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내기

by 네맘
심장 안에서 천사와 악마의 기묘한 내기


태호의 마음속에는 성격 까칠한 파란 악마와 참을성 많은 붉은 천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둘은 사사건건 부딪혔죠. 참다못한 악마가 제안했습니다.
"야, 천사! 이 심장을 먼저 한 가지 색으로 다 물들이는 쪽이 이 공간을 독점하는 거로! 규칙은 간단해. 태호의 행동에 따라 동전만 한 점을 찍는 거지. 네 조언을 따르면 붉은 점, 내 속삭임을 따르면 파란 점! 오케이?"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찬밥 신세’ 둘째 아들 태호를 잘 아는 악마는 파란 물감 팔레트를 흔들며 자신만만하게 말했습니다. 천사는 악마의 일방적인 태도가 못 마땅하였지만, 태호의 착한 본성을 믿고 꾹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태호의 아버지는 매일 낡은 자전거를 타면서 남의 소식을 전해주느라 발이 부르트도록 걷습니다. 하지만 태호는 아버지의 ‘발’ 보다 형의 ‘새 신발’만 보였습니다.
큰형에게만은 기를 죽이지 않으려 운동화를 사주고, 동생은 덩치가 커서 새 옷을 입을 수밖에 없어, 태호는 늘 형의 옷을 물려 입어도 뭘 사달라고 말을 못 했습니다.

‘아버지는 온 동네에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왜 나한테는 운동화 소식을 안 전해줄까?’ 태호의 생각을 읽은 악마는 속삭였습니다.
"억울하지? 송곳으로 고무신에 구멍을 뚫어버려! 그럼 아버지가 새 신발 사주실걸?"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태호는 고무신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고 말았습니다. 악마는 신이 나서 태호의 심장에 파란 점을 덧칠했습니다. 하지만 태호에게 돌아온 것은 새 운동화가 아니라 아버지의 매서운 회초리와 야단이었습니다.

어제의 일로 태호는 속상해서 그런지.... 수업시간 중에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야 했습니다.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텅 빈 복도 옆 신발장에 놓인 고무신 사이로 운동화 몇 켤레가 태호의 눈에 띄었습니다.
하얗고 깨끗한 은수의 운동화는 구멍이 뚫린 태호의 고무신과 대비되었습니다.
"너도 저렇게 멋진 운동화를 신을 수 있었어. 2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파란 악마는 태호의 귀에 끊임없이 질투와 억울함을 불어넣었습니다. 태호는 학교 건물 뒤편, 어둡고 습한 소각장에 운동화를 숨기고 말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모두들 하교할 무렵, 은수는 운동화가 없어진 것을 알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다 같이 운동화를 찾아보지만, 끝내 은수는 실내화를 신고 집으로 가야 했습니다.


다음 날, 태호는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면서도 친구들이 운동화를 못 찾는 모습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또다시 성현의 운동화를 들고 소각장으로 향하는데 악마는 속삭였습니다.
"왜 굴뚝에다 운동화를 버리려고 하지? 너의 발에 딱 맞는 운동화야, 멋지잖아!”
천사는 태호가 더 이상 나쁜 마음에 흔들리지 않게 간곡하게 붙잡았습니다.
"안 돼! 남의 운동화를 신으면 금방 들키는데 그래도 괜찮아? 은수가 우는 모습을 봐. 네가 흘렸던 눈물이잖아! 지금이라도 살짝 갖다 놓으면, 네가 한 일이라고 생각 못 할 거야.”
태호는 천사의 말이 옳다고 생각이 되어 뒤돌아 서는데, 선생님은 태호의 손에 들린 운동화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결국 덜미를 잡혀 겁에 떨고 있는 태호에게 선생님은 엄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왜 친구의 운동화를 소각장에 버렸니?"
마음을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어서 태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있는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너의 잘못된 행동을 회초리로 맞는다면 몇 대를 맞아야 할까?"
태호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운동화 두 켤레를 버려서 2대를 맞아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네가 운동화를 버려서 두 친구가 슬펐고, 신발을 찾느라 늦게 귀가한 친구들 60명의 시간, 그리고 아이들을 기다리며 애태운 부모님들의 걱정까지... 모두 합하면 62대가 넘는구나. 이 매를 맞겠니, 아니면 반성문을 쓸래?"
태호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겁이 덜컥 나서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잘못을 느꼈습니다.
악마는 대충 쓰고 넘어가라고 낄낄거렸지만, 이번에 태호는 달랐습니다.

밤새도록 종이를 구기며 자신의 못난 질투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미안해, 사실은 나도 새 운동화가 너무 갖고 싶었어.' 진심 어린 문장이 채워질 때마다, 태호의 심장에는 따뜻한 붉은색이 다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천사는 신이 나서 붓을 휘둘렀죠. 태호의 변화를 알아본 선생님은 학교의 가장 큰 행사**이야기 대회**에 나가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전교생과 학부모님이 모인 강당. 태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질투로 '고무신 구멍' 사건과 '운동화 도둑'이었던 순간들, 이제는 남의 것을 탐내기보다 저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사랑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강당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고, 뒷줄에서 아들의 진심을 들은 아버지는 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날 밤, 태호의 책상 위에는 반짝이는 새 운동화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동안 조금씩 모아둔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운동화를 사면서, 태호의 마음을 몰라주어서 아버지는 미안했습니다.

태호의 심장은 이제 완벽한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승리한 천사는 악마에게 윙크를 건넸고, 악마는 투덜대면서도 태호가 신은 새 운동화의 끈을 단단히 묶어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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