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나를 고립시키기
흘러가듯 살아가다 문득 "어, 지금 뭐지. 나 왜 이렇게 살지?" 하고 자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다이어리를 펼쳐들고 앞으로의 결심들을 막 써 내려간다. 이럴 때마다 지구를 인형의 세계처럼 지켜보는 어떠한 다른 존재가 나를 마치 인형처럼 조종하는데 시스템 오류가 나서 가끔 진짜 내 자아가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극히 n인 직관형 사람의 생각일 수도...) 아무튼 이러한 순간은 한 두어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데 이번 백수 기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무리 백수더라도 아무런 성취 없이 살 수는 없다. 내가 그러지 못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퀘스트 깨기처럼 백수 때 하고 싶은 일들, 해내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고 싶은데, 이러한 게 또 그냥 막 되는 게 아니다. 게으르다면 게으른 편에 속하는 내가.. 미루기 대마왕인 내가 기한을 두지 않으면 이러다 일 년이 다 가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생각만 해도 무서워라. 그래서 자아가 깨어난 날에 결심했다. 6월 한 달 난 사회와의 연을 잠시 끊어보자. 카카오톡과 멀어지자. 약속을 잡지 말자. 나를 이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아주 나 자신과만 놀아보자. 그래서 5월 중순부터 만나는 친구들에게 모두 말했다. "나 6월에 연락이 안 될 거야.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올게.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아보고 올게."
지금은 딱 2가지 정도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다. 하고 싶다고 이야기만 하고 얼마나 미뤄왔던가. 이제 슬슬 시작할 때이다. 이걸 보고 어찌 이게 즐기는 백수 생활이냐고 물으실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일하면서 시간이 간절하던 그 시절,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헬스, 독서, 피아노'를 시간의 이곳 저곳에 넣을 예정이다. 아 그리고 아침의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백수라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가고 싶은 공간으로 훌쩍 가서 저 루틴을 해도 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오늘은 종로의 한 고즈넉한 카페에서 오전루틴을 해야겠어!"라고 생각하면 그곳으로 가면 된다. 이러한 적당한 자신을 규제할 수 있는 루틴 속에서의 자유. 이제서야 이게 필요한 시점이 왔다. 자 오늘은 정확히 5월 31일이다. 내일부터 바로 시작되는 나의 비장한 유월. 딱 한 달 뒤에 이 글과 비교해서 후기 글을 남기고 싶다. 지금은 전부 무의 상태. 한 달 뒤에는 찬란한 성취들이 날 기다리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심히 살아보자.
* 단 일주일 중 5일만 계획 지키기를 나에게 권장합니다. 평일과 주말이 동일한 이 백수에게도 일주일 중 2일은 자유를 외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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