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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oetopia

배오개 다리의 사내

by 선휘 BooKson

배오개 다리의 사내




그는 조용하다

가만히 냇물을 바라볼 뿐


그가 유일하게 소리를 내는 경우는

참을 수 없이 터지는 기침 때문,

그렇게 한바탕 바람이 지나면

사내는 먼산바라기를 하거나

하늘바라기를 한다


빗방울이 끊임없이

냇물을 튕긴다

그는 냇가에 앉아 멍하니

비가 냇물이 되는 걸 지켜본다

그도 냇물이 된다


또 한 무리의 기침이 지나간다

그에게 다가가 우산을 받쳐준다

다리 아래로 가면 비를 맞지 않을 거예요

그는 깊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을 거는 사람은 처음이군, 당신은 자판기가 아닌가

무슨 말인가, 눈을 껌벅이며

아저씬 어때요?


너는 퇴근하는 사람들 속으로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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