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밀린 Jul 14. 2023

개인방송 어쩌다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미 수많은 1인미디어들이 존재하고 있는 지금입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처음에 방송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을 것이었을 테죠

'나도 한번 방송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각자가 다양하겠지만

저 역시 '방송을 해야겠다'라고 바로 마음을 먹진 않았습니다.


제가 방송을 해야겠다는 결심은 우연한 흐름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혼자 밥을 먹을 때 심심하던 마음에 찾아보던 '유튜브 게임 리뷰 영상'이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먹방'과 '예능' 다양한 방송들이 유행하던 속에서 저는 유독 '게임 영상'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게임 리뷰가 특히 재미있었는데, 리뷰 영상 속에서도 여러 가지 범위가 있겠지만


롤이나 오버워치 같은 대중적인 게임 방송에는 큰 흥미가 없었어요


제가 남들보다 동체 시력이 늦어 빠르게 끝나는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이유이기도 하고

워낙에 3D멀미가 심하다 보니 게임을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그래서 주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추리 게임이나 

스토리가 특별한 인디 게임 장르의 영상을 찾는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방송을 찾다가 차분히 게임을 즐기며 스토리에 몰입감을 주는 한 유튜버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다양한 게임으로 리뷰를 하는 그 유튜버의 짧은 영상을 보며

저는 '편집된 영상이 아닌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방송은 어떨까?' 호기심이 들게 되었습니다


마침 유튜브 정보란에 트위치(방송 플랫폼) 링크가 있었고,

그날 마침 방송을 하고 계셔서 조심스럽게 해당 링크를 클릭했습니다


개인방송을 처음 본 소감을 뭐랄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용한 방송 분위기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던 모습에 충격을 받았어요

결국 유튜브에 편집이 된 영상과 실제 방송을 통한 모습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아무래도 대여섯 시간 게임을 하던 순간들을 삼 십 분으로 짧게 뭉쳐놓은 영상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방송으로 보이던 그분의 모습은 모든 순간이 재밌지 않은 평범한 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트위치라는 방송 플랫폼의 분위기를 잘 모르는 상태였기에

저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송을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왼쪽 하단에 있는 추천 방송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을 켜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새로 출시한 게임을 리뷰하는 사람들,

공부를 하면서 누군가가 감시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


정말 다양한 방송의 모습이 있었지만

그 당시 유독 눈에 끌리는 것은 동물 캐릭터였습니다.


빨간 다람쥐가 팝콘을 먹고 있는 유머스럽고 장난기 있는 모습이었는데,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 찬 네모난 창들 속에 동물 하나가 떡하니 있으니 눈이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제 의지로 방송을 구경했습니다


'JUST CHATTING'


저스트 채팅이라는 카테고리는 게임이나 다른 것을 하지 않고

오직 수다를 나누는 평범한 항목이더라고요


그리고 방송은 주로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5~7명 정도로 제가 알고 있던 방송보다 훨씬 더 사이즈가 작은 방송이었습니다


몇 백 명이 아닌 한 자리 수의 방송은 어떨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방송이 시작된 지 중간 즈음 된 타이밍에 들어가서


이미 들어와 있는 시청자들의 얘기를 며칠 구경하고


그 분위기가 익숙해질 즈음...

뉴스나 유머 게시판에서도 쓰지 않았던 제 이야기들을 채팅창에 하나하나씩 입력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뭔가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딱딱하게 인사를 건네니

오히려 시청자들이 더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어색함 속에서도 채팅을 직접 읽어주고 반응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 신기했습니다

어쩌면 이 처음이 방송을 가장 재미있게 본 시절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렇게 저녁에 혼자 밥을 먹으며 유튜브를 보던 저는

개인방송을 보며 일상을 공유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방송을 처음 보다 보니 느낀 점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방송인의 매력에 시청을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곳에 있는 시청자들과 같이 뭉쳐있다는 느낌이 저를 눌러앉게 만든 이유인 것 같아요


개인 방송을 하다 보면 일 대 일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각자가 자기 얘기를 하면 방송이 진행이 되지 않더라고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격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대화의 흐름은 일 대 다수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례가 되면 할 얘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채팅을 구경하고 있으니

시청자들도 저의 일상과 크게 다를 게 없었습니다


모두가 나름대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저와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고 공유를 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들끼리 모여 각자 자기가 겪었던 일들에 

서로가 힘을 모아 집중을 하는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대형 유튜브와 같은 개인방송은 채팅을 잘 읽어주지 않았습니다


채팅이 너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 이유이기도 하고

돈으로 후원을 하면 그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비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 냄새가 조금 더 풍기는 소규모의 방송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종종 방송을 보기 시작하면서 '디스코드'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디스코드'는 명절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게임 내에서 소통을 하기 위해 쓰는 하나의 프로그램이었는데

트위치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소통 방식이더라고요


한 번은 방송에서 '디스코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지원자를 모집했을 때

음성으로 그 분과 통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 '디스코드'를 설치했습니다


사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뭔가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과 온라인 대화를 진행했지만 

벽을 바라보고 대화를 한다는 느낌은 쉽게 지워내기 어려웠습니다


"저 디스코드를 처음 설치 해봐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얘기를 시작하며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간단하게 안부를 묻고 제가 살아오면서 재미있었던 썰들을 얘기했습니다

저는 그때 대학교 때 좋아하던 이성에 대한 썰을 풀었었죠


한 30분 정도 '빨간색 다람쥐 캐릭터'와 얘기를 나누며 그 캐릭터가 반응을 재밌게 했던 것이 이유에서인지,

제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특정한 사람이 생겨서인지, 


저는 조금 더 재밌는 얘기를 나누기 위해 여러가지 썰들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방송을 하는 사람보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주목을 받는 것은 방송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썰을 풀면서 시청자들의 채팅을 확인하고 반응을 의식하는 것이 방송을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더라구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간 중간,

'방송을 하면 잘하실 것 같다'는 얘기를 종종 듣다 보니 

조용히 '방송 송출하는 방법'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기도 했었죠


결과적으로 방송을 시작한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상황도 아니었고

소통을 위한 마이크도 이미 가지고 있었기에...


그래서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방송 송출 프로그램을 켠 후에 처음으로 첫 방송을 키게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