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디도 광합성이 필요해]
[영감&일상 에세이]
새벽 6시, 보통의 20대라면 눈을 뜨자마자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을 켠다.
밤새 업데이트된 친구들의 스토리나 놓친 연락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루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지나쳐 ‘토스증권’ 앱을 켠다.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사진보다, 나스닥과 S&P500 지수의 빨간불이 나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밤새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내가 투자한 섹터는 안전한지 확인하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하루 중 가장 몰입도 높은 시간이다.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왜 인스타그램보다 증권 앱을 더 먼저 켤까?"
인스타그램은 분명 재미있지만, 결국 '남의 삶'을 구경하는 곳이다. 반면 주식 앱은 자산을 확인하고경제 흐름을 읽으며 '나의 성장'을 확인하는 곳이다.
나는 타인의 스토리보다, 내 미래가 성장하는 과정에 더 큰 도파민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자로서 앱을 켜던 습관은, 어느새 '디자이너 지망생'으로서의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오늘은 매일 아침 토스증권을 켜며 느낀 UX에 대한 단상을 적어보려 한다.
투자를 처음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오히려 기존 증권사의 MTS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각종 보조 지표와 차트 분석 도구들이 빼곡한 화면은 마치 전문가가 된 듯한 기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매수' 버튼을 누르려할 때는 늘 망설여졌다. "이 용어들은 무슨 뜻이지?" "예수금은 어디서 확인하지?" 자산 증식이 목표인 사용자에게, 너무 복잡한 내비게이션은 오히려 길을 잃게 만드는 미로와 같았다.
그런데 토스증권을 처음 켰을 때, 저는 마치 쇼핑몰 앱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과감한 생략 : 여러 복잡한 용어들은 전부 숨기고 주문할 가격, 수량만 정하면 바로 매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통합된 경험 : 해외주식과 국내주식을 굳이 나누지 않고, 내 잔고와 수익률이라는 '결괏값'을 메인 화면에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근본적으로 궁금해하는 것은 "그래서 지금 얼마야?"와 "얼마 벌었어?"이다.
토스는 이 핵심 질문을 가장 빠르고 명쾌하게 해결해 주었다.
사용자가 고민할 시간을 줄이고 행동하게 만드는 영리한 설계, 이것이 제가 느낀 토스의 첫 번째 매력이었다.
토스의 간편한 UX 덕분에 투자의 문턱을 넘었지만, 투자 경험이 쌓이고 저만의 원칙이 생기면서 조금 다른 시선을 갖게 되었다.
저는 기업을 선택할 때 재무제표와 CEO의 비전, 경제 흐름을 꼼꼼히 분석한다.
한번 매수하면 최소 5년 이상 보유하며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장기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쉬운 투자'를 지향하는 현재의 인터페이스에서는, 역설적으로 '깊이 있는 분석'을 하기가 조금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정보의 깊이 부족 : 차트는 너무 단순화되어 있고, 기업의 펀더멘털을 파악할 수 있는 깊은 정보(재무제표 원본 전체 항목, DCF·EV/EBITDA 밸류에이션 등)를 보려면 결국 야후 파이낸스 같은 다른 해외 사이트를 켜야 했다.
속도감의 양면성 : 누구나 글을 쓰는 커뮤니티, 실시간 인기 종목 랭킹, 그리고 터치 몇 번으로 끝나는 쉬운 매매 과정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는 탁월했지만, 자칫 주식을 '게임'처럼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시간 랭킹은 충동적인 거래를 유발하는 FOMO로 이어지기 쉽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주식을 하는 개인 주식 투자자는 약 1,410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암호화폐나 해외주식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대략 2,000만 명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국민 3명 중 1명이 투자를 하는 시대이다. 이는 더 이상 시장에 '완전 초보'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이제는 사용자를 단순히 유입시키는 단계를 넘어, 그들을 '똑똑하고 건강한 투자자'로 성장시키는 UX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쉬운 UI와 전문적인 정보,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저에게는 '디자인을 공부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좋은 핀테크 디자인이란, 복잡한 금융 용어를 그래픽으로 예쁘게 포장하여 쉽게 접근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스스로 건강한 투자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간단하고 보기 편한 UI'와 '딱딱하지만 필요한 정보형 UI' 나는 이 두 가지의 간극을 메우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인스타그램 대신 피그마를 켠다.
토스의 직관성을 유지하되, 5년, 10년을 바라보는 투자자에게 필요한 '진짜 정보'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화면을 그려보고 공부한다.
투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디자인을 배워가는 나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