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글쓰기 전에 검토해야 하는 것
그런데 저도 아직 모르겠어요
특정한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 떠오르는 생각대로 내 얘기를 덧붙이기 시작한다. ‘이런 내용도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마구잡이로 생겨난 글을 다시 읽어본다. 잠깐 쉬었다가 이번에는 그 욕심을 덜어내며 여러 차례 탈고한다. 욕심을 다시 덜어내는 작업을 하며 내 글을 통해 내 욕망을 목격한다.
글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고자 함은 변함이 없지만, 그 마음에 오류가 있다. 내 욕심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즉 ‘여러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과정’을 나 혼자 하려는 마음이다. 생각보다 좋지 않은 욕심이다. 글을 통해 영상도 만들고 싶고, 책도 쓰고 싶고, 웹소설도 쓰고 싶다. 이것을 마케팅하고 그림도 넣고 전문성이 분산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생각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좋은 작품은 의외로 여러 사람과의 합작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물론 나 혼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게임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책을 만드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멋스럽게 다가오기에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그렇기 때문에 혼자 만들어진 명작이 주목을 받는다). 너무 과한 창작 본능은 내 시간을 갉아먹는다.
예전 기억을 올라가 본다. 음악을 전공했던 내가 주변에서 많이 봤던 풍경 중 하나는 싱어송라이터가 음악을 넘어 모든 것을 해내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영상도 본인이 찍고 마케팅도 혼자 하고 메이크업도 코디도 투자를 아껴 자신을 혹사하는 그런 모습이다. 과한 창작 본능은 대중 예술에 먹히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창작비를 줄이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음악적 감각이 높더라도 영상적 감각도 같이 높은 경우는 예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중적 예술은 혼자 진행하기 어렵다. 오히려 혼자 즐기는 건 내향적 취미가 아닐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멋진 생각을 더 멋지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혼자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주제로부터 멀리 돌아왔지만, 글은 나를 다양한 사람에게 안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다음으로 나를 이끌기 위한 글의 속성을 생각했다.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을 해본다면 내 직접적인 경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나의 경험을 토대로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이 IP가 되는 것이고 다른 것은 다양한 IP를 보유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 자신이 IP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다양한 IP를 보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브런치 스토리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기 경험이 IP가 되는 글을 보여준다. 매일매일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주로 가족과 관련된 에세이들이 가득한 요즘 무엇이 자신의 IP인가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 고유의 이야기를 좋아할까?’ 생각할 때면 조금은 겸손해진다. ‘내 경험이 그렇게 좋은 얘기를 엮어낼 수 있을까?’라며 의문이 들고 딱히 ‘특별한 경험이 없기도 한데..’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IP는 쌓이고 각각 소설책으로 또는 하나의 에세이로 엮어진다.
독자들은 힐링과 동기 부여를 위해서 에세이를 찾고 재미를 찾기 위해서 소설을 찾는다. 꼭 글뿐만이 아니다. 내 글이 영상이 될 수도, 드라마가 될 수도 있는 세상에서 굳이 글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시각적인 자극성을 찾는다. 독자가 플랫폼을 통해 이야기꾼을 찾는데 그 이야기꾼이 재밌는 얘기를 가져오길 바라는 것과 같다. 어느 정도는 클리셰를 벗어나는 얘기를 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조금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스토리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글도 영상도 어쩌면 웹툰도 기획에서 출발하기에 글은 결국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독자를 이끈다. 결국 글의 방향은 작가의 몫이며 두 가지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에게 맞는지는 화자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