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섬 이야기(89)
쑥섬 최애 포도존(2/2)
이번에는 쑥섬의 몬당길을 거닐어 보겠습니다.
6. 쑥섬 몬당의 '비밀정원'
쑥섬을 찾게 되면 쑥섬과 쑥섬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은 단연 '쑥섬몬당'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이곳을 '바다 위 비밀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서 오만가지 꽃들이 계절마다 다른 색채로 색감으로 피어나서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쑥섬 몬당'에서 조망하는 나로도항의 전경과 꽃밭의 꽃들은 다른 색감과 색깔로 다가옵니다.
온갖 꽃들과 함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앞뒤로 내려다보이는 멋진 경치입니다. 이곳에서 꽃을 배경으로 찍는 나로도항과 주변의 경관은 조화를 이루면서 찾아오신 귀한 손님들을 한아름으로 맞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이곳은 쑥섬의 몬당에 위치한 이곳이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전남도가 지정한 '제1호 민간정원'으로 지정이 된 곳으로 무엇보다도 꽃동산을 배경으로 찍는 최고의 포토존이 될 것입니다.
살아보니 별거 있던가요? 몬당까지 올라와 꽃밭 한번 걸어보면서 사는 맛을 만끽하는 것이지요.
쑥섬쑥섬
옛날하고 지금이 하나가 되어
쑥섬쑥섬입니다
칡넝쿨 뒤덮여 원시로 가던 섬
주인 떠나고 빈 집 늘어 가던 섬
무슨 영화를 볼 거라고
십여 년을 시나브로 드나들더니
나고 자란 터박이도 잊고 지나던 길
몬당길 비렁길 열어서는
하늘정원ㆍ별정원ㆍ환희의 언덕
성화등대ㆍ우끄터리길ㆍ쌍우물ㆍ동백꽃길ㆍ사랑의 돌담길
이제야 빛나요 일출처럼 석양같이
그대들 이룬 꿈
쑥대밭이 쑥섬쑥섬이 되었네요
고마워요
쑥섬지기 김상현 선생님, 고채훈 약사님
그대들이 가꾼 꿈의 길에
꽃이 만발입니다.
꿈이 만선입니다.
7. 쑥섬의 숨겨진 '산상 호수'
'쑥섬 몬당'에 올라서면 여러분들은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잔잔한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으실 것입니다.
쑥섬의 이전 행정명이 '봉호리(蓬湖里)'이었는데 여기에 '蓬(쑥봉}'은 쑥섬의 '쑥'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고 '湖(호수호)'는 나로도항과 쑥섬 사이에 있는 바다가 호수와 같다하여 붙여진 행정명이므로 나로도에 사는 사람들과 쑥섬에 사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호수'라고 이름을 붙일만큼 늘 잔잔하였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호수를 건네다 볼 수가 있는데 나로도항 너머 산 위에 커다란 호수 같은 것이 보이는데 이름하여 산 위의 호수가 있다 하여 붙인 '산상 호수'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면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가기 일쑤인데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기에 '산상 호수'가 있다고 하면 그제야 환호성을 지르며 그 크기와 기묘한 위치에 탄성을 낳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로도 너머에 있는 또 다른 바다로 '동바닥/동쪽바다'입니다. 더러는 나로도항 위에 있는 바다와 같은 호수로 착시하는 경우로 우리는 '동바닥'이라고 부르는 나로도 동쪽에 있는 '봇도리 바닥'이라고 하는 난바다입니다.
이를 두고 옛날부터 몬당에 이를라 치면 '저기 봐라 호수가 있다'라고 해서 쑥섬사람들만이 아는 '산상 호수'를 즐겨 건너다보곤 했습니다.
이곳을 겨냥해서 사진을 찍으면 바로 건너편에 있는 나로도항이 화면의 배경으로 잡히면서 그 위에 있는 '산상 호수'도 함께 화면에 들게 될 것입니다.
혹시나 다시 탐방의 기회가 있으시면 한번 건네다 보시고 '산상 호수'를 카메라에 한번 담아 보시길 바랍니다.
8. 쑥섬 '몬당길'
'몬당'이라는 지명은 남도 섬지방에서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주로 섬의 정상을 이름합니다. 쑥섬에서도 이 '몬당'이라는 말은 '쑥섬의 능성이에 있는 평평한 곳'을 말합니다.
이곳 몬당에는 유일하게 평평한 밭들이 있었는데 이 밭자리에 꽃밭을 일궈서 지금의 비밀정원으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일종의 꿈의 화원인 셈이지요.
그런데 이곳 몬당에는 몬당을 오가는 길이 있었습니다. 이 길을 쑥섬사람들은 '몬당길'이라고 했습니다. 이 길을 통하여 '몬당밭'과 '뒷먼밭'을 오갔고 또한 쑥섬의 여자아이들은 이른 봄에는 '쑥을 캐러' 이곳까지 올라왔으며 보리를 추수하거나 마늘을 캐는 시기에 그리고 고구마를 캐는 시기에 맞춰서 추수철에는 시나브로 오르내리던 길이기도 했습니다.
몬당길
이 몬당길은
우리 둘째 누나 쑥 뜯으러 가던 길
쑥을 캐서 쑥향 가득 실어 보내던 길
우리 큰 누나 서울살이 고달픈 양장점 잘 되어라
쑥섬 소식 전하려
조막손 고운 손 쑥향 따던 길
저 뒷먼 비렁길은
우리 셋째 누나 찔레순 뜯으러 가던 길
남풍이 불 적이면 찔레꽃 땋아서 머리에 꼽고
어머니 아버지 공부 좀 더 하고 싶어요 뭍으로 보내주세요
섬 처녀 적 노래 부르던 길
그 몬당길 비렁길은
여자의 일생ㆍ아씨ㆍ흑산도 아가씨
그 곱던 목소리 그 고운 노랫소리
넘쳐 나던 길
9. 삼도 가는 길 '서바닥'
'서바닥'은 쑥섬과 나로도를 중심으로 해서 서쪽에 있는 바다를 이름합니다.
'쑥섬 몬당'에 오게 되면 앞 뒤로 창연하게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경험하게 됩니다.
꽃들이 만발한 꽃섬이 마치 둥둥 떠서 바다 위로 떠가는 환상의 섬을 타고 있는 듯한 황홀함을 맛보게 됩니다. 하늘과 바다와 그리고 꽃섬이 함께 어우러지는 멋드러진 조화가 만들어내는 풍경에 푸욱 빠지게 되며 환호를 하게 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멀리 보이는 소거문도, 손죽도, 평도, 광도 그리고 시산도의 섬과 너른 '서바닥' 위로 내리는 창연한 햇살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멋진 조망을 가진 곳이기에 오후에 탐방에 나선 경우에는 수평선으로 지는 저녁노을을 렌즈에 담을 수 있는 멋들어진 포토존입니다.
그곳은 바로 필자의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생업으로 수도 없이 드나들던 그 바닷길입니다. 지금은 고속엔진으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예전에는 1시간 30분은 배를 타고 가야 건너가서 물때에 맞춰서 배낚시를 할 수가 있었고 파도라도 높은 날에는 목숨까지도 걸어야 건너올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삼도 가는 길
멀고도 멀어
장구 장단 일어 여수에서 백야도 봇돌이 바닥
나로도 거치고도 난바다 다시 너머 가는 길
초도ㆍ광도ㆍ평도ㆍ손죽도ㆍ무학도 건너가면
동도ㆍ서도ㆍ거문도가 모여 있어서
석 삼, 삼도라 했지요
작은 배 하나로
농어ㆍ참돔ㆍ감성돔ㆍ능성어 잡으러 가던 길
오늘이야 맑으나 밝아 장판 같은 바닷길이지만
울 아부지 혼자서 오가던 삼도 뱃길은
어찌도 그리 난바다였든지
아직도 멀고나 먼 삼도 길
오늘도 장구 장단 노랫가락 흥청거리는지
갈매기 한 쌍 춤사위가 고옵기도 하구나
10. 쑥섬 고양이 포토존
쑥섬 몬당에는 또 다른 명물이 있는데 그것은 '쑥섬 고양이'입니다.
이 고양이 조형물은 쑥섬이 '고양이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서 몇 군데 이런 멋들어진 '쑥섬 고양이' 조형물을 만들어 두고 사진을 찍는 공간을 만들어 두었는데 실은 필자에게는 여기 몬당 뒤에 있는 천길 벼랑과 고양이에 대한 애틋한 시가 쓰인 그곳이기도 합니다.
쑥섬 고양이* 1
웬일인지 쑥섬에선
왠갖 짐승 마다하고 유독
고양이만을 길렀지
아무도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쑥섬 고양이 한 마리가
할머니 손질하다 비운 자리
꼬박 생선을 지키고 앉았다가는
제 몫으로 챙겨주는 내장만 먹고 살았지
할머니 돌아가시고
어느 해 겨울
어머니 다듬던 자리 지키기를 마다하고
울타리 맴돌며 밤 내 울어 쌓더니
소리 거두어 간 곳이 묘연하였다.
이듬 해 날이 풀리고
섬 뒤 벼랑 아래 양지 바른 곳에
죽어 살이 다 내린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쑥섬 고양이 : 쑥섬에서는 오래전부터 고양이를 많이 키웠었다.
배들이 많아 생선이 흔해서 고양이 먹이는 늘 넉넉하게 챙겨주었다.
어찌 보면 저 고양이의 조형물은 필자가 쓴 '쑥섬고양이' 속에 나오는 고양이를 소환해 놓은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몬당에 오를 때마다 거기 손을 내밀고 있는 '쑥섬 고양이'의 손을 잡아주며 '그동안 잘 있었니?' 하며 안부를 묻습니다.
그리고 쑥섬 고양이들이 쑥섬 사람들과 그리고 많이 찾아오시는 탐방객들과도 조화하고 공존하기를 바랍니다.
11. 팔자 핀 팽나무
쑥섬에서의 팽나무는 보호수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수령이 오래된 팽나무들이 '우끄터리 초분골'에도 '당숲'에도 아직도 건재하며 세월을 부르고 있습니다.
어쩌든지 살아 있어야 합니다.
마을을 애워싸고 있는 시누대 숲에도 팽나무는 많이 자라고 있으며 그들 또한 쑥섬 사람들은 함부로 손을 대거나 베어내지를 않아서 큰 태풍으로 가지가 부러지거나 오래된 거목이 바람에 넘어지기 전에는 제 수령을 다채우고서야 사그라져 갔습니다.
하지만 밭자리에서 자라던 팽나무들은 매년 땔감목으로 그 잔가지들은 베어져 '푸나무/잡목'들과 함께 겨우내 군불을 지피는 땔감목으로 쓰여졌습니다.
그러했으므로 뒷먼밭 주변에 있던 팽나무들이 아직까지 살아 남아 있다는 것은 밭두렁의 주인들이 그나마 지켜주려한 마음이 있어서 잔가지만 쳐서 최소한의 땔감목만 가져다 쓴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쑥섬 비렁길'에서는 그러한 팽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되는데 이 팽나무가 양팔을 벌려서 탐방객들을 환대하는 형상을 만나실 수가 있을 겁니다.
이곳은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 잡아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내어주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고 올 여름에는 얼마나 더웠던지 선풍기까지 거기에 설치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뒤로 보이는 서바다의 품과 팽나가가 안아들이는 폼이 한데 어우러져서 여러분의 고단한 탐방길을 한숨 돌리고 가시길 권해 드릴 것입니다.
해서 어쩌든지 살아가야 합니다.
12. 우뚝선 '성화등대'
뱃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있는 곳입니다.
성화등대는 얼마 전까지는 사양도에 있었던 등대를 이곳 쑥섬의 '도런바구' 위에 지은 것으로 88 올림픽의 등대를 형상화해서 지은 등대입니다.
이곳에 내려가기 위해서는 비탈길을 조심해서 내려와야 하는 곳으로 쑥섬에서 민박을 하게 된다면 저녁 늦게까지 그곳에 머물다가 '수락도' 쪽으로 지는 석양을 조망하는 최고의 명소일 것입니다.
또한 이곳에 서면 목포 쪽에서 오는 배들이 좁은 물목을 지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아주 가까이 지나가는 것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기에 소리쳐 부르면 이름을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거센 조류가 휘돌아 가는 곳이라 해서 '돌아가는 물목'의 의미인 '도런바구'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담으면 배경에 '수락도'와 '사양도'가 들어오게 되며 이 또한 근사한 피사체로서의 몫을 다해 주기 때문에 멋진 한 컷을 얻을 수 있는 명소입니다.
13. 늘 조심하세요 '중빠진 굴'
아마도 '중빠진 굴'은 쑥섬의 최고의 포토존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중이 빠져 줄은 굴이라 하여 이름이 붙여진 '중빠진 굴'입니다.
이곳에는 얼마 전까지는 탐방을 허용을 했는데 아마도 도중에 어떤 사고가 있었던지 지금은 내려가는 계단을 막아 놓았습니다.
쑥섬사람들이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신선바구'를 경유해서 내려오는 '뒷먼길을 이용하는 방법과 '우끄터리 바닷길을 거쳐서 '도런바구'를 타고 넘어가는 2가지 길로 오갔는데 주로 낚시를 하러 다니는 남자아이들이 드나들었고 이곳에서 나는 미역이나 톳을 채취하여서 운반하기 위해서는 나룻배나 개인 소유의 배를 타고 오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탐방객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철재로 만든 난간을 만들어 놓아 한동안 이곳까지 내려가게 했으나 지금은 통행을 금지하고 있어서 아쉽게 저토록 멋진 절경을 사진에 '인생샷'으로 담는 것은 어려울 듯합니다.
필자는 원체 '자장궂은' 아이였기 때문에 유년시절부터 허구한 날 낚싯대를 둘러매고 드나들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중빠진 굴*
돌고 돌아 다시 되돌아 나오는
거친 숨소리 파도 소리
내기도 앞뒤를 재 가면서 했어야지
천 길을 오르려고
천만 번을 거듭 부딪치는 미련아
아직도 시퍼렇게
깊고도 깊은 굴에서 빠져나와
천길 벼랑을 오르려 하느냐
객기를 버리면
언젠가는 신선대神仙臺에 올라
구름을 부르는 날 있으리
*중빠진 굴 : 성화등대가 있는 벼랑 아래 자연 동굴 이름으로 굴 위에 있는 신선대에서 탁발승이 신선과 내기를 하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