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의 결정적 차이, 정보 밀도와 직관 사이

[뿌리부터 탄탄하게]

by 감자하는디자인

디자인 이론 & 스터디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인 증권사 앱인 '영웅문'이나 '나무증권'은 정보 전달에 집중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빽빽한 숫자, 복잡한 메뉴 구조, 기능 중심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의도의 프로 트레이더들과 내 주변의 투자 고수들이 여전히 이 앱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그곳엔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밀도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반면 핀테크의 양대 산맥인 '토스증권''카카오페이증권'은 덜어냄의 미학을 선택했다. 둘 다 쉽고, 간편하고, 예쁘다. 하지만 투자자인 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토스를 켜고, 카카오에는 손이 잘 가지 않게 되었다.

같은 '쉬움'을 지향하는데, 왜 결과는 달랐을까? 오늘은 단순히 화면이 예쁜지가 아니라,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자의 절박한 기준으로 두 앱의 결정적 차이를 파헤쳐보려 한다.




1. 토스와 카카오, UX의 결정적 차이는 '성장'에 있다


두 앱을 비교하며 가장 먼저 느낀 차이는 사용자를 대하는 태도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무척 친절하다. 어려운 용어를 이미지와 함께 설명해주고 말투도 부드럽다. 어려운 금융 용어를 풀어서 설명해주려는 배려가 곳곳에 보인다. 이런 접근은 초보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카카오페이증권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증권의 커뮤니티 MAU는 7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성장하며 많은 신규 투자자들을 유입시켰다.


다만 내 입장에서, 프리장이 열리는 밤 11시나 애프터장 새벽 5시에는 빠른 정보 확인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어제 산 엔비디아의 현재가'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친절한 안내보다 즉각적인 데이터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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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토스증권은 드라이하다 싶을 정도로 직관에 집중한다. 토스증권의 2024년 12월 기준 커뮤니티 MAU는 180만 명으로, 연초 대비 150% 성장했다. 또한 2024년 11월 토스증권은 업계 최초로 해외주식 월간 거래대금 30조 원을 돌파하며 해외주식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토스의 화면은 사용자가 궁금해할 정보(가격, 등락률, 관련 뉴스)를 최단 거리로 꽂아준다. 친절한 설명보다는, "지금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어. 그래서 살 거야, 말 거야?"라고 묻는 느낌이다.


금융 앱에서의 UX는 '사용자를 기분 좋게 하는 것'과 더불어 '사용자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카카오페이증권사용자를 '배려'하는 방식과, 토스증권사용자를 '매수/매도'으로 유도하는 방식은 각각 다른 사용자 니즈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2. 덜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심플함'이 곧 '좋은 UX'라는 공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특히 내 돈이 걸린 투자 판에서는 더욱 그렇다.

내가 토스증권을 주로 사용하면서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카카오페이증권이 투자 정보의 맥락을 간결하게 정리한 방식이 내 투자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개편을 통해 많이 보강되었고,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춘 접근은 신규 투자자들에게 큰 장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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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결국 데이터를 근거로 한 의사결정이다. 2024년 12월 기준 키움증권의 영웅문은 MAU 266만 명(구버전 포함)으로 여전히 MTS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영웅문 : 투자 판단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한 화면에 제공한다. 정보량이 많아 처음에는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강력한 도구가 된다.


카카오페이증권: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 핵심만 보여준다. 빠르게 시작할 수 있지만, 더 깊은 분석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정보가 아쉬울 수 있다.


토스증권: 지금 중요한 정보를 우선 배치하되, 더 알고 싶다면 한 단계 더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토스증권은 모바일의 단순함을 유지하되, 2024년 7월 출시한 WTS '토스증권PC'를 통해 PC 환경에서 전문적인 정보 욕구를 해소해 주는 전략을 택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메신저 기반의 접근성이 강점이지만, 본격적인 투자 도구로서의 이미지를 더 강화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3. 초보에서 고수로


내가 토스증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사용자의 성장을 설계한 흔적이다.

2022년 4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실시간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는 1,000원부터 테슬라나 애플 같은 고가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 첫 거래는 테슬라 0.000805주, 정확히 천 원어치였다.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문턱이다.


하지만 토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주식모으기 서비스(2025년 3월 기준 이용자 183만 명)로 적립식 투자 습관을 만들고, 투자에 익숙해지면 WTS로 본격적인 분석 환경을 제공한다. 금융 특화 번역 모델로 해외 기업 뉴스의 언어 장벽까지 허물었다.

이 모든 과정이 "처음엔 쉽게, 점점 깊게"라는 일관된 철학으로 연결된다. 사용자가 앱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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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증권은 초보자를 위한 배려가 훌륭하다. 다만 그들이 중급 투자자로 성장했을 때도 계속 이 앱을 선택할 만한 깊이 있는 기능들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제공할지가 앞으로의 과제일 것 같다.




4. 결국, 투자자가 원하는 디자인이란?


실제 자산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내가 정의한 좋은 핀테크 디자인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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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속도감
단순히 앱 구동 속도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정보(내 자산 현황, 관심 종목 시세)에 도달하는 '인지적 속도'가 빨라야 한다.


2. 확신
버튼을 누르기 직전, 이 선택이 맞다는 근거를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숫자와 맥락으로 말이다.


3. 성장
초보자로 들어왔어도, 앱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중수, 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보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의 '성공'을 설계한다는 것


카카오페이증권도, 토스증권도 결국 지향점은 같다. "어떻게 하면 쉬우면서도, 전문적일 수 있을까?"

다만 그 과정에서 토스증권은 '수익을 추구하는 사용자'를, 카카오페이증권은 '편하게 시작하는 사용자'를 먼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접근 모두 의미가 있지만, 금융이라는 영역에서는 결국 '사용자가 자산을 성장시킬 수 있게 돕는 UX'가 중요한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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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화려한 그래픽 이전에 '사용자의 목표 달성'을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다. 나는 '사용자를 편하게 해주는 UX'를 넘어, '사용자가 성장할 수 있게 돕는 UX'를 고민한다.

그것이 내가 토스와 카카오, 그리고 영웅문의 사이에서 치열하게 분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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