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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Jul 22. 2023

스토킹을 당했습니다 그것도 개인방송에서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어김없이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시청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평일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다들 어때셨나요?"


평소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도란도란 이야기의 꽃을 피워나갈 무렵


새로운 시청자가 첫 번째 채팅을 치면서

제 방에 놀러 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소수의 시청자들만 참여하는 방송이다 보니

그날 어떤 시청자가 왔고, 시청자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 명씩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죠


조금은 특이한 시청자였습니다



'자신이 누군지 맞춰보라면서 계속해서 퀴즈를 내는 시청자'


그래서 저는 지인인 줄 알고 혹시 지인인지

물어봤지만 안타깝게도 지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걸 어떻게 맞추라는 거야'


순간적으로 강퇴를 시킬까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시청자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방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 방송은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에 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카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라던가

'역 근처의 맛집을 갔는데 사람이 많았다'는 등의 주제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던 상황은 알게 모르게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사생활을 크게 오픈하지 않기 시작했던 게...


그날은 제가 예전에 해오던 음악인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시청자 A'가 난데없는 얘기를 합니다


"밀린 님 저 밀린 님 번호 아는데 한번 전화해 봐도 되나요?"


이 채팅을 본 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하며 콧방귀를 치듯 답변했습니다


"으잉? 전화 한번 해보세요"


그런데...

책상 앞에 놓여있는 핸드폰에 진짜 전화가 오기 시작합니다


'아 이건 뭔가 잘못됐다'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으니 시청자 A는 신나 하며 번호를 땄다고 좋아했습니다


"오오 진짜 밀린 님 번호였네요?  신기해요!!!"


그 말을 듣고 이내 황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번호를 알아낸 호기심이 가득한 시청자 A는

그 당시 연령대가 많이 어린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돌발 상황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래서 방송에서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거구나 깨닫는 첫 번째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상황 파악이 필요했습니다



"시청자 A야 어떻게 해서 번호를 알게 된 거야?"


다급하게 물어봤습니다


원인은 유튜브에 흘렸던 정보들을 근거로 블로그를 접근했고,

그 당시 일을 했었던 제가 블로그에 비상 연락망을 올렸던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제가 개인적인 제 과거를 오픈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빠르게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중학생이라 차분하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호되게 야단을 쳐야 하는 건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다 보니 이거는 잘못된 상황이라 시청자 A에게 설명을 하고


수신 번호를 차단한 후 개인번호를 변경했습니다


그래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할 때는

사생활을 철저하게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죠


지금은 고정적인 시청자도 있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다른 방에서 있던 에피소드를 듣다 보니


가끔가다 벌어지는 돌발 상황들에 많이 무뎌지게 된 것 같습니다


타인과 친해지는 기준이 서로의 개인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라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 생각을 꼬집을 수는 없지만 타인의 개인정보를 조금이라도 알아내기 위해


해커에 빙의한 마냥 타인이 알려주지 않은 정보를 구글링 하는 사람들이 조금 무섭긴 하네요


스토킹과는 다른 얘기지만

최근에는 얼굴을 평가해 달라는 DM을 종종 받습니다


저는 방송이다 보니 '당연히 예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굳이 얼굴을 평가를 해달라니 참 아이러니하죠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강압적인 '공감 강요'

아닐까 가볍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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