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템포에 발맞춰 살아가기에는
흘러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을 느끼는 나이에 돌입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하는 수수께끼 같던 이야기가
어느새 내가 자연스레 뱉는 말이 되고
6개월 아기 고양이일 때 우리 집에 온 오월이와 살구의
뽀얀 솜털이 조금 두꺼워지고
평생 눈곱이라곤 없던 뽀얀 눈에
지난 해 즈음부터
깨처럼 묻은 눈곱을 종종 떼줘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고 싶어 글을 쓰고
흘러가는 속도보다
이 순간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걸 보니
평생 소녀로 살겠다는 꿈이
실현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직업을 가진 지 한 달이 되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원래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들이닥치는 하루하루는 매일 새로운 과제를 주었다.
알아듣기 어려운 현장 용어와 더딘 배움의 과정 속에서
한편으로는 전공으로 배웠거나 경력이 많아 뭐든 척척 해내는 선임들이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에 설렘보다 두려운 감정이 앞서고,
혹시나 뒤처지진 않았는지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을 보며
뭘 그리 걱정할까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나마저도 불안함이 가슴을 누르는 날도 있었다.
남들보다 1,2년만 시기가 늦어져도 뒤처졌다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평범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의 수많은 고비를 넘길 때마다
이 고비를 넘어가면 숨통이 트이겠거니 하지만,
그 뒤에는 더욱 커다란 장벽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열아홉 수능이 끝나고 꽃을 배우기 시작했고
스물하나부터 좋아하던 꽃과 식물로 수업을 하고,
공간을 만드는 내 모습은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아 그 길로 착착 걸어가는 듯하게 비추어져
또래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곤 했고, 스스로의 자부심이 되기도 했다.
이른 나이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업자를 내 학교에서 분필도 잡아 보고,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도 배우고, 베뉴에서 일하며 웨딩 일에도 발을 담궈봤으며, 작은 악세사리 사업도 했다.
독립된 팀으로 공간을 기획해 내가 만든 곳에서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의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는 인테리어 공부를 해 자격증도 땄다.
누군가는 내가 걸어온 길을 인정해줄 수도,
또 누군가는 돌아온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돌아온 게 아니라 넓히다 온 것임을 안다.
거창하거나 대단한 깊이를 가진 일이 아니고,
늘 알아줄 만한 성과를 낸 것도 아니지만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올라운더 같은 내 모습이
어떤 일을 하든 잘 녹아들 수 있는 장점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이,
삶의 어느 부분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때로는 상투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20대를 지나며 내가 알게 된 하나의 문장은
내가 살아온 길을 사랑하는 것이,
앞으로의 삶을 사랑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려 노력할 때
스스로 걸어온 발자취를 믿게 되고,
그 발자취가 쌓여 앞으로 우리 앞에 놓일
수많은 거대한 산을 넘을 수 있게 된다는 걸 안다.
결과가 늘 대단치 않더라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과정은
내 깊은 곳에 각인되어 삶의 태도가 될 테니까!
누군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냐고 물을 때,
나는 내가 잘 될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
그리고 그 삶이
남들과 비교해 빠르거나, 가장 반짝이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충분히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