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by 전선훈

며칠 전 큰 아이의 대학 졸업식이 있었다.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큰 아이는 졸업식에 참석할 시간이 없다며 편한 시간에 캠퍼스에 들러 졸업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하여 모처럼 대학 캠퍼스로 가족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봄을 알리는 꽃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캠퍼스엔 졸업사진을 찍는 가족들로 붐볐고 우리도 대학의 상징인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대기줄이 길었지만 어느 누구도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도 불평하지 않았고 가족 전체가 사진을 찍을 때에는 서로 찍어주기도 하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사실 졸업을 하면 더 이상 캠퍼스를 방문할 일이 거의 없기에 장소마다 사진을 찍는 가족들로 붐볐고 추억이 묻어있는 장소로 옮겨 다니며 사진 찍느라 바빠 보였다.


곳곳에서 울리는 웃음소리와 함성들로 가득 찬 캠퍼스의 모습은 잠시나마 오래전 나의 졸업식 순간을 기억하게 하였다.


나도 추억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기념사진을 남겼지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 과 친구들과 단체 사진도 찍었고 졸업 앨범에 좋은 모습을 남기기 위해 여학생들은 화장도 하고 미용실을 다녀오는 것은 기본이었고 비싼 돈을 들여 맞춤 정장을 사기도 하였고 남학생들도 모두 양복을 사 입고 사진을 찍는 게 기본이었다.


그리고 꽤 큰 비용을 들여 사진이 실려있는 졸업앨범을 구매하였고 한때는 대학 졸업장보다 졸업 앨범에 얼굴이 실려 있느냐 없느냐로 졸업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르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엔 좋은 의도였겠지만 그 앨범 뒷면엔 졸업생들의 주소가 적혀있어서 졸업 후 연락을 하기도 하였지만 가끔 보험회사나 잡지사에 근무하는 선배라며 구매를 강요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도 하여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도 났다.


어쩌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는 개인정보가 버젓이 적혀 있었지만 아무도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한 적도 없었고 그냥 내가 졸업한 대학의 전리품처럼 생각하는 게 전부였던 것 같다.


개인정보와 다른 과 졸업생들의 사진까지 들어가 있으니 앨범은 아주 무겁고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졌고 가격도 꽤 비싸서 제작 업체와 총학생회의 담합으로 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 기억이 떠올라 혼자 웃음을 짓고 있으니 아이가 왜 웃느냐며 물어보았다.


“졸업 앨범은 구매 안 하나?”


“네? 졸업 앨범이 뭐예요?”


“올해 졸업하는 졸업생들 얼굴이 들어가 있는 큰 앨범 말이야. 예전 집 장롱 안에서 본 거 있잖아…흐흐흐.”


“아… 아빠.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하하하.”


“에이. 나도 알지…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지…흐흐흐.”


“개인정보인데 누가 그런 것에 얼굴을 올리겠어요. 요즘엔 그냥 가족끼리 기념사진 찍고 친한 친구들하고 사진 몇 장 찍는 게 다예요.”


“그렇겠지. 예전엔 그런 게 낭만이어서 얘기해 본 거지. 하하하.”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와이프가 한마디 거들었다.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영감탱이 소리 듣기 딱 좋은 말만 하는구먼…쯧쯧쯧.”


더 이상 나의 졸업시절 얘기를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해버렸다.


캠퍼스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앞서서 걷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쌍둥이로 태어나 형동생 관계이지만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모습이 멋져 보였고 와이프는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아이들을 향해 외쳤다.


“뒤좀 돌아봐. 찰칵. 찰칵…“


수목이 우거진 길 위에 둘이 서있는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웠고 와이프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오… 너무 잘 나왔다. 둘이 너무 잘 어울리고… 앞으로도 늘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호호호.”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지만 취업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청춘들의 앞날에 큰 축복이 찾아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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