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양책 추천
8년 연속 예술교양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미술교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듣는 <방구석미술관> 조원재 작가의 신간 <방구석미술관 3>이 지난 4월 출간되었다.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이미 초판 2쇄에 들어갔고 초기작 <방구석미술관 1>은 2025년 6월 현재 15쇄를 찍을만큼 인기몰이인 이 시리즈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조원재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팟캐스트에서였다. 책과 동일한 이름의 팟캐스트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 젊은 남자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날것의 말투로 혼자 떠들고 있었더랬다. 구독자 수 늘리는 거에 관심은 1도 없어보이고 이야기하다가 자기 혼자 심취해서 울기까지 하던 이 남자. 미술평론가들의 난해한 문장들을 앞에 두고 어려워하는 많은 미술입문자들에게 그는 일상의 언어로 다가왔다. 그가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신선하면서도 독특했는데 한 예술가의 삶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내며 작품의 탄생배경, 상징요소, 조형언어등을 매우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다. 당시만 해도 이런 방식은 흔하지 않았으며 객관적 사실 전달보다는 예술가의 인생과 철학에 대한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 위주의 방송이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팟캐스트 시작시 예술가의 영혼을 방구석에 모셔왔다는 표현을 종종 했는데 다 듣고 나면 정말 그 예술가의 인생여정을 함께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던 건 조원재 작가 본인이 그만큼 몰입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듣던 팟캐스트가 책으로 나온다는 소식. 사실 히트를 친 <방구석 미술관 1>은 너무나 잘 아는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라 사지 않았었는데 <방구석 미술관 2>는 내가 평소 궁금했던 국내작가들을 다루고 있기에 바로 구입했다. 김환기, 이응노 편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 절벽 앞에 선 절박한 심경으로 그림을 그리던 화가의 인생이 책의 문장을 통해 내 마음 속에 들어오던 순간이었다.
<방구석미술관1>은 미술입문자가 보기에 부담없는 가볍고 유쾌한 어투,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들로 채워져 책장 넘기기가 수월하고, <방구석미술관2>는 국내 거장들에 대한 감동적인 서사를 펼치며 외국화가들에 비해 좀 더 정서적으로 유대감이 있는 국내화가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면, <방구석미술관3>는 한결 더 원숙해진 작가의 문장이 돋보인다. 가벼움은 약간 걷어냈지만 여전히 쉬운 언어로 들려주는 조원재 작가 특유의 몰입되는 스토리텔링은 여전하다. 특히 몬드리안이 기존의 회화 규칙을 완전히 파괴하고 순수추상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진화과정을 담은 첫 번째 챕터는 정말 많은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조원재 작가 본인이 깊은 사색을 한 것이 느껴진다. 참고로 책 제목이 방구석미술관인 것은 팟캐스트 녹음하던 시절 아무런 전문장비도 없이 작가의 집 방구석에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신작이 5년만의 출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2권과 3권 사이에 출간된 한권의 책이 더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이라는 부제가 붙은 <삶은 예술로 빛난다>가 그것이다.
이 책은 전작 <방구석 미술관 1,2>를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건냈던 삶과 예술에 대한 화두에 대한 보다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작가가 미술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와 여기까지 오게 된 여정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도 그런 예술의 순간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 지금 이 순간 진정 하고 싶은 것. 그것을 하자 그 마음의 소리.
그 진심.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터져 나왔던 그 소리.
그 소리는 사진에, 책에 실컷 빠지게 했다.
그 동안 잠재해 있던 미술의 맛에 푹 빠지게 했고
그 진심의 발로에서 나온 모든 행위에서 생성된 체험들.
그 체험들 속에서 나는 사색했다.
그렇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조금이나마 가진 잠재적 가능성이 무엇인지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삶은 예술로 빛난다>의 시작은 오늘의 연월일을 반복해서 그리는 작업을 48년간 이어간 온 카와라, 그리고 점, 선만의 반복적인 행위로 우리나라 미술사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이우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반복의 숙명을 지닌 우리의 삶에서 예술의 순간을 어떻게 발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램브란트, 반고흐, 세잔, 모네 등의 작품을 빌어 삶과 예술에 대한 통찰을 글로 전한다.
책 중반에서 작가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프란시스코 고야의 '검은 그림' 연작 앞에서 알 수 없는 눈물을 터뜨린 그 날을 회상한다. 극히 개인적인 체험이었던 내면의 기쁨을 그는 최대한 문장으로 다듬어 보지만 결국은 '말로 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학시절 졸업을 1년 앞두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휴학을 한 후 무작정 떠난 일본여행에서 사색에 사색을 거듭했고 또 다시 독일로 떠나 시작한 유럽 미술관 여행과 산티아고 순례라는 대장정으로 마무리하며 흘렸던 그 눈물, 또한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삶의 모든 행위는 예술이다.
그러니 예술을 하자.”
그는 2013년 자기 노트에 이렇게 끄적였고 10년이 지난 지금 예술문화/대중 분야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는 진정 글을 통해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sns에서 결혼소식을 전하며 앞으로 동행하는 삶도 예술로 빚어나가겠다고 썼던 조원재 작가.
<방구석미술관> 시리즈에 비해 다소 감정과잉으로 느껴지는 문장들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이 과장이 아니라 그의 진심인 것을 방구석미술관 팟캐스트 초기 청취자로서 알고 있다. T로 살아가는게 편한 이 실리주의 세상에서 내면의 감수성을 이렇게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사람이 한 명쯤 있다는 것은 묘하게도 내 마음 한구석에 위안이 된다.
“당신에게 정신적 만족을 주는 작업은 무엇인가.
그것이 당신의 예술이다.
그리고 그것을 단 한 번뿐인 당신의 삶에서 행할 때,
당신에게 예술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다른 대상이 아닌, 당신 자신이 된다.”
세상에 잘 쓰여진 책은 수도 없이 많으나 <방구석미술관> 시리즈의 인기비결을 알고 싶다면 조원재 작가의 ‘삶은 예술로 빛난다’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진심만으로 다 되는 세상이 아니지만 진심이 결여된 감동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첫사랑에 빠지는 듯한 느낌으로 내가 미술에 본격적으로 입문한지는 7년이 흘렀다. 여전히 미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때의 열정과 같지는 않다. 그 어떤 소중했던 것이라도 열정이 식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열정은 어찌 보면 절박함에서 나오기 때문에 절박함이 사라지는 순간 열정도 식어버린다. 그래서 조원재 작가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도 이것이었다.
“어떻게 그 열정과 진심을 유지하나요?”
자기 생명을 걸고 몰두한 예술가의 작품을 마주할 때 나 또한 진심이고 싶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을 알아보는 눈을 키우고 싶다.
예술에 진심인 작가와 그 혼이 담긴 작품을 알아보기 위한 공부.
이 여정이 내가 빚어내는 내 삶의 예술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