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by 전선훈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보통 갈림길에 서있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가오기 때문에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겐 아주 곤혹스러운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에게 있으니 천천히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 급하게 결정을 강요받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에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희망을 꿈꾸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결과도 그리 나쁜 적은 없었다.


그래서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뭐든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려고 해 왔지만 요즘에는 결정의 시간이 예전보다 더 오래 걸린다.


선택의 폭도 넓지 않기도 하지만 기회도 많이 없기에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꽤 오래전 방송되었던 프로그램 중에 “그래 결정했어”라는 코너가 떠오른다.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한 번은 A로 한 번은 B로 결정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꽤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이 된다.


선택의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으니 결정은 늘 신중하게 하라는 교훈을 주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최근 영업 준비를 마치고 전날 있었던 진상 손님에 대한 기억을 없애기 위해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Tell me when will you be mine…”


익숙한 나의 전화벨 소리에 몸을 들썩이며 화면을 보았지만 저장되지 않은 사람의 전화번호여서 망설이다가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전 선훈 님 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실례지만 어디신가요?”


“네. 저는 K Tech라는 회사의 인사 담당자 김대리입니다. 통화 가능하신가요? “


처음 들어보는 회사 이름이었지만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냐고 물었다.


“예전 구직 사이트에 올리신 정보를 보고 저희 대표님이 연락을 하라고 하셔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기억이 났다.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에 구직을 위해 취업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고 구직활동을 했었지만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해외사업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하는 회사가 전무했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 회사들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잘못된 결정이기를 바랐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 이후 한 번도 업데이트를 한 적이 없었는데 연락이 되었던 것이다.


“제가 무얼 도와드릴까요?”


“네. 시간이 되시면 저희 대표님께서 해외사업 관련하여 면접을 한번 보기를 희망하시는데 혹시 시간이 괜찮으실까요?”


“아. 그러시군요.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결정을 못하겠고 제가 다시 전화를 드리면 안 될까요?”


“네. 그러면 결정하시고 연락을 다시 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화드리겠습니다. “


전화를 끊고 그 회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보니 작은 기업이지만 꽤 매력이 있는 회사였고 해외 사업을 잘 설계해 주면 성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바이어를 늘리고 사업 국가를 확대해 나가면 장기적으로 해외에 생산 기지도 옮겨갈 수 있는 미래가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큰 고민거리가 생겼고 또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누군가가 권리금을 주고 지금의 가게를 인수해주지 않으면 손해를 봐야 하니 그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업체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며칠 고민 끝에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다시 했다.


”안녕하세요. 고민 끝에 전화 다시 드렸습니다. “


”네. 결정을 하셨나요? “


”대표님의 제의는 고맙지만 제가 개인적인 일 때문에 6개월 후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


”아… 알겠습니다. 그러시면 6개월 후에는 가능하신가요? 대표님에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


”네. 관심을 보여주셨는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진상 손님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도 자영업을 빨리 때려치워야겠다 싶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도 아니고 회사를 다시 들어간다 해도 또다시 머리를 써가며 실적에 대한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함께 하게 되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을 얘기한 것은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현업에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생각한 것이었고 손해를 안 보고 가게를 넘기게 된다면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중소 업체이지만 인사 담당자의 전화가 현업 복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고 다른 일을 해볼까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만들었다.


자영업은 내 마음속 크게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몸도 마음도 편해졌지만 나이가 들어서 계속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고 갈림길에 서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업종을 바꿔서 해야할 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하는 시점에 막내 아들의 전화가 왔다.


“아빠. 오늘 시간 되세요?”


“그럼. 아들이 원하는 시간은 언제든 가능하지. 무얼 도와줄까?”


졸업을 앞둔 막내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상담을 요청했다.


“오랜만에 아빠랑 맥주 한잔 하자. 모처럼 쉬는 날이니까…”


우린 집 근처에서 맥주 한잔 하며 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들어보기로 했다.


“아빠. 제가 마케팅을 전공해서 그쪽 분야로 취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진로를 좀 바꿔볼까 해서요…”


“어떤 쪽으로 희망하는데?”


“제 성격을 판단해 보니까 마케팅보다는 해외영업이 맞을 것 같아서요.”


“좋은 결정이다. 난 네가 아빠처럼 해외 사업 관련된 분야에서 일했으면 했는데… 하하하.”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너의 결정은 뭐든 환영이야. 한 분야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는 게 좋지. 특히 해외사업 관련된 조언이 필요하면 아빠가 해 줄 수 있으니까 다행이기도 하고… 하하하.”


“알겠어요. 제가 잘 판단해서 결정할게요. 고맙습니다.”


“오케이. 너무 걱정 말고 시간에 쫓겨 성급한 결정하지 않도록 고민해 봐.”


우리 아이들도 갈림길에 서 있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와 취업에 대한 시기가 맞물려 있으니 인생 최대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고 올바른 선택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오랜만에 아들과 만취를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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