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의 이상과 현실

by 전선훈

가게 문을 열기 전까지는 대부분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주변의 지인들이 하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곤 한다.


재료를 준비하러 시장을 가는 날을 빼면 일상의 루틴이 되어 버린 듯하다.


자영업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기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가급적 개인 카페를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이왕이면 내가 아는 지인의 카페 매출이 많이 오르기를 바라는 자영업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평소처럼 반려견 호두와 산책을 마치고 집사람지인의 카페에 들렀는데 언론을 통해서만 들었던 낯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 카페 안에 무슨 일이 있어? “


”에휴… 네가 봐도 답답해 보이지. 저렇게 해놓고 몇 시간째…“


“며칠 전에는 저런 것 안 보였는데?”


“최근에 저렇게 해놓고 시간 보내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어. 동네 장사라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휴…”


친구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인의 카페는 동네 골목 상권에 위치해 있어서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난 후 아줌마들의 단골 카페이기도 하고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커피 맛이 좋기로 입소문을 탄 곳이기도 하고 지나칠 때마다 늘 손님으로 가득 차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이기도 했다.


“저건 완전히 사무실처럼 해놨는데?”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곳을 쳐다보고 있으니 지인은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저건 양반이야. 봐줄만하지…호호호.”


”엥… 저게 봐줄만한 거라고? “


”그럼. 저건 아주 애교에 불과하지. 최근에는 빈 박스를 들고 와서 개인 독서실처럼 꾸며놓고 일을 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손님들이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더라고. 호호호. “


우리의 대화는 이른바 카페 빌런이라고 하는 카공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날 내가 본 광경은 노트북 주변으로 프린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각종 주변 장치들이 어댑터에 연결되어 있어서 6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곳을 혼자서 사용하고 있었다.


“애교에 가깝다는 표현에 내가 다 안쓰럽다…에휴.”


자주 오는 손님이라 뭐라 말도 못 한다며 그나마 음료는 자주 시켜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럼 음료도 안 시키고 저런 사람들이 있어? “


”그럼. 몇 시간을 혼자 있으면서 음료는 딸랑 한잔… 쳐다보고 있으면 미치지. 호호호.”


“그러면 좌석 주변의 콘센트를 다 막아버리면 안 되나? 전기를 못쓰게 하면 해결될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지 어떡하겠어. 자주 오는 손님들 중에는 충전도 하고 그러니까 막아버리면 야박하다는 얘기를 할 거고… 소문이라도 나면 동네 장사는 끝이라서…“


말 끝을 흐리는 지인의 표정에 자영업자로서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했다.


“소문이 안 좋게 나면 동네 장사는 타격이 제일 크긴 하지…에휴… 내가 다 걱정이 되네. “


“맞아.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에 치여 수익성도 점점 떨어지는데 손님까지 떨어져 나가면 곤란하니까.”


“모진 말을 못 하는 너의 성격도 한몫하겠다. 에휴.”


”호프집은 그런 손님들이 없으니 여기보다는 좀 낫지? “


”그럼. 저렇게 판 벌리고 할 수 있는 공간도 없지만 누가 술집에서 저러고 있겠어… 저러고 있으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지… 하하하. “


”하긴 호프집에서 저렇게 펴놓고 일 보는 사람은 없을 테니. 호호호. “


”우리 가게에도 저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그룹들이 오긴 하지. 치노족이라 할까… 하하하. “


”치노족은 뭐야? “


”카페에 오는 저런 빌런들 보고 ‘카공족’이라 하는 것 같던데 치킨집에 와서 노가리 까는 사람들…그래서 ‘치노족’… 하하하. “


”말 되네. 호호호. “


”우리 가게도 가끔 누가 오래 앉아있나 기록 세우러 오는 팀들이 있긴 해. 가장 오래된 기록은 저녁 7시에 들어와서 새벽 1시에 나간 팀이 있었어. 지금도 가끔씩 오는 단골이어서 오는 날은 항상 1시라고 생각하고 있지. 하하하. “


”그래도 술집이니 매상은 많이 오르지 않나? “


”많이 마시고 많이 먹는 팀도 있지만 몇 시간씩 있으면서 일인당 맥주 한잔에 한치 하나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 그런 팀이 마지막 손님일 때는 좀 피곤하지. “


”맘 편하게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없네. 다들 손님들 눈치 보고 살아야 하니…“


”그러게 말이다. 휴…”


“언젠가 그런 사람들도 우리 같은 입장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서로 배려하면서 사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겠어.”


“맞아. 서로 격려해 주는 모습도 보기 좋은 것 같고 때론 말 한마디가 힘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야.”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우리처럼 생각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지면 바뀌겠지. 호호호.”


“그래서 나도 다른 가게에서 음식을 먹고 나올 때는 항상 좋은 말을 하려고 노력 중이야. 예전에는 지적을 했었는데 이제는 칭찬으로 대체하는 중이지. 하하하.”


“오… 많이 변했네. 어디 가면 항상 험담하고 그러더니…호호호.”


난 항상 어디를 가면 칭찬보다는 지적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그런 지적을 통해 음식의 맛이나 서비스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었지만 내가 직접 손님을 맞아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말과 행동도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항상 응원과 감사의 말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고 자영업 사장님들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가장 큰 위로와 격려가 되는 단 한마디는 바로 이것이다.


“이제 다른 집 갈 일이 없겠는데요. 자주 와야겠어요. 잘 먹고 갑니다. “

이전 02화불금에 해삼의 일생을 떠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