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무니 눈에 꿀

by 시화

거친 현장에서 근무하는 손녀가 걱정된 할무니는

한 손에는 빵 열 개,

한 손에는 몸이 맑아진다는 차 한 들통을 들고

기어이 기어이 상수역에 왔다


나는 내 일이 자랑스럽기도 했다가

걱정하실 걸 알아 숨기고 싶기도 했다가

사람들에게 너스레를 떨며 우리 할무니를 소개하고

할무니를 편의점에 앉혀두고 다시 일을 하러 갔다


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할무니는 차 안에서 차가워진 내 손을

불이 나도록 주물러 댔다.


손녀 기죽지 말라고

멋진 안경을 쓰고 예쁜 옷을 입고

우리 손녀 잘 부탁드린다 연신 인사를 하던 모습이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손녀 자랑을 늘어놓던 모습이


꼭 붙어 누워 있을 때

내 팔 꼭 붙잡고 주무시던 모습이


별 것도 아닌 내가 할무니 눈에는 꿀인 것만 같아서

우리에게 남은 날들을 가늠해 보고

잠시 두려움에 잠겼다가

한참 얼굴을 바라보고

그리워질 오늘을 오래오래 머금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