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에 해삼의 일생을 떠올리다

by 전선훈

불타는 금요일이 시작되는 오후의 출근길.


차에 오르면 항상 라디오부터 틀고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시작한다.


아는 노래라도 나오면 목소리 높여 흥얼거리기도 하고 운전대 위에 놓인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흥겨운 기분이 영업 마감시간까지 유지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라디오 채널은 정시를 알리기 전에 간단한 교통 정보나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 출근길에 들었던 얘기는 아주 흥미로웠다.


바로 우리가 즐겨 먹는 바닷속 생물 해삼에 관한 이야기였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도 별로 다루지 않는 해양 생물이라 잘 몰랐는데 해삼이 바닷속에서 이동하는 시간은 대부분 밤 시간대이고 평생을 이동하는 거리가 15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비록 인간에겐 짧은 이동거리이지만 해삼에겐 평범한 삶의 공간일 테고 천적에게 먹히지만 않으면 자유로운 삶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넓은 바다를 좁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겠지만 인간에게 좁은 생각이 아니라 넓은 생각을 가지고 살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아 혹시라도 모둠회에 해삼이 올려져 있다면 다시 한번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먹어야지 하며 웃음을 짓게 만드는 금요일 출근 시간이었다.


해삼의 일생을 떠올리며 긍정적인 생각을 해서인지 불금이 평소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그럼요.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가끔 늦은 시간에 오는 낯익은 손님이었는데 오늘은 첫 손님으로 들어왔고 전작이 있었는지 얼굴은 약간 붉은색이었다.


“형. 지금 문열었으니까 빨리 들어와”


밖에 있는 일행을 큰 소리로 부르더니 덩치 큰 손님 두 명이 함께 들어왔다.


“야. 배 부르니까 간단하게 한잔 하자.”


“내가 알아서 시킬게. 형이 우리 동네 왔으니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돼. 하하하. “


”그래. 알았다. “


”사장님. 한치 하나 주시고 소주 한 병 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


첫 개시 손님이라 단가가 높은 메뉴 주문을 기대했지만 늘 시키던 메뉴를 벗어나지 않았다.


“형. 내가 오늘 부처님 심정이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큰 사고 칠 뻔했어.”


“무슨 일인데?”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주면서 얼핏 본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형. 내가 오늘 그 식당주인 문 닫게 해 주려다가 참았어. 음식도 그렇지만 손님 응대를 기분 나쁘게 하니…“


”뭘 어떻게 했길래 성질이 나셨나? 하하하. “


전작을 하고 온 식당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해서인지 하는 얘기가 다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뻔한 이야기라 생각되어 별 관심 없었지만 나중에 들려온 얘기는 화가 날 정도였다.


“형.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식당하나 문 닫게 하는 건 쉬워. 불친절하고 음식 맛없다고 소문내면 문 닫는데 일주일도 안 걸린다니까.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말이야. “


일행들도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는 얘기처럼 보였지만 계속 큰 소리로 자기의 위상이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그의 얘기는 더 이상 들을 시간은 없었지만 자영업자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저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너가 좋은 손님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경박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일생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았다.


좁은 생각이 아닌 넓은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가라는 해삼의 일생이 떠오르는 하루였다.

이전 01화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