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3개월 차, 업무에 제법 익숙해졌다고 자부하던 무렵 그녀는 대형 사고를 쳤다. 큰 병원 식당의 홀 관리를 맡게 된 그녀는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전용 엘리베이터와 그 주변을 대청소해야 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벽면에 짙게 남은 손때와 얼룩은 아무리 힘주어 닦아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그녀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숙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율 배식대 위에 흐른 참기름을 행주로 훔치다 문득 깨달았다. 기름이 묻은 자리가 마법처럼 번쩍이며 힘들이지 않고도 깨끗해지는 것이 아닌가. '이거다!' 싶은 생각에 그녀는 마른행주에 폐식용유를 살짝 묻혀 엘리베이터 안을 닦아 내려갔다. 결과는 경이로웠다. 단 30분 만에 엘리베이터는 갓 출고된 새 제품처럼 눈부신 광택을 뿜어냈다.
다음 날, 병원 직원들은 새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같다며 환호했고, 심지어 청소 전문 미화팀의 소장님까지 찾아와 대체 어떤 약품을 썼느냐며 노하우를 물었다. 칭찬의 향연 속에 그녀의 어깨는 한껏 올라갔고, 스스로가 대견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성취감은 사흘을 가지 못했다.
기름의 매끈한 점성은 양날의 검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기 중의 먼지들이 자석처럼 엘리베이터 벽면에 달라붙기 시작했고, 번쩍이던 광택은 순식간에 지저분하고 뿌연 막으로 변해버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부장님의 엄포가 떨어졌고, 그녀는 그제야 '기발한 아이디어'가 누군가에게는 치워야 할 거대한 짐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미안함과 당혹감에 휩싸여 비눗물을 들고 달려갔을 때, 그녀를 멈춰 세운 건 과장님이었다. 전기로 움직이는 기계에 물을 쓰면 위험하다며 그녀를 식당으로 돌려보내셨다. 멀리서 조리사님과 함께 땀 흘리며 기름때를 닦아내던 과장님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이 모래알처럼 껄끄러웠다. "근처에도 오지 말라"는 무심한 지시 속에는 사고를 친 신입의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베테랑의 배려가 담겨 있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그 '원상복구'의 시간 동안 그녀는 참 많은 것을 배웠다. 효율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정석이라는 것, 그리고 그녀의 실수를 묵묵히 감내해 주는 동료들의 넓은 등이다. 비록 시작은 서툰 오판이었을지라도, 그 바탕에는 일을 더 잘해보고 싶었던 뜨거운 진심이 있었음을 이제는 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언제나 성공의 순간이 아니라
조금 부끄러운 그날의 기억일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닦고 있는 것은 엘리베이터 벽면이 아니라 자신의 일하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