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행복한 백수가 어디있으랴.
가만히 있어도 숨 쉬듯 시간은 흘러가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가만히 누워서 잘 수가 없다. 자려고 불 다 끄고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슬며시 일어나 발치에 있는 조명을 다시 킨다. 9월의 마지막 날인 10월 1일을 맞이하는 오늘 바로 이 밤. 또 내 속에 자아가 일어났다. '백수'라는 명목 하에 행복만 바라던 인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로운 자아는 잠 들기 전 스물스물 올라오는 불안감에 휩싸여 이 밤에 노트북을 붙들고 이렇게 하소연을 하고 있다.
방금 몇 개 안되는 나의 몇 개월 전의 브런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생각했다. 나라는 인간은 곧잘 행복해하고 곧잘 힘들어하는 그런 사람이구나. 매사에 잘하고 싶어 하는 게 많은 사람이고, 또한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서 힘들어하는 사람. 행복하게 백수생활을 맞이하며 글을 쓰겠다던 나의 결연한 의지는 어디 가고 홀연히 사라졌다가 이렇게 4개월 만에 다시 브런치를 들어오게 되었다. 머쓱하구나. 이렇게 한없이 작아져서 돌아오다니.
내가 결정적으로 이 글쓰는 로망을 포기하면서도 매달렸던 일은 리브랜딩 일이다. (가족일이라 일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기엔 애매하다.. 그저 몸이 힘든 백수랄까?) 이 리브랜딩을 위해 그 동안 발로 뛰어다녔다. 6월에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정리했고, 7월에 부분 인테리어가 시작되었고, 8월에 인테리어 마무리와 브랜딩 구상, 그리고 9월 브랜딩이 마무리되었고 10월 이제 실질적인 마케팅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분명 너무 재밌어서 맡은 일인데 또 점점 일처럼 느껴지고 있다. 일처럼만 안 느껴지려면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계속 집어넣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에 한 달 정도는 일을 하는지 노는지 모를 정도로 재밌어했는데 말이다.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지점인 것 같다. 아무튼 눈 깜짝할 새에 4개월이 지나가버렸다.
여름의 숨 막힐듯한 더위가 물러가고, 날씨를 많이 타는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한숨 돌린다. 요즘 부쩍 차판을 늘여놓고 차를 마시는 날이 많이 늘었다. 멍하니 차를 마시다 보면 책이 읽고 싶어진다. 책을 읽다보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이렇게 다시 브런치로 돌아올 운명이었던게지.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혼자 힘들다고 외치는 시간 속에서 깨어날 의지가 생겼다는 것 같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의지가 생긴 건지, 의지가 생겨서 글을 쓰기 시작한 건지 언제나처럼 나는 나를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틀림없다. 자 다시 좋아하는 일들로 채워보자. 항상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