버렸다.
“여보. 7시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개시를 못하네. 불타는 금요일 맞나? “
”그러게. 상가에도 다니는 사람이 없네. 너무 더워서 안 나오는 것 같아. “
”상식적으로 더운 날에 맥주가 잘 팔려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베트남 살 때를 생각해 보면… 안 그래? 하하하.”
“사시사철 더운 날씨여서 타이거 비어 마시며 더위를 날리곤 했는데…호호호.”
“하… 타이거 비어 좋지. 생각나네. 퇴근 후 아파트 베란다에서 한잔 할 때의 기억… 하하하. “
”이제는 한국 날씨가 동남아보다 덥다고 하던데… 이젠 피서를 동남아로 가게 생겼네.”
“그래야겠는데… 하하하.”
날씨가 더워지면 밖에서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들 텐데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상가는 오히려 찜통 같은 더위가 직격탄이 되어 버린다.
숨쉬기조차 힘든 무더운 날씨에 아무도 나오려 하지 않고 그냥 에어컨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반화되어 버린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보. 오늘은 최저 매출 기록 당첨이 된 것 같으니 일찍 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자.”
“그래요. 그게 나을 것 같네요.”
”잘못하면 1시까지 먹는 손님들이 올지도 모르니까 빨리 정리하고 퇴근하자고. “
그렇게 금요일 저녁 시간의 최저 매출을 기록하고 마감 정리를 하는 도중에 처음 보는 손님 두명이 들어오고 말았다.
”어서 오세요. 편한 곳으로 앉으세요. “
”몇 시까지 하시죠? “
”네. 1시까지 하니까 천천히 드세요. “
몸은 마감 중이었지만 입은 마감시간이 안된 상황이어서 자연스럽게 영업시간을 얘기하고 말았다.
”여보. 어쩔 수 없이 1시까지 있어야겠네. 호호호. “
”그래야지. 하하하. “
문을 닫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다른 손님이 더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그 이후 더 이상의 손님은 없었고 그 두 명이 마지막 손님이 되었다.
그 둘은 전작이 있었는지 목소리가 꽤 컸고 서로 경쟁하 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부장님. 요즘 회사 내에서 떠도는 소문 알고 계시죠?”
“무슨 소문인데?”
“에이… 차장인 저도 들은 소문인데 부장님이 모르실리 없으시죠.”
“난 정말 모르겠는데… 나야 지방 공장에 근무하고 있으니 알 수가 없지. 무슨 소문인지 궁금해지는데…”
“네? 정말이세요?”
“그래. 빨리 얘기해 봐.”
두 사람은 목이 탄 듯 맥주를 원샷으로 마시더니 2잔을 추가로 주문을 했다.
“네. 알겠습니다. 가져다 드릴게요. “
맥주를 따르는 동안 그 소문이 무얼까하는 궁금증이 들었고 의도치 않았지만 귀를 기울여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 소문이 뭐냐면… 회장님의 사생아 얘긴데… 정말 모르세요? “
”뭐? 회장님의 사생아? 처음 듣는데…“
”글쎄. 회장님이 베트남에 애가 있데요. “
”와. 사실이라면 정말 쇼킹한 일인데… 회장님 사모는 그 사실을 모르나? “
”최근에 그 소문을 듣고 예전의 베트남 법인 사장을 불러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난리가 났었다고 하더라고요. “
”예전 베트남 사장이면 지금은 은퇴하지 않았나? “
”그렇죠. 은퇴한 사장까지 불러서 확인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
”하긴 회장이 혼자서 베트남을 돌아다닐 일은 없을 테고…그런데 어쩌다 그런 일이 생겼을까? “
”부장님은 은퇴한 사장님 잘 모르시나요? “
”알긴 알지만… 공장 쪽 일은 별로 안 하셨으니 거의 모른다고 봐야지. “
”아… 그러시군요. 그분이 예전부터 상급자들 의전을 기가 막히게 하던 분이었거든요. 아마도 회장이 출장을 갔다면 현지에서는 사장이 모든 걸 다 준비했을 겁니다. “
”그렇겠구먼. 직원들이 회장을 직접 모시고 다니기는 어려울 테고… 어쩌다 그런 일이…“
”회장 사모도 전직 사장을 의심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죠. 일반 직원들이 회장을 모시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죠. 회의 시간에 잠깐 얼굴 정도 보는 게 다 아니겠어요. “
”그렇지. 나도 회사 다니면서 회장 얼굴 직접 본 경우가 손에 꼽힐 정도니까.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잠깐의 일탈이지만 애가 생겼다는 게?”
“대부분 직원들이 그 부분을 이상해하고 있어요. 오래전부터 관계를 이어오던 사이라면 이해하지만 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애가 나타났으니…“
“누군가가 일탈의 대상에게 상대의 신분을 알려줬다면 목적이 있겠네.”
“맞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아빠 없는 아이를 출산할 이유가 없겠죠.”
“정말로…이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뭐… 그냥 막장 드라마 소재하나 생기는 거죠. 기막힌 스토리가 되는 거죠.”
“누군가 소설로 쓴다면 잘 팔리겠는데. 제목을 ‘회장님의 은밀한 사생활’ 이런 걸로. 하하하.”
“그냥 떠도는 소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가 참 안 됐네요. 아빠도 없이 커야 하니…쯧쯧쯧. “
“안타깝지. 우리야 상관없는 일이지만 회장 집안도 참 거시기 하겠네. 갑자기 아이가 나타났으니… 그것도 베트남에서…”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나겠죠. 서로에게 불행하지 않도록…”
“그래.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맥주나 한잔 더 하자. 자주 얼굴도 못 보는 사이인데… 하하하.”
“넵. 이 집 문 닫을 때까지 마시죠. 하하하.”
회장과 관련된 얘기는 거기에서 끝이 났고 두 사람은 문 닫을 때까지 맥주를 계속 마셨다.
결론이 궁금해지는 소문이었지만 꽤 흥미로운 소재였다.
그룹의 회장 사생아 얘기는 아주 오래전 창업주들의 얘기라 생각했는데 현실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이 씁쓸한 마음이 들게 하였다.
그 두 사람은 술집 주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감추고 싶었던 얘기를 마음껏 하고 떠났으니 가게 인테리어를 대나무가 가득 찬 곳으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
술을 먹다가 마음껏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