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에 입사한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하루 속 배워야 할 것은 산더미에,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현장에 나가다 보니
어느새 내 몸은 저전력 모드에 돌입해 있었다.
우리 몸의 에너지는 한정적이기에,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거나 극한 상황이 되면
생명 가동을 위해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부수적인 기능은 잠시 멈추게 된다.
추운 날 심장을 뛰게 하기 위해
손발끝이나 귓볼이 먼저 차가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바쁜 삶에 나를 끼워맞추려다 보니,
글을 쓰지 못한 채 한 달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글을 쓰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글이 내게 부수적인 부분이라 치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글을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체력의 한계 때문인지 어쩔 수 없었다.
꾸준함이란 참 어려운 것이다.
한결같은 사람이 좋다는 말에는
그러기가 무엇보다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단 속뜻이 있다.
우리 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선
주례를 설 때 늘 같은 말씀을 하신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라고.
그것은 순간의 떨림이나 열정이 식은 후에도
당신을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는 말이다.
글이든 관계든 사랑하는 것을 꾸준하게 지켜내는 일은
굉장한 에너지와 내 시간을 포기하는 희생을 요한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생명을 준다는 일이고,
생명을 준다는 말은 나의 일부가 그곳 어딘가에서 살아숨쉬고 있음을 뜻한다.
매일 같은 온도와 속도로 살 수 없어도,
의지만은 잃지 않으려는 것.
완벽하게 해내는 날도 있지만
힘든 날에도 감기는 눈꺼풀을 들어올려
한 문장이라도 쓰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내가 바라는 꾸준함이다.
아직은 저전력 모드지만,
시끄러운 공사판 한 가운데에서 노트북을 켜고
짬짬히 쓴 문단을 엮어
한 편의 글을 완성한 오늘의 선택이
나를 다시 나에게로 데려다 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