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10) 최종회

by 선휘 BooKson

소 (10)






금요일이다. 이제 다리를 절지 않는다. 물론 이따금 알싸한 아픔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도 몸가짐을 조심하며 천천히 나갈 준비를 했다. 동석이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 변두리에 있는 곳이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잘 되어있어서 찾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미라는 이미 학교에 있었고 정문 앞에 나와 있었다.


체육관이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시설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꽤 넓은 편이었다. 미라는 키가 크고 듬직한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자기 동생이라고 했다. 열 네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덩치가 좋았다. 내가 덩치가 아주 좋다고 하자 미라는 말했다.


-보통 자폐를 앓는 남자아이들이 덩치가 좋다고 하더라고. 덩치만 크지 완전 애기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어른으로 보겠다. 근데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나가네. 나도 스케이트를 좀 타거든. 저건 아주 오래 타본 솜씨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탔으니까 6년 이상 탔네.

-어쩐지... 근데 경기는 언제 시작하는 거야?

-곧 시작할거야. 한 십분 정도 기다리면 돼. 지금은 몸 푸는 시간이야. 그래야 아이들이 다치지 않으니까.

-그렇구나. 근데 동석이가 갑자기 빨리 달리네.

-응, 저건 선생님이 일부러 동석이 뒤에서 쫓는 것처럼 하니까 애가 안 잡히려고 빨리 달리는 거야. 그렇게 해야 속력을 낸다고 하더라구. 경기 중에 저렇게 속력을 내면 1등 할텐데.

-음....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열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일렬로 줄을 섰다.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일제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누구도 동석이보다 덩치가 좋은 아이는 없었다. 동석이는 자연스럽게 제일 앞으로 나갔다. 아마도 동석이 보폭이 가장 크기 때문이었을 거다. 나머지 아이들은 동석이와 같은 중학교 1학년생들로 동석이 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았다.


총 열 바퀴를 도는 경기인데 열 명의 아이들 중 자폐아는 동석이 밖에 없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덩치는 작았지만 점점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동석이는 그런 건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동석이는 그저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것 같았다. 동석이의 표정에서 그게 느껴졌고 나는 그게 아름다웠다.


동석이는 두 바퀴째부터 꼴등으로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 여덟 바퀴째다. 그렇게 지켜보면서도 나는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동석이의 움직임은 조급함을 치유하는 느리고 우아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동석이가 백넘버 23번 아이를 의식한다는 거다. 동석이는 줄곧 그 아이 곁에서 달리고 있다. 그 아이는 유난히 체구가 작았는데 도대체 왜 인라인 대회에 나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못타는 애였다. 결국 동석이와 그 아이가 꼴등으로 들어오고 경기는 끝났다. 나는 23번 아이를 가리키며 미라에게 물어보았다.


-백넘버 23번 아이는 동석이하고 아는 사이야?

-어떻게 알았어? 저 애가 우리 동석이 수업하는 거, 숙제하는 거 도와주는 애야. 참 착한 애지. 인라인도 동석이가 한다니까 같이 하는 애라니까. 철민이야. 철민이가 없었으면 동석이는 아마 일반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걸.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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