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힘내세요…”

by 이경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일까 싶습니다만, 아빠들은 유독 딸아이 앞에만 서면 딴은 옹골지게 다져왔다고 여겼던 기세(氣勢)마저 그냥 스르르 허물어지곤 합니다. 하기야 ‘딸바보’란 조어(造語) 역시 그러한 와중에 생겨난 말일 터입니다. 주당(酒黨)들이 늘어놓는 핑계야 어디 한두 가지뿐이겠습니까만, 이런저런 학교 일로 지친 심신(心身)을 달랜답시고 동료 선생님들과 어울려 막걸리라도 한잔 걸치고 들어가는 날이면, 어린 딸아이의 자그마한 눈썹은 한껏 하늘로 치켜 올라가곤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건 그러한 거리 두기도 잠시뿐, 금세 품에 안겨 오며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라도 한 자락 펼쳐 들면 감히 피곤(疲困)이란 단어는 딸바보 근처에는 얼씬거릴 수조차 없었답니다.


오래전 그 장면을 회상하며 혼자서 멋쩍은 웃음을 짓다 보니, 미처 살피지 못한 게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재롱을 부리는 딸아이 옆에는 덩달아 신이 난 아들내미,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양친(兩親)과 집식구에 이르기까지 온 가족의 염려하는 마음도 함께하고 있었던 걸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힘든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역경을 극복해 낸 이들의 입에서 한결같이 흘러나온 원동력(原動力) 중의 하나가 바로 가족이었음을 간과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가족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와 두런두런 속내를 털어내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히 옭혔던 마음도 슬그머니 풀리기 일쑤인걸요.


‘글라스도어 선정 올해 직장인의 단어 '피로’…’

오늘 눈에 담은 기사는 멀리 바다 건너에서 전해온 소식입니다. 글로벌 직장 평가 웹사이트로 알려진 한 기관에서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말이 '피로'(fatigue)라는 것이지요. 작년과 비교해 그 말의 사용 빈도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다고 하니,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싶습니다. 우리네 사정 역시 정치, 사회, 경제 그 어느 한 분야도 녹록하지 않은 한 해를 보낸 듯하니, 모두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피곤함이야 오죽할까 싶으니 말입니다. 부디 얼마 남지 않은 을사년(乙巳年) 막바지, 가족끼리, 이웃끼리 서로 보듬고 다독이며 켜켜이 쌓아둔 피로를 삭여야 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 기사 : "피곤하네…" 글라스도어 선정 올해 직장인의 단어 '피로' / 연합뉴스 (2025.12.14.)

https://www.yna.co.kr/view/AKR20251214044100009?section=international/all&site=major_news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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