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인터뷰
웬만한 교수 사무실보다 넓은 비서실을 지나 커다랗고 육중해 보이는 문 앞에 다다랐다. 비서인 듯한 분이 전화로 누군가 얘기하고는 문을 열어 주었다. 물론 가짜인 줄 알지만 대리석으로 치장된 바닥은 유난히 반짝여 보였고,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주위를 채우고 있었다. 어제 전해 들은 총장과 부총장의 고색스러운 영어 이름을 기억한 터라 이 광경은 대단히 어색했고 더 위압감을 주었다.
전날 학과장으로부터 오늘 교무담당 부총장과 총장 인터뷰가 있을 거라고 통보를 받았다. 몇 주 전에 최종 인터뷰를 위해 캠퍼스 방문이 필요하다고 전해 들었고, 구체적인 시간과 동선은 어제 듣게 되었다.
학과장과 학과 비서진들과의 면담을 가진 후 학과장의 안내로 드디어 교무 부총장과 총장을 만나게 되었다. 교수진들과의 점심 면담과 단과대학 학장 면담 등 남은 일정이 더 있었지만, 오늘 오전 중에 있을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
악수와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 이후 안내된 자리에 서로가 앉았다. 총장, 교무 부총장, 학과장, 그리고 나 포함 모두 넷이 그 넓은 방의 한 자리들을 채우고 있었다. 총장의 밝고 깨끗하게 빛나는 구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형식적이고 예측가능한 질문들이 있었고, 무난한 답변을 해 나갔다.
그러다가... 총장이 질문을 했다.
"당신은 과학자이면서 성경을 왜 믿는 거죠?"
"...."
예상치 않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여기는 기독교 계열 학교이지 않은가. 이러한 질문은 다소 돌발적이며 전혀 예상치 못 한 것이었다. 순간의 침묵 속에서 이런 당혹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할 말을 찾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빨리 말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최대한 침착하게 평상시 품었던 생각을 말하였다.
"과학은 과학적 사실을 다루며, 훌륭하게 그 역할을 잘 담당해 왔습니다. 과학은 과학적 소재를 갖고 과학적인 사실들을 설명해 오고 있지만, 과학적 사실들이 진리라고 생각지 않으며, 또한 그것이 진리를 다룰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적 접근과 해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리란 신념과 믿음의 문제이며 이것은 과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진리가 성경에 있다고 믿습니다."
나의 대답은 계속되었다.
"저는 학생들에게 과학자로서 과학적 사실들을 말할 것이며, 신앙인으로서 성경적 진리들을 말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부총장이,
"이런 답변은 정말 처음 듣는다"라고 말하며 놀라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순간, 나는 총장의 안색을 급하게 읽고 있었다.
그 얼굴에는 동의함과 일말의 만족감을 띄고 있었다.
비행기로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학과장으로부터 임용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