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이루어졌다

by 선휘 BooKson

소원이 이루어졌다






길을 걷는다. 사람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보며 지나간다. 나는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말을 걸지 않는다. 햇빛은 너무 밝고 따사롭다.


교정에 들어서니 넓은 운동장에 햇살이 모두 자리를 잡고 나를 반긴다. 눈이 부시다. 얼마나 바랐던 일인가? 비록 기간제 교사지만 나는 선생님이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비록 늦은 나이지만 괜찮다.


점심시간이다. 나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먹는다. 학교 밥은 맛이 없다. 다른 선생님들은 도시락이 귀찮다며 학교 식당에서 먹고 몇몇 선생님들은 도시락을 싸서 함께 모여 먹는다. 그들 중 누구도 밥을 함께 먹자고 말하지 않는다. 아마 내가 불편할까봐 나를 배려하는 것일 게다. 나는 그렇게 명랑하게 생각했다.


어제야 그게 아니란 걸 알았다. 도시락 패거리 중 한 선생이 “김 선생님! 같이 도시락 먹어요!”라고 해서 고개를 들며 반갑게 “네!”라고 했더니, 나는 아예 보지도 않고 다른 김 선생에게 한 말이었다.


내가 네,라고 크게 말했음에도 그들의 귀에는 내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내게 눈 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들끼리 낄낄거렸다.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 날 점심은 먹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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