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섬이야기(83)

한여름 날 형제들의 모임

by 명재신

한여름 날 형제들의 모임



흩어져 살던 형제들이 쑥섬에서 모였습니다.


서울, 대구, 부산, 인천 그리고 여수에서 형제들이 쑥섬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것도 사촌 형제들이 쑥섬 고향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사느라고 그리고 자식들 키우느라고 여념이 없던 시간들을 벗어나 더 나이를 먹기 전에 그리고 운신을 할 수 있을 때 고향에서 얼굴을 보자고 각향 각지에서 고향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서울의 큰누님은 몇 날 며칠을 어떻게 첫날 점심을 해서 먹을까를 놓고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했습니다. 무얼 넣고 끓일까. 지리로 끓일까 매운탕으로 끓일까를 두고 잠을 설쳤다고 했습니다.


여수의 막내누님은 무얼 해서 먹으면 다들 해먹고 하느라 정신이 없을테니 여수에서 맛난 것들 모두 장만해 갈테니 그냥 빈손으로들 내려오면 된다며 기정떡이며 여수의 특산품인 갓김치, 물김치 등을 주문해 놨으니 그것들로 밑반찬을 하면 될 것이라고 고생스럽게 내려들 오는데 그냥 내려오게 했습니다.


여수 동생은 첫째날 점심은 무늬오징어 물회에 여수,거문도 근처에서 직접 잡은 농어 지리로 먹자며 두어 달을 일삼아 출조를 하여서 무늬오징어와 농어들을 낚아 모으기 시작했다며 얼굴이 구릿빛이 되어 있었습니다.


대구에 사촌 누님은 밑반찬으로 무얼 챙겨갈까를 두고 생각하다가 홍시를 넣고 '서빢지/석박지'를 담아서 가져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큰 통에다가 담느라고 몇 날을 바빴다고 했습니다.


부산에 사촌 형님과 형수는 무얼 해 갈까를 놓고 고르다가 곰장어가 제일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오는 길에 통영에 들러서 싱싱한 곰장어를 넉넉하게 사서 오느라 머언 길을 돌아서 왔다고 했습니다.


인천에 사는 동생은 들어오면서 마시고 놀 것들을 꼼꼼히 챙겨와서 머무는 동안 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준비를 해 왔습니다.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사들고 쑥섬으로 향하는 '쑥섬호'가 '잠방잠방'할 정도로 각각의 준비물품을 '이고 지고' 쑥섬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저는 '먹을 것보다는 즐길 것'을 고집하다가 '먹고 노는 것'으로 컨셉을 바꿔서 어쩌든지 '의미있는 모임을 하고 가자'라고 모두가 쑥섬으로 모여드는 여정까지도 이렇게 저렇게 준비를 해서 모여드는 형제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당진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서울에서 당진으로 내려온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출발을 하면서 당진에 있는 당진 선구점에서 '모종의 준비물'을 챙겨서 내려갔습니다.


대구에 동생은 '깃대/게잡이용 대'를 만드려고 목재를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서 밤샘으로 매제와 함께 만들어서 쑥섬으로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먹고 마실 것'과 '즐길 것'들은 여수에 사는 동생과 여수 누님이 챙겼고 고향집도 두어 달 전부터 다시 정비를 하고 모두가 먹고 자고 갈 수 있도록 챙겼습니다.


동생은 무엇보다도 고향집 마당에다가 그늘막을 펼쳐놓고 참나무를 태워서 만든 숯으로 고기를 잘 구워서 대접을 할 요량으로 차양도 준비를 하고 참나무도 사다 쟁여놓고 그리고 불을 지필 도구들을 잔득 챙겨서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먹거리는 여수누님이 이것저것을 동생과 챙겨서 쑥섬으로 들어왔으며 막내자형도 어려운 발걸음을 함께 해 주셔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서울에서 사는 큰누님이 둘째 누님을 챙겨서 칠순이 훨씬 넘으신 자형은 직접 운전을 해서 나로도항까지 하루 전에 내려왔습니다.


모두가 모여서,


하고 싶었고 나눠 먹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실컷 했습니다.


대구 형제들은 젤로 먼저 '갈매기 도팎'으로 달려가 '깃낚기/게잡이'를 시작해서 무려 '일곱뭇/70마리'의 '반장기/돌게'를 잡아 올렸고,


저는 '노루바구'로 돌아가서 해루질을 하면서 고기 잡이를 하였습니다.


부산 형님네 식구들은 쑥섬 '몬당'의 '비밀정원'으로 올라가서 온갖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고 멋진 풍경을 즐기면서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에서의 시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둘째 누님은 집 앞에 '갱번/바닷가'으로 나가서 호미로 '득득 긁어서' 바지락을 캐서 담는 솜씨를 자랑을 했습니다. 그것을 해보고 싶어서 서울에서 머언 길을 '한 행비/한번 다녀가는 것'를 했습니다.


아내는 여수 누님과 함께 형제모임의 중심이 되어서 모두의 먹거리를 챙겨 주어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비가 오긴 했지만,


'비가 오면 더 잘 잡힌다'는 '반장기'를 잡으로 다시 썰물을 따라 '갈매기 도팎'으로 득달같이 달려 나가는 형제들을 보면서 얼마나 와보고 싶었고 와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켜켜이 마음에 쌓으며 나이를 먹었는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쑥섬마을 선창가에 돗자리를 깔고 여름날 밤을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바닷물은 고요했으며 만조 시간이어서 쑥섬 선창은 마치 고요한 호수에 둘러싸인 모양으로 멋진 시간을 선사를 했습니다. 밤하늘의 밝은 보름달이 떠 있는 시간들 속에서 쑥섬마을의 조용한 시간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서울 큰누님과 둘째누님을 모시고 쑥섬 길가에 피었다가 지고난 갯패랭이 꽃들을 찾아 모시고 가서 멋진 사진을 여러 컷을 찍었습니다.


곱디 고운 누님들이 칠십을 넘기면서 이런저런 병치레를 하게 되면서 이쁜 갯패랭이처럼 강건하고 굳건하게 남은 시간들을 지날 수 있기를 바래고 또 바랐습니다.


다음 날 출근하는 일정으로 다들 떠나갈 때 즈음에는 아쉬웠지만 고향 쑥섬을 잘 지키고 계시면서도 오랜만에 찾은 형제들을 온 마음으로 챙기고 덕담을 해 준 쑥섬마을 형님들과 형수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늘 건강을 기원하면서 쑥섬에서의 이박 삼일의 형제들의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고향은, 그리고 형제는 이렇듯 언제 보아도 언제 만나도 언제 찾아가도 넉넉하고 멋지고 따뜻한 거 같습니다.


앞으로 더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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