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룡의 문학살롱 1기 소개문

언어로 직조한 예술,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

by 시호

언어로 직조한 예술,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


남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남과는 다른 언어로 말하라라는 피츠 제럴드의 문구에 따르면 저는 탁월한 이야기꾼입니다. 탁월한 언어 습득자로서,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울 때처럼 그 언어를 구사하는 공동체에 온전히 스며들어 일원이 됨으로써 삶을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 줄 여러 단어들을 사냥할 수 있었거든요. 이는 삶이 예상한 것보다 더 흥분되고 기대되는 곳이란 걸 가르쳐 준 여러 스승들 덕분입니다. 데이비드 소로에게서는 소요하며 사고하는 산책의 즐거움을, 스티브 코언에서는 마술사의 카리스마와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대범함을, 커트 보니것에게선 시니컬하지만 삶에 대한 사랑을 담은 따뜻한 아이러니를 배웠죠.


자신의 삶을 표현할 수 없으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자유자재로 즐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곱 개의 음을 구분하고 그 조화를 느끼지 못하면 즉흥 연주를 할 수 없는 것처럼요. 그렇기에 자신의 삶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자신만의 언어를 갖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홀로 언어를 배울 수 없습니다. 주위 사람들과 쉴새 없이 중얼거리고, 핏대를 세워가며 치고 받고, 때론 침묵하며 공동체가 향유하는 언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지요. 서로가 각각의 단어들에 두는 다른 무게감과 거리감을 공유하며 새로워진 언어는 또다시 개개인이 삶을 이해하는 파라미터가 되어 지루한 일상을 조금 더 살아가고 싶은 곳으로 바꿉니다.


맨앞에서 언급한 문구로 돌아가자면, 사실 완전히 똑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없습니다.자신의 흥미와 상황에 충실하기만하다면 모두가 탁월한 이야기꾼이 될 자질을 타고난 셈이죠. 저는 이 지루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스승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요새는 한 가지 이야기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듯 보입니다. 더 많은 돈을 벌어라. 비싼 차를 타고, 비싼 곳에 가서, 비싼 사람들과 비싼 짓거리를 하고 이를 자랑해라. 사진 몇 장과 짧은 동영상으로만 삶을 재단하려 들면 어쩔 수 없이 봉착하는 문제이겠지요. 정량적으로 세상을 보면 언제나 자신보다 높은 수치를 지닌 사람을 만나게되므로 이는 절대 만족 없는 세계관입니다. 제게 또 어떤 선물을 줄지 모르는 동세대 사람들이 손쉬운, 파편화된 스토리에 중독되어 그것만이 자신의 언어이자 삶이라 믿고 우울하게 살아가는 것에 마음이 아픕니다.


현재를 현재답게,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좋았던 과거란 한 번도 없었던 걸 압니다. 그때그때 늘 문제는 있어왔죠. 고리타분한 순문학작가라고 해서 러다이트 운동을 하듯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SNS가 더 많은 연결을 불러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단지 천편일률적인 형식이 문제였죠. 짧은 시간 안에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경쟁하다보니 즉각적으로 소비되는 소통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이 지점을 오프라인 모임을 구성해 온 경험과 도메인인 문학을 활용하여 극복하고 싶습니다. 애플 아케데미의 일원이 되어 짧게는 1년 동안 다른 러너들과, 길게는 년 남짓한 기간 동안 라이프 롱 러너들과 세상을 보다 살고 싶은 흥미로운 곳으로 가꾸어나가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살아야하는 삶이니까요.


제가 지원하며 제출한 라이프저니 원문입니다. 여섯 개 이상의 변곡점을 담기 위해 여섯 개 이상의 일화를 구술하진 않았습니다. 저 단어들을 정확히 저 위치에 놓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삶이 저 글에 충분히 담겨 있으니까요. 죽기 직전, 우린 어떤 렌즈로 자신의 일생을 돌아볼까요? 바로, 자신이 체득한 언어입니다. 사실, 죽는 순간 뿐아니라 매순간이 그렇죠. 언어는 절대 벗을 수 없는 안경 같은 것입니다.


우린 살아가며 사전에선 마주할 수 없는 생생한 용례들을 접합니다. 그로 인해 사랑, 우정, 친밀감 같은 단어들은 각자가 겪은 경험에 따라 아예 다른 단어로 읽히죠. 이런 각각의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고 느끼느냐의 총집합이 곧 언어이자, 각자가 지닌 세상에 대한 이해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연마해 온 언어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동시에 다른 사람은 어떻게 그 단어들을 사냥해왔는지 공유할 수 있는 장이니까요. 첫 4회차는 제가 창작한 작품들로 진행합니다. 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다음 달에도 계속 진행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또 바지런히 글을 써나가야겠네요.


구성


호흡으로 이야기하는 장르, 시

1회차 - 바른 자세로 헐벗기, <낭만 부수기> 외 4편


낭만 부수기


하나, 둘

부서져가는 나의 불씨

첫 술, 첫 담배, 첫 입맞춤, 모든 처음들

처음이란 말 뒤로 밀어놓았던 즐거움들


하나둘씩

그저 그래지는 것들

한 잔 그리고 한 잔

매번 다음 잔에서 구원을 찾는 주정뱅이처럼


헌팅 트로피는 태생적으로 기만이야

모든 유희는 첫 방아쇠를 당길 때 뇌관과 함께 타버렸기에

또 다른 처음을 위해 오지로 나서지만 그들은 이미 알아

멀리 나가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 불과하단 걸

사냥은 뒤뜰의 고양이를 잡을 때 끝이 났다는 것을


이 모든 한 번뿐인 즐거움들에 애도를 표하자

예수처럼 3일 뒤 다시 살아날 감정이 아니니

낯선 이야기들은 또 가슴 한 편을 두들기지만

문을 열고 나가면 오로지 바람, 바람, 바람,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신체의 조성이 바뀌어버리는 말들에 대하여


대화로 이야기하는 장르, 소설

2회차 - 무언가에 의존해야만 하는 삶, <필요 이상>


무의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구원을 찾는 젊은이들


3회차 - 취향은 강요하는 것이다, <Plug and Play>


우리의 취향은 모두 어디서 온 것일까?


생활 양식으로서의 글쓰기

4회차 - 그래서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어떻게 나는 글을 쓰게 되었는가 + 각자 시 한 편씩 써와서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