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의 대기업 생활을 뒤로하고 맞이한 첫 번째 이직.
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성숙한 존재가 아닌 것 같다.
이직 1년을 무사히 버텼다는 안도감도 잠시, 다시금 나를 둘러싼 회의 속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늘 하루는 나름 바쁘게 보냈고, 수많은 콜드메일을 보내며 다양한 후보자의 이력을 정리했다.
정신없이 집중하며 하루를 흘려보냈지만, 중간중간 올라오는 잡생각들은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무언가 허전했고, 무언가 끝나지 않은 기분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잘난 것도 없는, 튀지 않는 아이로 살아왔다.
그 탓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직장생활 속에서도
항상 분위기를 먼저 살피고, 내 목소리를 꾹 삼키는 배려라는 이름의 습관을 키웠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음은, 결국 내 욕망조차 잘 모른 채 살아가는 데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결혼 후의 삶도 그랬다.
퇴근 시간조차 상대방의 일정에 맞춰 조율하고,
식사 메뉴 하나 정하는 것조차 내 의사를 명확히 표현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냥 아무거나 괜찮아"라는 말은, 결국 나를 더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분명 있는 것 같은데,
막상 그것들을 향해 손을 뻗는 데 주저함이 앞선다.
뭔가를 시작하려 해도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고,
그 사이 시간은 흘러가고, 기회는 자꾸 멀어지는 것 같다.
남들보다 더 많은 자유를 갖고 있음에도
그 자유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가 답답하다.
마치 어릴 적부터 줄에 묶여 자란 코끼리가
성체가 되어서도 그 줄을 넘지 못하는 것처럼.
어쩌면 나는 지금,
내가 살아온 방식과 가치관을 모두 뒤로하고
‘오롯이 나로 다시 태어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순간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런 생각들로 가득한 월요일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적어두지 않으면,
내가 또다시 나를 놓칠 것만 같아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