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2 문학과 연인들 -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개츠비는 어째서 위대한가라는 질문은 『위대한 개츠비』 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문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아버지의 충고를 따라 이상한 사람들에게 까지도 판단을 유보하던 닉은 개츠비의 삶을 본 이후 그 태도가 바뀐다. 개츠비의 삶이 어떤 이유로 닉에게 그토록 깊은 감명을 주었으며 아버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개인으로 성장하게 만들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자연히 개츠비가 위대한 까닭으로 이어질 것이다. 개츠비의 독보적인 순수성은 온전한 답이 되지 못한다. 하는 말이라곤 돈 얘기밖에 없던, 자본주의의 온실 속에서 자란 데이지 또한 순수성에선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츠비의 위대함은 특출난 순수성과 적절한 환경이 맞물려 조화롭게 길러낸 개인의 탁월한 자질에서 기인한다. 다른 등장인물들과 그 방향성과 크기에서 차별화되는 개츠비의 순수성을 살펴보고 그러한 순수성이 어떠한 조건과 어우러져 비범한 자질을 지닌 개인으로 성장시켰는지 분석하려 한다. 더불어, 이러한 개츠비의 삶이 어떤 이유로 설득력을 지니며 결국 그를 위대하게 하는지까지 도출하려 한다.
개츠비는 바라보는 목표와 수행하는 행동의 결과가 일치하는 사람이다. 그는 데이지 이면에 있는 그녀의 젊음을 지탱하는 부를 보았고, 그 부가 가능하게 하는 엄청난 환상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것이 곧 삶의 목표가 되었다. 자신의 동기에 솔직했고 그에 대해 꾸밈이 없었기에 밀주업 등 불법적인 방법까지 사용하며 돈을 버는데 삶을 바쳤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우선 순위가 확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댄코디와의 첫 만남에서도 개츠비의 우선 순위는 드러난다. 댄코디의 요트가 꿈꾸게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매력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 그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는 개츠비에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그 개츠비는 동기의 명확성만큼이나 열정의 크기도 남달랐다. 머틀은 돈을 과시를 위해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구분되나 개츠비와 같이 부를 원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사회적인 이유에서든 개인적인 이유에서든 그 열정의 크기가 능동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만큼 커지진 못했다. 독보적인 동기의 명확성에서 비롯된 목적과 수단의 일치, 그리고 막대한 열정의 크기가 없었더라면 애초에 개츠비는 성대한 파티를 벌일 만큼의 부를 축적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개츠비가 순수하게 바라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 1920년대 미국의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바라지만 결국 좌절했을 꿈과 일치한다. 그렇기에 동시대 사람들의 공감을 살 만하다. 그가 이룬 성취에 대해 사람들 사이 부푼 소문들이 떠도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아메리칸 드림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또 어린 시절의 개츠처럼 건실한 방식으로 도전했으나 좌절해 본 사람이라면 시기나 동경, 어떤 방식으로든 그의 순수성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29면).
이러한 명확하고 공감 가능한 목표에 대한 엄청난 크기의 순수성과 더불어 개츠비의 목표 추구를 불가능하게 하는 배경이 있었기에 개츠비는 위대함을 위한 자질을 기를 수 있었다. ‘유난히 적절한 교육’ 말고는 어떤 것도 주어진 것이 없었던 환경 덕에 개츠비는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138면). 위대함을 위한 자질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길러지는 것이다. 다른 이들보다 열악한 환경이었기에 그 고난의 크기에 비례한 문제해결능력이 그에게 요구되었다. ‘톰과 데이지, 그들은 무심한 사람들이었다. 물건이든 생물이든 다 부수고 나서 돈이든, 엄청난 무관심이든, 그들을 함께 지켜 줄 만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그 안으로 몸을 피해, 그들이 버린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치우게 했던 것이다(236면).’ 톰과 데이지처럼 위험한 순간에 타고난 부로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만큼 간절한 순수성이 없었더라면 개츠비는 지금과 같은 사업 수완과, 대범함, 그 외에 막대한 돈을 벌기 위해 필요했던 모든 자질들을 지닐 수 없었을 것이다. 개츠비가 타고난 부에서만 유지가능한 환상의 순수성을 지켜냈다는 점은 그에 비견될만한 비범한 자질들을 길러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자질들은 그를 그저 허구에 빠져 허우적대는 보통의 사람들과 구별한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요소들을, 그것들이 도덕적인지 아닌지는 차치하더라도, 개츠비는 습득해냈다. 이러한 노력은 경외감을 주며 개츠비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게 한다.
비범한 자질을 가진다고 해서 위대한 평가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닉이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평가한 것은 그의 삶에 어떻게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다. 그 행동이 모인 것이 바로 개인의 삶이고 개츠비는 모두가 한 번쯤 꿈꿔왔지만 포기했던 환상을 그의 삶을 통해 설득하고 있다. 이러한 설득은 닉의 가치 판단에 영향을 끼쳐 결국 그의 행동까지도 바꿀 정도의 힘을 지닌다. 개츠비의 강인한 실천력과 순수한 동기 앞에서 실존할 수 없는 환상은 다시 현실이 되어간다. 개츠비가 보여주는 면모들은 젊은 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고 누구나 젊은이었던 적이 있기에 그의 삶은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부러지기 전의 자신만만한 젊은이가 그러하듯 개츠비는 만족할 줄 모르고,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며, 죽음에 대해 겁이 없다. 자동차 사고 이후 일주일 정도 피해있으라는 닉의 조언에도 개츠비는 떠날 수 없다. 자신의 죽음보다도 데이지의 선택이 더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아는 닉은 마지막 희망을 부여잡고 있는 개츠비의 뜻을 꺾을 수 없다. 개츠비는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젊음이다움을 포기하지 못해서 죽음을 맞이했다. 또한 윌슨의 등장이 아니더라도, 개츠비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개츠비는 모든 술수를 동원해 환상을 지킬 수 있는 자질들을 길러냈으나 그것들은 타고난 부를 대체할 수 있던 것은 아니기에 개츠비의 부는 불안정한 상황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당연하게 요구하는 환상을 사랑하고, 데이지는 자신에게 당연한 삶을 안위하기 위한 안정적인 부를 필요로 하기에 이 둘의 사랑은 지속가능 할 수 없다. 불가능했던 사랑을 이루려했던 개츠비의 좌절은 닉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족속을 다 합친 것보다 나아요.” 닉은 왜 이 순간에 처음으로 개츠비에게 칭찬을 했을까. 개츠비의 상황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공감 가능한 서사는 개츠비를 다른 속물적인 군상들과 분리시킨다s. 자신의 부패한 과거를 의심하는 사람들과 대비되어 순결한 꿈을 지닌채 배웅하는 개츠비의 모습이 떠오른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누구나 꿈꾸었을 법한 개츠비의 명확한 환상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평생에 걸친 비범할 정도의 목표 추구는 그의 예견된 실패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이러한 연민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 사람을 바꾼다.
개츠비의 환상은 위태롭다. 1920년대 아메리칸 드림사회가 종용하던 환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사투하던 그는 결국 죽었고 ‘그의 꿈이 지나간 자리는 먼지만 떠돌고 있다’(13면). 그럼에도 개츠비의 이야기는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그걸 넘어서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젊은 날에 대한 향수를 일으킨다. 공감 가능한 목표를 향한 비범한 순수성을 지녔고 그에 걸맞는 자질을 길러, 젊은 이처럼 불가능한 목표에 부딪치는 그의 삶은 강한 설득력을 지녀 타인인 닉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이로써 개츠비의 삶은 위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