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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Jul 20. 2023

개인방송에서는 주로 무슨 얘기를 나누나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로 운을 

띄워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만큼 사람들과 더 진실되고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겠죠


그리고 그것은 비단 방송에서도

똑같은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청자들이 처음 방송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콘텐츠나 게임'을 진행 중인 첫 번째 상황

시청자들과 소통을 나누는 두 번째 상황이 있죠


'콘텐츠나 게임'을 하는 경우에는 대화의 흐름이 진행에 맞춰져 있기에 아무래도 소통이 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방송의 꽃'이기에

게임(콘텐츠)을 하기 전 텐션을 높인다는 뜻인


'예열'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콘텐츠를 진행하기 전,

방송인이 시청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텐션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갖는 것인데


모든 방송들이 그런 편은 아니겠지만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간단하게라도

소통을 하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체적으로 이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짧은 편입니다)


물론 콘텐츠 없이 소통만으로

방송을 길게 진행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생태계를 알기 전 들었던

하나의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그건 '저렇게 길게 방송을 하면서 도대체 어떤 얘기를 하는 걸까?'라는 단순한 의문이기는 했습니다만,


실시간 방송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독자 분들도 궁금하실 것이라 생각이 들어

한 번 이야기를 덧붙여 보려고 합니다


일단 먼저 대부분의 시청자가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를 챙겨보는 편은 아닙니다


주로 시청자의 시청률은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 시간은 주로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는 시간과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서로의 안부를 묻고 평범했던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청자들도 충분한 대화가 진행되었다고 느낄 때 즈음이면 자연스럽게 방을 퇴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서로가 어느 정도의 안면이 있으며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겁니다


그렇다면 처음 보는 시청자의 경우,

얼굴도 모르고 특징도 모르고

심지어 성별도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떤 말을 처음으로 건넬 수가 있을까요?


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정적을 깨는 '아이스브레이크' 즉 '스몰톡'을 사용해


모두가 공통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겠죠


사람이라면 일단 먹을 수밖에 없고,

그날의 날씨를 경험할 수밖에 없으며,

집에서 이뤄지는 생활이 있죠


저는 그런 공통적인 얘기를

'방송의 메인 주제'로 삼는 편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부분을

좀 더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연령대가 다른 10대~30대의 시청자들을

공통적으로 겨냥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을 때,


'한국이라면 학교에서의 생활은 누구나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누던 얘기들의 주제가 고갈 날 즈음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그때의 추억들을 곱씹는 편입니다


"토요일에도 학교 등교하는 게 진짜 싫었었는데"


그렇게 제가 먼저 운을 띄우기 시작하면,

각자 다양한 얘기들을 꺼내주더라고요


'제가 다닐 때도 놀토가 없었는데'

'대학교를 딱히 나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대학교 제가 다녀봤는데 이런 것은 피하셔야 해요'


이렇게 다양하게 나오는 얘기들을

방송인이 조율하고 새롭게 연결되는 주제를 이끌며 방송을 진행합니다


조금 더 예시를 들자면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났다'를 시작으로

'그 친구가 어떤 친구를 좋아했다'는 얘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첫사랑과 관련된 부분'들을 시청자들에게 물어보는 형식입니다


그리고 주제에 대한 예열이 점점 진행될 즈음에

제가 경험한 일들이나 저의 생각들을 공유하며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이런 스몰톡의 방법을 제외하고 시도할 수 있는

대화의 시작은 '닉네임 유추'입니다


닉네임으로 유추하기


"안녕하세요"라고 처음 운을 띄운 '첫 참여자'에게

저는 이 방송이 어떤 방송인지 설명을 해준 후에 그 사람의 닉네임을 쓱 파악합니다


누군가는 '닉네임이라고 별게 있겠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닉네임은 '어떻게 나를 생각해주고 싶은지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백랑 0617'이라는 닉네임이 있을 때

이 친구가 '백랑'이라는 것을 자신에 투영했다는 사실과 '0617'이 생일일 가능성이 있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이것은 범주 밖의 얘기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색깔 음식을 닉네임에 많이 추가하며 특히나 동물의 경우에는 줄임말을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라는 단어도 트위치라는 방송 플랫폼에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인데


''은 늑대의 준말로 생각보다 많은 남성들이 ''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결론을 지을 수는 없지만 ''과 같은 닉네임 선정은 만화나 게임에 관심이 많을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닉네임 유추를 통해 정리를 하자면,


1.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을 수 있고

2. 생일이 6월일 가능성이 높으며

3. 하얀 늑대라는 것에 관심이 많은 남성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 얘기를 토대로

아이디의 유래를 다시 물어보며 의미를 확인하고,


기존에 있는 시청자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주제로 대화를 돌려보곤 합니다


"저 최근 최애의 아이를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또는"요즘에 볼만한 애니가 딱히 없는데 추천해 주실 만한 것 있으신가요"와 같은 내용들 말이죠


물론 모든 유추와 대화의 선택이 항상 맞아떨어진 적은 없었지만


이렇게 시청자에게 관심을 가지며 대화의 주제를 찾아가는 것은 방송을 하는 것에 있어 바람직한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추를 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어그로가 너무 강한 아이디라면 대화에 큰 힘을 들이지 않는 편입니다


한 번은 방송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시청자가 방송에 들어와 처음으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멍멍"


저는 반갑게 확인하며 닉네임을 확인하다 이내 궂어버렸습니다


'닉네임: 잘생기면 짖는 개'


아이디를 보고 굉장히 피곤한 시청자일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그 추리가 맞아 떨어지 듯,

어떤 얘기가 나오면 바로 '멍멍 멍멍 머머 엉'이라

속 채팅 창을 도배하더라고요


제가 하는 방송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방송을 끝낸 후 '잘 생기면 짖는 강아지'를 조용히 강퇴시켰습니다


이렇듯, 방송을 하다 보면 시청자 닉네임의 개성을

앞세워 잠깐의 관심을 받고 다른 방송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갑자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다니는 '백범김구'나,


'여자 속옷 도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갑자기

속옷 색깔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런 것을 보면,

좋은 시청자들도 많지만 그와 반대로 관심이 많이 고픈 시청자들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닉네임으로 무언가를 유추하기 전에 관종과 덜 관종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방송을 하는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경우

7월 19일인 오늘을 기준으로 13만 5,217명의 시청자 있으며

2,293개의 라이브 채널이 있습니다


작년보다 확실히 떨어진 수치이지만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2천 개의 방송관리자와 13만의 시청자가 있는 것이죠


13만 명이 이 조그마한 사이트에서

서로가 관심을 채우려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안겨주는 2천 명의 방송관리자를 응원합니다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은 하나의 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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