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풍지통(祛風止痛)은 어떤 의미일까요?
"풍(風)을 없애고 통증을 멎게 한다"
→ 즉, "풍(風)으로 인한 통증을 없앤다" 또는 "통증을 가라앉힌다"
오늘은 "거풍지통(祛風止痛)"—즉, 풍(風)에 의한 통증을 없앤다는 한의학적 개념을 현대 의학 관점에서 해부학적, 생리학적, 생화학적, 약리학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 해부학적 관점 – 통증은 어디에서 발생할까요?
한의학에서 말하는 ‘풍(風)’은 주로 관절, 근막, 말초신경 등에서 발생하는 통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통증이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는 표현은 실제로 신경이나 근막을 따라 자극이 이동하는 양상으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관절 주변 조직이나 근육 속 말초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특정 부위가 아닌 여러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2. 생리학적 관점 – 왜 바람을 맞으면 아플까요?
외부의 찬 바람이나 습기 등은 우리 몸의 감각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고, 피부나 근육의 혈관을 수축시켜 혈류가 줄어들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조직에 산소 공급이 감소하고, 노폐물이 잘 배출되지 않아 통증이 생기게 됩니다. 또, 추위로 인한 근육 경직이나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 항진도 통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3. 생화학적 관점 –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은 무엇일까요?
풍에 해당하는 통증이 발생하면, 우리 몸에서는 다양한 염증성 물질이 분비됩니다. 대표적으로 TNF-α, IL-1β, IL-6 같은 사이토카인이 증가하고, COX-2 효소가 활성화되어 프로스타글란딘(PGE2)이 생성됩니다. 이 물질들은 신경 말단을 자극하여 통증을 유발합니다. 또한 bradykinin, histamin 등도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활성산소(ROS)는 조직 손상과 통증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4. 약리학적 관점 – 거풍지통 약물은 어떻게 작용할까요?
한약에서 풍을 제거하고 통증을 멎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재들은 여러 가지 약리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풍은 항염증 작용과 함께 항히스타민 효과가 있습니다.
강활은 진통 효과가 있으며, COX 효소를 억제해 염증을 줄입니다.
독활은 항산화 작용과 말초신경 안정화에 도움을 줍니다.
세신은 TRPV1 수용체를 억제하여 통각 민감성을 줄여줍니다.
계지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며, 항염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약재들은 각각 다른 경로를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며, 순환을 돕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5. 종합 정리 – 한의학 개념과 현대 의학의 연결
‘풍으로 인한 통증’이라는 전통 의학의 개념은, 현대적으로는 말초 조직의 손상, 혈류 장애, 염증 반응, 신경 예민화 등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거풍지통은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에 대해, 한약재의 항염·진통·혈행 개선 효과를 통해 조절하고 완화하는 치료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