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외상이요.”

by 이경오

“아줌마! 외상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세상 물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여섯 살 철부지 꼬맹이가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시던 어머니 흉내를 내어 외상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또래 코흘리개들 앞에서 호기롭게 사탕을 한 움큼 들고 올 줄 알았으니, 어설프게나마 나름대로 경제관념은 가지고 태어났던 모양입니다. 더구나 그날 저녁 가게 주인으로부터 황당한 경험담을 전해 들으신 어머니에게 호된 매 세례까지 받았으니, 그야말로 타고난 의심스러운 자질에 깊이를 더한 경제 교육까지 받았던 것도 같습니다. 아마도 ‘외상’이란 곧 그 대가로 뒤따르는 응분(應分)의 빚을 진 셈이니, 그 이후의 행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그렇게라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매를 드신 어머니의 머릿속은 무척이나 무거웠을 거라는 생뚱맞은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FOMO 공포에 ‘영끌’… 20대 6만이 신용불량‘

‘영끌’이니 ‘빚투’니 하는 민망한 단어들은 되도록 눈길을 피해 가곤 했습니다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주말 저녁에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엔 ‘FOMO 공포’라는 생소한 포장까지 더해둔 바람에 호기심 많은 성격이 참아내질 못하고 덜컥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즉, 국립국어원에서 ‘소외 불안 증후군’이라는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길 권고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만, 남들에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걸 꺼리는 마음에 무리하게 투자에 나섰다가 신용유의자로 낙인찍히는 젊은이들이 걱정스러울 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먹먹해진 마음을 떨쳐내려 머리를 흔들어 대노라니 난데없이 오래전 종아리에 아리게 줄 서던 어머니의 가르침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던 모양입니다. ‘빚이란 반드시 그 누군가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를 내어놓아 갚아야 하는 것.’ 그리고 보면 젊은 세대들이 과연 앞으로 삶을 어찌 꾸려가려나 싶어 걱정하는 돈 몇 푼, 그 빚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편히 꿈꾸고 마음껏 나래를 펼치는 세상을 제대로 마련해 놓지 못한 우리 기성세대가 짊어져야 할 마음의 빚이 진짜 문제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더더욱 무거워집니다. 지금껏 편히 누려왔던 그 세상을 온전히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마음의 빚, 어떻게 그 빚을 갚아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할 무거운 책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다시금 되물어 보게 됩니다.




관련 기사 : FOMO 공포에 ‘영끌’… 20대 6만이 신용불량 / 국민일보 (2025.12.14.)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65704597&code=11151100&sid1=eco

작가의 이전글‘고시(考試)’ vs ‘고시(高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